[문화산책] 진정성 찾기

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장례식장에 찾아온 조문객들이 고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생전에 고인이 어떤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았는지, 도덕적으로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면서도 현실의 삶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집중하고 있다.

랍비 조셉 솔로베이치크는 인간에게 내면적 욕구와 외면적 욕구가 공존한다고 볼 때 성공과 야망을 좇는 본성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외면적 욕구’이고, 도덕적인 덕목을 중시하며 내적으로 평화롭고 진실되며 선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내면적 욕구’라고 할 수 있으며 인간은 내면과 외면의 욕구 속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외면적 욕구에만 몰두하며 성공을 위한 경쟁에 온 힘을 소진하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도 성공을 위한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치열한 경쟁과 개인적인 성취를 중요시하는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명문대에 들어가면 기뻐한다. 자녀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애정을 쏟지만 그것은 세속적 성공을 바라는 ‘능력주의적’ 애정이다.

피치 못하게 어떤 결과를 위해 거짓말을 하면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찜찜함이 남아 있다. 그 거짓말을 솔직히 털어 놓고 나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외적인 능력을 쌓는 일 또는 개인적인 성공이 모두 진정성이 없다는 것을 피력하려는 게 아니다. 궁극적으로 솔로베이치크의 주장처럼 도덕적인 덕목인 내면적 욕구를 충족시켰을 때 우리가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평화롭고 선한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내면적 욕구이고, 그것을 진정성이라고 볼 때 진정성은 행복이라 할 수 있다. 배우가 진정성 있는 연기를 했을 때 느끼는 개운함처럼 말이다.

배우의 연기는 진실한 반응이 나올 수 있도록 그 상황 속에서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 배우는 역할을 창조함에 있어 성격을 드러내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그 입장의 삶을 무대 위에 진정성 있게 드러내는 것이다. 당장의 좋은 결과나 성공을 위한 방법에만 매달린다면 그 연기는 진실성이 없는 것이 되고 만다. 공연을 하거나 연습을 하면서 부딪히는 한계가 있다면 연기의 진정성인 것이다. 후배들에게 “왜 연기를 가짜로 하니?”라고 하면서 한편으론 나 자신은 가짜 연기를 하고 있지 않은지 늘 두렵다.

진정성 있는 삶은 자신을 위하는 일이고 스스로 인생을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도덕적으로 바르지 못하거나 진정성이 없어 정치생명을 잃어가는 정치인들을 너무나 많이 보고 있다. 자신이 인정받고 성공과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살기보다 진정성으로 다가간다면 다른 사람들의 진심 어린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천정락 <대구시립극단 수석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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