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쉼표, 이야기 따라 포항여행] ③ 포항 새 관광명소 ‘포항철길숲’

  • 임훈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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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5   |  발행일 2018-06-05 제13면   |  수정 2018-08-21
기적소리 끊긴 폐철도부지 추억 담은 ‘힐링숲’이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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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대잠고가차도에서 내려다본 포항철길숲 전경. 포항철길숲은 효자역과 옛 포항역을 연결하던 철도 폐선 부지 위에 조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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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철길숲 곳곳에는 철로의 흔적이 잘 남아있다. 철도건널목 차단기와 철도 제어 관련 박스 등 기능을 다한 철도시설들이 포항철길숲의 운치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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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도심을 남북으로 잇는 자전거길은 포항철길숲의 자랑이다. 자전거길 대부분 구간이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어 주행감이 좋고, 주변 경관도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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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철길숲 내 불의정원에 자리한 관정에서 붉은색의 천연가스 불길이 치솟고 있다. 현재 지질자원 관련 전문연구기관이 천연가스의 경제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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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철길숲 남측에 자리한 댄싱프로미너드 위로 자전거가 지나고 있다. 철길숲 곳곳에 체력단련장, 정원, 정자 등이 조성돼 있다.

포항도심의 폐철도 부지가 시민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KTX 포항 직결선이 개통되면서 효자역과 구(舊) 포항역을 잇던 철도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해당 철도 부지가 철도유휴부지 활용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공원 조성이 가능해졌다. 2018년 현재, 철로가 깔려있던 효자역 동쪽 끝단에서 대잠고가교 사이 700m 구간은 이미 시민친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나머지 구간도 단장 중에 있다. 포항시는 오는 7월까지 대잠고가차도~이동고가차도 1.4㎞ 구간을 포함한 총길이 4.3㎞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공원 공사를 완료하고 전 구간을 개통할 예정이다. 시리즈 3편은 포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는 ‘포항철길숲(Forail)’에 관한 이야기다. 포항철길숲의 영문 명칭인 ‘Forail(포레일)’은 숲을 뜻하는 ‘Forest’와 기찻길을 뜻하는 ‘Rail’의 합성어다.


효자역∼舊 포항역 ‘철길숲’ 단장 중
숲 안의 체력단련장 각종 운동기구 자리
아스팔트로 잘 단장된 자전거길도 눈길
도심 향해 쭉 뻗어 있어 라이딩하기 제격
자전거길 옆 산책로엔 철길의 흔적 남아
건널목차단기 등 기능다한 시설 운치 더해

성모병원 입구 건널목 지나 ‘불의정원’
24시간 꺼지지않는 천연가스 불길 유명세
작년 굴착하던중 분출 가스 지금도 타올라


#1. 공원이 된 도심철길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포항도심의 옛 포항역은 1918년 11월,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 거의 한 세기 동안 효자역과 옛 포항역을 잇는 도심 철길을 따라 수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고 갔다. 2015년 새로운 포항역이 흥해읍에 들어서면서 도심 철길 또한 제 역할을 다했다.

여객과 화물 수송의 임무를 마친 철길은 포항철길숲으로 단장 중이다. 포항철길숲은 △어울누리길 △활력의길 △여유가 있는 띠앗길 △추억의 길로 나뉘어 조성된다. 포항시는 이러한 도심재생 사업을 통해 친환경 녹색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포항철길숲의 남쪽 시작점은 포항시 남구 효자동의 효자역 인근 옛 철도부지다. 옛 포항역으로 향하는 철길은 끊어졌지만, 옆의 철길로는 여전히 열차가 오간다. 포항철강공단에서 철강관련 제품을 수송하기 위해 괴동역을 드나드는 화물열차들이다.

반면, 옛 포항역으로 향하는 철길 터에는 평화로운 분위기 감돈다. 열차가 다니던 장소에 각종 공원과 자전거길 등이 자리한 포항철길숲을 조성 중이기 때문이다. 포항철길숲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체력단련장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양팔줄당기기, 입식헬스사이클과 같은 각종 운동기구 등이 자리하고 있다.

잘 단장된 자전거길도 눈에 띈다. 아스팔트로 포장돼 있어 보다 편안하고 빠른 자전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길은 포항도심을 향해 시원하게 뻗어있다. 전체 코스가 완공 전이지만 자전거 라이더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자전거길 옆으로 난 산책로에도 철길의 흔적이 스며들어 있다. 길 곳곳에 기차가 지나던 레일을 남겨둔 채 산책로를 조성했기 때문이다. 산책로 남쪽 시작점에서 150m쯤 걸으면 등장하는 조형물도 특이하다. ‘댄싱프로미너드’라는 이름의 시설인데, 자전거를 타고 짧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 주행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조형물 위를 지나는 자전거가 마치 춤을 추듯 움직이기에 이 같은 이름이 붙은 듯하다.

열차 운행과 관련한 시설도 상당수 남아있어 철길에 깃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철도건널목 차단기와 철도 제어 관련 박스 등 기능을 다한 철도시설들이 포항철길숲의 운치를 더한다. 댄싱프로미너드에 이어 등장하는 어울누리숲도 휴식을 취하기에 손색이 없다. 각종 운동기구와 정자가 있고,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아오른 나무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운다.

#2. 포항시민의 추억을 간직한 길

성모병원 입구 건널목을 지나면 나타나는 불의정원은 특히 인상적이다. 불의정원은 24시간 꺼지지 않는 천연가스 불길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 포항철길숲 조성을 위해 관정을 굴착하던 중 지하 200m 지점에서 천연가스가 분출해 현재까지 이르고 있다. 당시 관정 작업 중 천연가스에 불꽃이 옮아붙어 불길이 치솟았다. 금방 꺼질 것으로 예상했던 불길은 아직도 타오르고 있다. 특히 포항은 1976년 석유 발견 해프닝이 있었고, 2006년에는 흥해읍의 가정집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된 적이 있기에 세간의 관심이 컸다. 현재 지질자원 관련 전문연구기관이 천연가스의 경제성 여부를 조사 중이다.

불길이 타오르는 관정 주변은 1.2m 높이의 투명 벽체로 둘러싸여 있다. ‘슈욱~’ 하는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온 붉은 불길은 마치 포항철강공단의 용광로를 연상케 한다. 천연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천연가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작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불의정원을 지나면 앞부분에 ‘미카’라고 적힌 증기기관차 모형을 볼 수 있다. 미카형 증기기관차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운행했던 증기기관차의 한 종류다. 육중한 이미지의 증기기관차는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모습이다. 마치 만화 은하철도999의 한 장면처럼 기관차가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상상을 할 수 있다. 기관차 아래에는 작은 폭포와 연못이 조성돼 있다. 이어 나타나는 대잠고가차도 아래에는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나무데크가 깔려 있다. 고가차도 덕분에 그늘이 드리워져 낮시간에 쉬어가기에 좋다.

대잠고가차도와 이동고가차도 사이에는 오크정원, 음악분수광장, 잔디마당, 유아놀이숲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주변에는 메타세쿼이아 나무와 대나무숲 등이 자리하고 있어 시원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동고가차도와 옛 포항역 서산터널을 잇는 2.2㎞ 구간에는 이벤트마당, 애환의 벽, 언덕놀이대 등의 시설이 조성된다.

효자동에서 시작된 철길숲을 따라 길을 걸으면 어느덧 옛 포항역 터에 도착할 수 있다. 현재의 옛 포항역 주변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변했다. 수많은 사람과 차량으로 붐비던 역 광장은 한산하다. 열차가 섰던 플랫폼 주변으로는 포항시 북구 용흥동과 도심을 잇는 도로가 놓였다.

옛 포항역은 포항시민은 물론 수많은 여행객이 거쳐갔던 추억의 장소이자 사람 냄새 나던 곳이었다. 1992년, 새마을호 열차가 포항 운행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옛 포항역은 동해안권 주민들이 이용하는 가장 빠른 육상교통의 출·도착점이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이 지금은 사라진 비둘기호와 통일호 등의 완행열차를 이용해 포항을 오갔다. 옛 포항역 앞 역전시장에서는 아침마다 큰 장이 섰다. 열차를 타고 모여든 상인들이 역 광장 주변에서 손님들과 뒤섞여 왁자지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농산물과 반찬류, 생선 등을 사기 위해 역전시장에 온 주부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시절이 불과 수년 전이다. 현재의 역전시장은 시장의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어 그동안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포항철길숲 주변 곳곳에 주거지와 연결하는 계단이 조성돼, 앞으로 많은 시민이 철길숲을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철길숲은 포항도심의 남북을 가로지르고 있어 산책은 물론 이동의 목적으로 이용하기에 좋기 때문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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