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교육지도자다운 면모

  • 박종문
  • |
  • 입력 2018-06-06   |  발행일 2018-06-06 제22면   |  수정 2018-06-06
대구교육감 선거 오리무중
여론조사 결과도 예측난망
세 후보 모두 부족함 많아
시민들 눈높이 기대 못미쳐
교육지도자 면모 보여줘야
[동대구로에서] 교육지도자다운 면모

이상한 선거제도 탓에 교육감 선거는 갈수록 ‘깜깜이’로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 단위 가운데 유일하게 정치인 참여가 배제되고 당연히 정당이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정당끼리 치고받는 선거구도상 교육감 선거는 이슈에서 점점 멀어지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후보들도 정당조직을 활용할 수 없으니 선거운동도 힘들다. 유권자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름 한두 번 들어본 후보에게 호감을 가지고 투표장으로 가야 하는 현실이다.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대구교육감 선거는 더 혼미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강은희 후보는 여성에다가 젊은 50대, 전 장관이라는 흔치 않은 스펙을 가지고 있다. 강 후보가 당선된다면 지역에서 첫 여성 당선자·장관 출신 교육감이라는 역사를 쓰게 된다. 예상대로 여론조사에서 맨 앞을 달리고 있지만 기대보다 잰걸음이다. 전통적인 선거 관점에서 보면 나머지 두 후보를 완전히 따돌려야 하는데 무응답층이 많은 데다 추격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불안요인이다. 그래서 강 후보는 김사열·홍덕률 두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지금의 3자 구도로 진행된다면 그래도 무난한 당선을 점칠 수 있는데 혹시나 선거 막판 두 후보 단일화로 선거판이 요동치지 않을까 염려해야 하는 처지다.

지지율이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김사열 후보와 홍덕률 후보는 단일화 굴레에서 허덕이고 있다. 두 후보는 단일화 프레임에 갇히기 싫어 처음부터 소위 혁신네트워크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다. 교육감 선거가 정당선거도 아닌 데다 교육에 있어 진보·보수는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두 후보의 바람과는 달리 후보 단일화의 원심력은 점점 커져 이제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느낌이 든다. 두 후보 의사와 관계없이 단일화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돼 버렸다. 두 후보가 유권자의 표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사이 단일화 굴레에 빨려들어간 것이다. 두 후보의 기대대로 1위를 질주하거나 두 후보 간 차이가 크다면 단일화 문제는 순조롭게 진행됐을지도 모르겠다. 기대치 이하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한 두 후보의 자업자득이다. 주변에서 볼 때 두 후보는 경력도 비슷하고 활동 성향도 비슷하고 공약에 별반 차이도 없다. 차별화하려야 할 수 없고, 할 것도 없는 두 후보가 1등도 아닌 2등을 놓고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단일화 요구가 부상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 후보 모두 악전고투하는 양상인데 현재의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유권자에게 더 다가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까다로운 대구시민의 눈높이로 보면 세 후보 모두 부족함이 많아 보이는 탓이다. 강은희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교육자로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아직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은희 후보는 왜 자신을 정치인이라고 하는지 또 장관시절 업무에 대해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지 따갑게 받아들여야 한다. 정치적 공세로 무시할 정도의 가벼운 사안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솔직히 반추해 봐야 할 시점이다. 김사열 후보와 홍덕률 후보는 선거과정에서 시민에게 올바른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건지 뒤돌아봐야 한다. 두 후보를 보면 먼 산을 바라보며 선거를 치르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두 후보는 출마를 결심할 당시의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왜 혁신네트워크 참여를 거부했는지, 진정 진보·보수 이분법에서 벗어났는지, 대구교육계의 바람이 무엇인지, 단일화 요구 의미가 무엇인지 등을 차분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두 후보가 이 같은 성찰을 바탕으로 통 큰 결단을 내릴 지 지켤 볼 일이다. 지금까지 세 후보 모두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 안타깝다. 남은 선거 기간 진정 교육지도자다운 면모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