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자생한방병원의 한의학 이야기] 젊은층 화병 환자 급증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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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5 07:57  |  수정 2018-06-05 07:57  |  발행일 2018-06-05 제21면
“화병 방치하면 공황장애·협심증으로도 이어져”
화병으로 한방병원 찾은 20∼30대
2011년 1천867명·2016년 2천859명
“감정 억누르기보다 명상·운동해야”
[대구자생한방병원의 한의학 이야기] 젊은층 화병 환자 급증

이른바 갑질의 시대다. 물벼락 갑질이나 땅콩회항 사건 등을 계기로 수면 위에 떠오른 갑질 문제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지만 피해자의 스트레스와 처우에 대한 사회적인 보호는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사무장은 사건 이후 우울증 등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지만 복직 후 팀원으로 강등됐다. 이처럼 계속된 스트레스로 양성종양의 제거수술을 받는 등 신체질환이 나타나기도 했다. 갑질로 몸과 마음을 다치기 쉬운 직장인들의 건강관리법에 대해 알아보자.

화병으로 한방병원 찾은 20∼30대
2011년 1천867명·2016년 2천859명
“감정 억누르기보다 명상·운동해야”

◆스트레스 삼키다가 속병 생길 수도

최근 업무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 산재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7년에만 126명이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24건에서 9년새 5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이중 우울증이 52건으로 가장 많았고, 적응장애 32건, 급성 스트레스 장애 8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21건, 불안장애 1건, 기타 12건 순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회사다. 이런 회사에서 스트레스 상황이 생기면 직장인 입장에서는 답답함에 가슴을 칠 수밖에 없다. 특히 우월한 지위에 있는 상사나 팀원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면 피해자는 쌓여가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불안장애를 호소할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와 제도적 규율방안’ 보고서에는 지난 5년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가 66.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유형으로는 협박·명예훼손·모욕 등의 ‘정신적인 공격’(24.7%)과 업무 외적인 일을 시키거나 과도한 업무를 지시하는 등의 ‘과대한 요구’(20.8%)가 높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상담 경험이 없는 노동자는 66.7%에 달해 대부분 속으로 삭이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술이나 담배로 해소하려다가 없던 병도 생겨날 수 있다.

스트레스가 체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면 음주와 흡연은 디스크에 혈액과 산소가 공급되는 것을 방해한다. 디스크는 혈관 분포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척추 주변 근육을 사용해야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하지만 흡연을 하면 일산화탄소가 혈액 내 적혈구와 산소의 결합을 방해하기 때문에 체내 산소 부족현상이 생긴다. 또 음주는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에 필요한 단백질을 알코올 분해에 쓰게 되면서 척추를 약화시킨다.

이제균 대구자생한방병원장은 “고립된 상황에서 지속적이고 일방적인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뇌신경계에 기능 이상을 가져와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증, 불면증 등 다양한 신경·정신계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며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키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으로도 갑질에 대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30 화병 환자, 6년새 53% 증가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한(恨)’이라는 정서에 익숙하다. 참는 것을 최선이라 배우지만 참으면서 쌓이는 응어리는 결국 ‘화(火)’로 나타난다. 잘 참는 민족성이 ‘화병’이라는 독특한 질병을 만들어낸 것이다.

1995년 미국 정신의학회에서도 화병(Hwabyung)을 정신장애 편람에 그대로 표기하며 가부장적이고 유교문화권인 한국 사회의 특이한 민속증후군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울화병으로도 불리는 화병은 인고의 세월을 받아낸 중년 여성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2030세대에서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는 2016년 2천859명으로 2011년 1천867명에 비해 약 53% 증가했다. 이 중 남성 환자는 846명으로 2011년 387명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화병의 주요 증상으로는 소화가 안 되는 듯 명치에 뭔가가 걸린 듯한 느낌, 전신 피로감, 뒷목과 어깨의 뭉침 현상 등이 있다. 한의학에서는 기혈이 뭉쳐 풀리지 않기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본다. 화병은 방치하면 공황장애나 사회부적응, 협심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고 목이나 어깨 근육통, 턱관절 장애 등 신체에 직접적인 통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제균 병원장은 “직장인들이 화병을 잘 다스리려면 무조건 참는 마음으로 감정을 억눌러서는 안된다”며 “스트레스의 대상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명상이나 운동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 - 대구자생한방병원 이제균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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