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진 원장의 건강백세] 한약의 군신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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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5 07:58  |  수정 2018-06-05 07:58  |  발행일 2018-06-05 제21면
[최강진 원장의 건강백세] 한약의 군신좌사

지난 남북정상회담이 세인을 격동시키며 한반도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만찬장의 평양냉면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군사분계선을 넘어 어렵사리 가져왔다는 자랑 한마디에 남쪽의 냉면집은 대박을 쳤고 평양냉면은 평화의 상징이 됐다.

총부리를 서로 겨누던 남북이 순식간에 평화 분위기를 이끌어낸 비결은 무엇일까. 팀(team)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나라의 수장과 관료들이 이른바 군신좌사(君臣佐使)라는 하나의 팀이 돼 선전한 결과이리라.

군신좌사는 예전부터 치국(治國)의 원리였다. 여기서 힌트를 얻어 한의학에서도 한약처방을 구성할 때 군신좌사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다수의 약재를 배합해 몸을 치료하는 과정이 국가를 다스리는 것과 같다고 보았던 것이다. 치국(治國)과 치병(治病)을 연결 짓는 의가(醫家)들의 지혜가 흥미롭다.

처방에서 군왕처럼 가장 중심이 되는 한약재가 군약(君藥)이다. 처방의 주인공인 셈이다. 그래서 군약은 약발도 세고 용량도 가장 많다. 그다음 군약의 효능을 지원해 약력을 극대화시키는 약재가 신약(臣藥)이다. 임금의 책사(策士)에 해당된다. 그다음 군약의 독성을 줄이거나 혹은 부수적인 증상을 완화시켜주는 보조약재가 좌약(佐藥)이다. 임금을 보좌하고 충언하는 신하의 무리다. 마지막으로 약재들을 조화시키고 약효를 아픈 곳까지 인도해주는 약물이 사약(使藥)이다. 말단신하로서 일을 실제로 행하는 일꾼이자 심부름꾼이다.

군약의 힘이 아무리 출중해도 신약·좌약·사약의 조력이 없다면 원하는 치료 효과를 얻기 힘들다. 신하인 신·좌·사약이 은인자중(隱忍自重) 들러리 역할을 기꺼이 감수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오직 임금인 군약을 빛내기 위해 백그라운드가 되어 주는 것이다.

‘군군신신(君君臣臣)’이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다.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한다는 뜻이다. 신하가 분수를 잊고 월권(越權)하거나 임금 자리를 넘나든다면, 또 신약이 군약에 도발해온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나라가 시끄러워지고 임금의 자리까지도 위태롭게 될 것이며, 처방은 엉망이 될 것이다. 하인이 똑똑해야 양반 노릇 한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알고는 있지만 정말 실천하기 쉽지 않다.

놀라운 점은 일용(日用)하는 평범한 밥상에도 군신좌사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밥상에서 쌀밥은 군왕(君藥)으로, 따뜻한 국물은 신하(臣藥)로, 그 밖의 반찬들은 관리(佐藥, 使藥)로 기능한다. 각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완벽한 하나의 처방이 되는 것이다.

군신좌사. 현재 나의 위치가, 또 나의 역할이 얼마나 엄중한가. <수성의료재단 영남요양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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