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브런치 스토리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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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1   |  발행일 2018-06-01 제38면   |  수정 2018-06-01
간단하게, 럭셔리하게 즐기는 ‘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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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그란자’의 인기메뉴.

어느새 우리 몸은 ‘하루 세끼’에 최적화되었다. 하지만 서양이나 우리나라도 하루 세끼가 보편화된 것은 그리 오래되질 않았다. 우리나라는 근세 들어서 겨우 하루 세끼가 보편화되었다. 태종실록을 보면 각 관아에서 점심을 없애라고 지시를 한 대목이 나온다. 조선 정조 때 학자 이덕무의 ‘양엽기’를 보면 조석 2식으로 ‘한 끼 5홉씩 하루 한 되를 먹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단백질과 지방 등 다른 에너지원의 공급이 늘 부족하여 먹는 양이 다소 많을 수밖에 없었다. 또 순조 때 실학자인 이규경은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는 9월 추분부터 이듬해 정월까지 다섯 달 동안은 점심을 먹지 않고 조석 두 끼만 먹었다고 했다.

일본의 전통적인 식사습관을 보면 조식과 석식,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식사를 했다. 메이지시대 이후 19세기 말부터 ‘하루 3끼’로 정착되었다. 로마인들은 하루 한 끼만 먹었다. 정오쯤 그날의 한 끼를 먹었다고 한다. 건강에도 좋고 그 이상은 사치고 탐닉으로 여겼다. 중세 수도원에서는 아침 미사 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하루 중간에 한번 먹었다. 이때 등장한 단어가 아침식사인 ‘블랙퍼스트(Breakfast)’였다. ‘밤새 먹지 못했던 걸 드디어 먹는다(Break the night’s fast)’란 의미를 담고 있다. 식생활의 변화로 요즘은 아침과 점심을 겸하는 ‘아점’인 ‘브런치(Brunch)’를 많이 즐긴다. 아침보다는 늦은, 일찍 먹는 점심이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어울참’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데죄네 아라 푸르셰트’, 독일에서는 ‘슈탐티슈(Stammtisch)’라 한다. 브런치는 단순한 식사 자리가 아니다. 지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나 엮어가는 소박하고 정겨운 사교의 장으로 자리 매김되고 있다. 브런치는 breakfast의 ‘br’과 lunch의 ‘unch’가 합쳐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의 생활 소비형태에 딱 맞는 신 식사문화로 자리잡았다. 일반적으로 오전 10시~오후 2시에 먹는데 아침식사보다는 가볍지 않으나 파티용 식사보다는 가볍게 먹는다. 지역에 브런치 문화가 형성된 건 채 10년도 안된다. 브런치 레스토랑은 커피숍, 베이커리커피숍, 디저트카페의 변형태인데 서울 강남 커리어맨의 생활패턴에 가장 어울리는 식단으로 급부상했고 이 흐름이 최근 지역 곳곳을 파고들고 있다. 메뉴를 분석해보면 간단하지만 세련되고 럭셔리한 게 많다. 주말 늦잠 자고 일어나 눈뜨자마자 편한 차림으로 가고 싶은 지역의 가성비 높은 브런치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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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053)642-3100

올리브봉골레파스타·클래식 브런치·치킨샐러드
3단 메뉴 구성…햇살 포근하게 들어오는 아늑함


루프톱 테라스가 무척 예쁘다. 낮엔 브런치, 늦은 저녁시간에는 펍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어딜 앉아도 햇살이 너무 포근하게 스며들어온다. 다크 톤의 실내는 고요한 듯 차분하다. 테이블마다 좌석이 똑같지가 않다. 다시 가도 늘 새로운 느낌이다. 메뉴는 3단 구조로 형성된다. 트레이 1단은 ‘올리브봉골레파스타’. 특이하게도 이 파스타에는 애호박이 들어간다. 애호박의 맛과 향이 충분히 느껴진다. 씹히는 맛이 아삭해서 부드러운 파스타면과 잘 맞다. 조개와 해산물에서 우러난 국물이 감칠맛을 더한다. 2단은 ‘클래식 브런치’. 바삭한 해시포테이토, 쫀득한 소시지와 ‘웨지감자’(Potato wedges·감자 튀김의 변형 중 하나. 감자를 잘게 썰지 않고 크게 쐐기 모양으로 썰어서 튀기거나 구운 것), 그리고 겉은 과자같이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크루아상 샌드위치가 식감을 돋운다. 부드럽고 얇은 종이를 말아 놓은 듯한 느낌의 빵 사이에 상추·베이컨·모차렐라치즈·토마토를 넣는다. 두툼하고 투박하게 보이지만 맛은 더없이 산뜻하다.

3단은 ‘치킨 샐러드’. 채소에 ‘치킨텐더’(닭가슴살 부위 중에서도 지방분이 조금 더 들어있고 더 부드러운 특성이 있다. ‘닭의 안심’이라 부르기도 하며 손가락처럼 길쭉하게 생겼다고 해서 ‘치킨 핑거’로도 불린다)와 토마토퓌레를 잔뜩 올린다. 맛은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리고 상큼하다. 후식으로 아메리카노와 디저트가 나온다. 1단과 3단의 파스타와 샐러드는 변경이 가능하다. ‘코코넛새우플레이트’도 인기 메뉴다. 생새우에 코코넛을 묻혀 바삭하게 튀겼다. 체다치즈와 토마토가 어우러져 있고 해시브라운 감자와 웨지감자도 보태진다. 브런치 메뉴로 딱이다. 오전 10시부터 브런치 메뉴와 커피를 판다. 석양이 지는 시간부터 늦은 밤까지는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와 야경이 좋아 맥주 한잔 하기 좋은 펍이다. 일상의 분위기를 바꾸고 싶으면 이 집이 그 욕구를 만족시켜 줄 것이다. 대구 달서구 상원로 163 3F.

▶프라그란자 (FRAGRANZA)(053)984-4200

토스트에 베이크드빈 미국식 전통 블랙퍼스트
공간별 다른 분위기 연출…팔공산 풍경 한눈에


팔공산 자락이 한눈에 들어온다. 실내 테라스에는 살짝 독립된 느낌이 있는 단체석이 있다. 창가에는 두 명만 앉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넓어서 어딜 앉아도 탁트인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공간별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 놓았다. 다양한 디자인 감각의 숨은 공간들이 놓여 있다. 2층 통유리창을 통해 팔공산의 초록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조잔디와 정원석, 그리고 비치파라솔처럼 자유롭게 놓여 있는 파랗고 빨갛고 노란 에어큐션백은 어른들을 아이시절로 데려가준다. 그게 브런치 유전자를 더 활성화시켜준다. 바깥 정원과 연결된 노키즈 공간은 반쯤 누워서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길수 있다. 멀리 아니 손에 잡힐 듯 앉아 있는 팔공산이 이 집의 최대 오브제다. 그래서 손님을 순식간에 ‘나는 자연인’으로 숙성시켜준다. 시원하게 좌식으로 앉을 수 있는 마루바닥도 있다.

이 집은 베이커리를 겸한 브런치 카페다. 1층 입구에서 갓 구운 빵과 커피를 테이크아웃해서 자신에게 맞는 공간을 찾아가도 된다. 브런치 메뉴를 주문해도 된다. ‘이탈리아 풍기 크레마 버거’는 깔끔하게 먹기 힘들 정도로 푸짐하다. 주문과 동시에 튀겨지는 고소한 치즈가 뿌려진 포테이토에 크림소스와 버섯, 그리고 프레시한 채소와 도톰한 바비큐 비프 패티의 햄버거는 고소함과 진한 크림맛을 느끼게 해준다.

‘리코타치즈샐러드’는 부드럽고 고소하면서 쫀쫀한 리코타치즈가 샐러드 위에 올려져 있다. 단듯 짠듯한 맛이다. ‘텍스맥스 새우오믈렛’은 두툼한 크림 소스의 필라프가 들어간 오믈렛에 멕시칸칠리소스가 뿌려져 있고 사이드로 치킨텐더·베이컨·감자튀김이 함께 나온다.

이 집의 인기메뉴인 ‘아메리칸 클래식 브런치’에 등장하는 샐러드는 레몬드레싱의 상큼한 맛이 시냇물처럼 졸졸 흘러간다. 토스트에 베이크드빈, 그리고 굴소스로 볶은 버섯 등 미국식 전통 블랙퍼스트 스타일로 플레이팅 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는데 달성군 가창면에 2호점까지 있는 핫플레이스 레스토랑이다. 대구 동구 파계로 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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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브로(JUNBRO) (053)962-1072

입맛 까다로운 주부들이 인정한 클럽 샌드위치
황금빛 색·향 살아있는 크래프트 생맥주 청량제


복층 구조의 자그마한 실내에 들어선 브런치하우스다. 화이트가 이 집의 주조색이다. 인스타그램에 잘 어울릴 것 같은 인테리어다. 참 예쁘다.

벽면의 식물 가드닝 장식이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탁트인 시선. 길건너 비나리 공원이 한눈에 들어온다.

낮에는 브런치, 저녁에는 잔을 다 비울 때까지 시원한 생맥주가 있다. 오전 10시30분부터 브런치 메뉴를 낸다. ‘아메리카 브런치’를 많이 찾는다. 슈가파우더를 살짝 뿌려 잘 구운 토스트. 버섯과 양파를 짭조름하게 갈릭오일로 볶는다. 베이컨과 소시지에 담백한 오리엔탈 소스의 샐러드. 그리고 반숙한 계란까지 섞여 제법 푸짐하게 보인다.

이 집은 샌드위치가 특화돼 있다. 특히 ‘도쿄에서온 프렌치 토스트’는 오픈 샌드위치로 인기가 좋다. 도톰한 식빵을 노릇하게 굽고 한쪽 빵 위에 토핑으로 로즈베리잼에 달콤한 블랙 로즈베리와 레드 로즈베리를 흩뿌리듯 얹고 스톤 슈가를 살짝 뿌렸다. 그걸 바닐라 아이스크림과 곁들여 먹는다. 허브인 로즈마리까지 보탰다. 신맛·단맛·짠맛이 동시에 느껴진다. 양파와 토마토에 사과·오이를 넣고 햄·치즈·피망으로 빵 사이를 채운 ‘클로즈드 샌드위치’에 샐러드까지 곁들인 ‘고베에서온 샌드위치’는 깔끔하고 신선한 맛이다. 입맛 까다로운 동네 젊은 주부들에게 인기 메뉴인 ‘클럽 샌드위치’는 이 집의 핸드메이드 커피와 잘 어울린다. 도톰한 패티에 사르르 녹아 내리는 듯한 치즈, 토마토와 신선한 채소를 한입 베어문다. 부드럽고 고소한 식감. 절로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밀도가 높은 거품에 맛과 향이 그대로 살아있는 크래프트 생맥주는 웃음을 연발시킬 정도로 청량제 구실을 한다. 그래서 늦은 시간까지 한잔 하는 인근 직장인들이 많다. 부담없고 합리적인 가격의 ‘골뱅이무침’부터 ‘대만식 깐풍기’ ‘치킨텐더샐러드’ 등 동·서양 안주가 항상 대기 중이다. 이 집 생맥주는 관리 잘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거품의 입자가 무척 고르다. 마시는 동안 밍밍해지지 않고 호프 특유의 기운을 유지한다. 황금빛의 색과 향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말이다. 맥주잔도 청결하게 보관·관리한다. 크리미하면서 톡쏘는 맛과 특유의 쌉싸름한 맛. 그게 목넘길 때 그대로 전해진다. 대구 동구 과학로 10-1.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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