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미세스 하이드·세라비, 이것이 인생!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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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1   |  발행일 2018-06-01 제42면   |  수정 2018-06-01
하나 그리고 둘

미세스 하이드
존재감 없는 여교사, 마녀로 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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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장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제목임에도 ‘미세스 하이드’(감독 세르쥬 보종)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과 단순 비교를 할 수 없을 만큼 독창적이고 개성이 강한 작품이다. 세르쥬 보종 감독은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이름을 딴 학교에서 기술반을 맡고 있는 존재감 없는 여교사 ‘지킬’(이자벨 위페르)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녀가 ‘하이드’로 변하게 되는 과정 및 결과를 서술해 간다.

처음 몇 개의 신에서 지킬은 수업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농락의 대상이 될 정도로 불쌍하고 나약한 존재로 묘사된다. 그녀에게 못되게 구는 학생들의 중심에는 다리가 자유롭지 못한 학생 ‘말릭’(아다 세나닉)이 있다. 어느 흐린 날, 지킬은 실험실에서 기계를 만지다가 천둥 소리와 함께 커다란 전기 충격을 받은 후, 알 수 없는 에너지가 넘치는 인물로 변해간다. 그때부터 지킬은 교사로서 조금씩 권위를 갖게 되고, 그녀에게 특별 수업을 받는 말릭도 그녀를 존경하게 된다. 그러나 지킬의 초인간적인 힘은 그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데까지 나아가 버린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내면속 惡 드러나는 이유
이자벨 위페르, 선과 악 넘나드는 완벽한 연기



누군가에게 얼핏 긍정적으로 보이는 변화 혹은 변신도 이면에 부작용이 있음을 암시하면서 영화는 한 발 더 나아가 지킬이 하이드가 되는데 작용한 동인이 그녀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실험실 장면에서 묘사된 바로는 그저 우연한 사고에 의한 변화였지만, 혹여나 학생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강한 욕구가 그녀도 몰랐던 우월한 존재, 그러나 윤리를 무시한다는 점에서 어둡고 악한 존재를 내면으로부터 끌어낸 것은 아닐까. 세르쥬 보종 감독은 조심스럽게 두 가지 관점을 저울질하면서 기술반이라는 배경에 걸맞은 과학적 이론을 제시한다. 후반부 하이드가 넘치는 에너지 때문에 몇 번씩 쓰러지면서도 학생들에게 끝까지 전하는 메시지는 ‘상호작용’에 관한 것이다.

다소 트릿한 태도로 보이지만, 스릴러 장르의 특성에 드러나는 몇몇 장면들에서 하이드의 파괴적인 행동들은 성공지향적인 가치관에 경종을 울린다. 무엇보다 보들레르의 시 ‘등대들’이 낭독되는 부분에서 영화는 하이드의 말을 빌려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좋은 모델이 될 ‘등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말릭을 향한 그녀의 단호하면서도 포용력 있는 어조가 관객들에게 생각할 공간을 만들어준다.

세계적인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는 이 영화의 처음이자 끝이라고 할 만큼 지킬과 하이드의 상반된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지킬이 보여주었던 구부정한 어깨에 소심한 표정과 말투는 하이드의 강렬한 눈빛과 카리스마에 완전히 사라져버린다. 영화의 소박한 특수 효과나 세트 촬영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자벨 위페르가 만들어낸 캐릭터의 아우라 덕분이다. 원작과 또 다른 지점에서 다양한 성찰을 가능하게 해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스릴러,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세라비, 이것이 인생!
하룻밤 결혼식, 그속에 응축된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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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웨딩플래너 ‘맥스’(장 피에르 바크리)는 17세기에 지어진 아름다운 고성에서 또 하나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직원들이 하나 같이 말썽이다. 매니저 ‘아델’(아이 하이다라)과 대타로 온 밴드 보컬 ‘제임스’(질 를르슈)는 서로 으르렁거리기 일쑤고, 사진사 ‘기’(장 폴 루브)는 촬영보다 먹는데 관심이 많으며, 웨이터 경험이 없는 낙하산 직원 ‘새미’(알반 이바노프)는 여러모로 민폐만 끼친다. 이에 까다로운 고객이자 신랑 ‘피에르’(벤자민 라베른헤)는 계속 불만을 제기하는데, 메인 요리인 양고기까지 상해버리는 사고가 발생한다. 안 그래도 은퇴를 고려 중이던 맥스는 상황을 수습하느라 완전히 녹초가 된다.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시점에 생기는 갈등·차별
웨딩플래너 맥스, 엉망진창 팀원들과 고군분투



‘세라비, 이것이 인생!’(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 에릭 토레다노)은 결혼식 준비부터 뒷정리까지 하룻밤 새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는다. 영화를 보면서 새삼 깨닫게 되는 것은 단 한 번의 결혼식을 준비하고 진행하는데 얼마나 많은 직종의 사람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하객으로만 참석해본 사람들은 알 수 없는 행사의 준비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결혼식장은 신랑신부라는 주인공과 그들을 둘러싼 수많은 스태프가 공존하는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진다. ‘세라비, 이것이 인생!’의 기본적인 콘셉트도 여기에 있다. 한 가지 큰 차이점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웨딩플래너인 ‘맥스’와 그의 팀원들이라는 점이다. 다양한 성격과 배경의 인물들을 한정된 공간과 시간 속에 풀어둔 다음 중요한 순간들을 포착해 한 데 엮어 놓음으로써 인생은 이런 것이라고 말하기에 결혼식은 거의 완벽한 배경이다. 누군가의 가장 행복한 순간과 정확히 같은 시점에 발생하는 갈등, 해고, 소외, 차별 등은 아이러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밤이 깊어갈수록 난장판으로 변해가는 식장과 직원들의 어이없는 행태를 맥스는 거의 넋이 나간 채로 지켜본다. 우리의 인생은 이렇게 엉망진창일 수밖에 없는 걸까?

그러나 영화는 따뜻한 유머와 감성으로 모든 인물의 결점과 실수를 감싸 안는다. 엉킨 실타래처럼 아무렇게나 풀어헤쳐진 사건을 척척 봉합시키는 솜씨가 과연 ‘언터처블: 1%의 우정’의 제작진답다. 제목처럼 인생이 정말 이렇게 끝날 수만 있다면, 오늘 하루가 고되더라도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하며 살아볼 가치가 충분하지 않을까. 마음껏 유쾌하고 즐거운 프랑스 코미디 영화다. (장르: 코미디, 드라마, 등급: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115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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