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사문진 나루터·달성습지·화원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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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6-01   |  발행일 2018-06-01 제37면   |  수정 2018-06-01
흰뺨 검둥오리 물결
황금 빛 모감주나무
강 바람에 나부끼니
내 마음도 ‘일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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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탐방로에서 본 하식애와 모감주 나무 군락 및 낙동강과 금호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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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동산 아메리카 대륙 포토존에서 본 낙동강(왼쪽)과 달성습지(가운데), 금호강(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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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나루터의 유람선 선착장과 사문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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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에서 생태학습관까지의 생태탐방로에 있는 피아노 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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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진 나루의 주막촌과 팽나무의 풍경.

사문진 나루는 엄청나게 변했다. 나루터 위로 사문진교가 놓이고, 달성보로 낙동강물이 넘실거린다. 강변에 ‘시간의 몽타주’ ‘종합영상 테마파크’가 완성되면 현재의 강정보와 환상의 콤비를 이뤄 화원일대가 낙동강 최대의 관광 휴양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옛 사문진 나루를 희미하게 추억하며,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둑으로 오른다. 초여름 풋내음이 코를 찌르고, 무성한 잡초 사이에 열무밭이 있다. 자작시 ‘낙동강’이 한낮의 풋잠, 그 꿈처럼 설핏하다. “낙동강/ 갈잎이 바람에 서걱 이는/ 초여름 낙동강 사문 진 나루/ 긴 둑길 터 밭에 열무 꽃 만발하였다./ 다리 밑 낮은 강물 소리/ 어머니, 저 소리가 무서워요./ 나를 등에 업고 잠재우려고/ 어비야, 어비야 하며 흐르는 저 강물소리가 무서워요./ 모래톱에 먹이를 뒤적이든 쇠백로도 날아오르고/ 강변의 강아지 풀 한줌 뜯어/ 내 가슴에 심어 놓고 흘러가신 어머니/ 어비야, 어비야 하며 흐르는 저 낙동강은 어머니의 강”.

사문진 나루터 주막촌과 주막 카페
수령 500년 팽나무, 현재·과거 공존
美 선교사 韓 첫 피아노 나루터 상륙
달성습지 생태 탐방로 1㎞ 힐링 로드
멸종위기 등 230종 다양한 생물 서식
화원동산 지나 ‘상화대’ 풍광 황홀함
아메리카대륙 포토존서 또한번 감탄
멜로디 흐르는 피아노 104 계단 걸음


낙동강은 영남의 젖줄이고 어머니의 강이다. 고대부터 가야를 거쳐, 현대까지 역사를 싣고 흐른다. 사문진 나루터 주막촌으로 간다. 사문진 나루터는 조선 세종부터 성종까지 일본과의 무역 중심지였다. 일본 수입품을 보관한 왜물고가 있었으며, 근대까지 낙동강 물류 수송의 심장이었다.

그 단적인 예로 1900년 3월26일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탐 부부가 피아노를 한국 최초로 이곳을 통해 대구로 가져왔다. 이것을 기념하기 위해 ‘임동창과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열리기도 한다. 그리고 일제 강점기에 대구 계성학교 출신 이규환 감독(1904~1982)이 일본의 침탈과 새 문명의 상륙을 비유로 한 영화 ‘임자 없는 나룻배’가 여기 사문진 나루 일대에서 촬영되었다. 나운규, 문예봉 등 유명배우가 출연한 ‘임자 없는 나룻배’는 고유의 토속애와 저항정신, 목가적인 풍경을 담은 우리 영화사의 걸작으로 평가 받고 있다. 1932년 9월 서울 단성사에서 개봉됐다.

사문진 주막촌은 주막 카페도 있다. 옛날과 현재가 더불어 공존하는 셈이다. 현재 주막촌 앞에 수령이 약 500년된 팽나무가 있고, 과거 이 명물 나무의 주위에서 ‘나루깡’이라는 장이 서기도 했다. 홍수 시에는 나룻배를 묶어 놓는 선착장 역할도 하였다.

이제 발걸음을 달성습지 생태탐방로로 옮긴다. 사문진 나루터에서 달성습지 생태학습관까지를 잇는, 낙동강 물 위에 100억원을 들여 만든 폭 3.5m, 길이 1㎞의 아름다운 길이다. 좌로 낙동강을 바라보고, 우로 화원동산의 하식애를 보며 걷는 데크 로드는 경치가 뛰어난 그야말로 최적의 힐링 코스다. 피아노 광장을 지나고, 포토존에서 사진도 촬영한다.

강바람이 불어오면 물결은 흰뺨 검둥오리 무늬로 일렁인다. 중앙광장과 사장교의 조형물도 지나친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하식애(하천의 침식작용으로 인해 생긴 하천 절벽)를 관찰한다. 하식애의 물결무늬에는 잃어버린 태고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하식애는 감입 곡류천 양안에 잘 형성된다. 천연산림유전자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모감주나무 군락도 본다. 모감주나무는 6, 7월에 활짝 핀 황금색 꽃이 나무를 온통 덮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영어로는 Golden rain tree, 즉 황금비가 내리는 나무라고 부른다니 그 나무가 얼마나 아름다우랴. 열매는 고승들의 염주를 만들기도 한다.

데크 로드의 끄트머리에 가면 달성습지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달성습지(Dalseong Marsh)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 있으며, 국제자연보호연맹에 등록되어 있다. 습지 중 보기 드물게 폐쇄형, 범람형, 수로형 습지를 다 보유하고 있는 하천 습지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수달, 황새, 흰꼬리수리와 2급인 삵, 벌매, 맹꽁이, 물수리, 조롱이, 재두루미, 흰 목 물떼새 등 약 230종의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강물 위의 데크가 끝나는 곳에서 유턴한다.

생태탐방로 중간지점에 화원동산으로 올라가는 표식이 있다. 데크 계단이 다하면 강이 흐르는 꽃의 언덕, 화원동산에 화원정이라는 현판을 단 정자 한 채가 고즈넉하게 있다. 안동댐을 만들 때 도산서원 주변의 정자를 이전한 것이라 한다. 여기서도 보리수라 불리기도 하는 모감주 군락을 감상할 수 있다. 강바람이 불면 모감주나무 황금색 꽃이 비가 되어 내리며 속눈썹까지 누렇게 적신다. 베트남참전 기념비를 답사하고, 바로 위 상화대에 도착한다. 상화토대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신라 35대 경덕왕이 가야산에서 병으로 요양 중인 왕자를 보러갈 때, 이곳에 토성을 쌓아 행궁(行宮)을 두어 유상(遊賞)하던 곳이라 하며, 그 아름다움에 끌려 아홉 번이나 머물렀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 지명을 구라리(九羅里)라 부르게 되었다.

상화대에서 관조하는 풍광은 황홀하다. 그 중 ‘상화대십경’이 널리 알려져 있다. △돌아가는 돛단배 △금호강 어부의 피리소리 △연암에 내려앉은 기러기 △다산의 밥 짓는 연기 △넓은 들판의 논갈이 소리 △삼포의 가을경치 △가야산의 해지는 경치 △비슬산에 머무는 구름 △상화대의 늦은 봄 △노강진에 길게 드리운 달빛. 얼핏 연상만 해도, 그 아름다움이 감성을 잠기게 하는 상화대의 십경이다. 연이어 아메리카 대륙 포토존으로 간다. 낙동강과 아메리카 대륙을 닮은 달성습지, 금호강이 한눈에 잡히고 다산 평야, 강정보와 디아크, 다사읍, 궁산, 성서3차단지, 와룡산의 조망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아!’ 하고 감탄의 신음이 새어 나온다. 한참 머물다가 옛적 봉수대가 있었다고 추정되는 곳에 있는 팔각 건물 3층 전망대에 간다. 여기서 한 번 더 환호를 지른다. 포토존보다 훨씬 공간이 넓어져 눈 안으로 제각기 다른 빛깔의 풍광이 쏟아져 들어오고, 들뜨는 희열이 전신에 넘쳐 순간 자신을 잊어버린다. 검은 불꽃처럼 가야산이 아스라하고, 고령방향으로 주산 미숭산 오도산이 산 그림메를 그린다. 남동으로는 비슬산이 구름을 머금고 비(琵)와 슬(瑟)을 탄금한다. 환상의 뷰 포인트다. 눈을 화등잔 같이 뜨고 사방을 조망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니, 탐방객을 가득 태운 오리 전기차가 정류장에 서 있다. 잠시 후 오리걸음으로 오리 전기차는 떠나고, 그 길을 따라 내려온다. 초록의 카펫을 깔아 놓은 듯 아름다운 만남의 광장에서 이리저리 거닐어 본다. 멜로디가 흐르는 사문진 피아노 104계단으로 걸음을 옮긴다. 피아노 건반을 닮은 검은 색 줄을 밟으면 노래가 들린다. ‘산토끼’ ‘비행기’ ‘작은 별’ ‘똑같아요’ ‘학교종’의 피아노 리듬이 동심의 앙상블이다.

주로 조류가 대부분인 동물원도 관람하고, 야생화식재지도 둘러본다. 길 따라 조금 더 내려오니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촬영지가 있다. 그 옆 산기슭에 5~6세기 신라시대 이 지역 호족들의 고분군이 있어 둘러본다. 날머리 주차장에서 일정을 마친다.

영남의 젖줄 낙동강과 금호강, 달성습지, 화원동산으로 이어지는 트레킹은 수려한 비경, 음악을 즐기며 역사를 되짚어보고 동심으로 돌아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했다.

글= 김찬일 시인·대구 힐링 트레킹 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 = 김석 대우여행사 이사

☞여행정보

▶트레킹 코스 : 사문진 나루터 주막촌 - 생태탐방길 - 화원동산 - 화원정 - 상화대 - 포토존 - 전망대 - 만남의 광장 - 104계단 - 동물원- 야생화 식재지 - 성산리 고분 - 주차장 ▶문의: 화원동산 관리 사무소 (053)635-7111, 7112 ▶내비 주소 :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로 1길 40-12 ▶주위 볼거리 : 인흥마을, 마비정 벽화마을, 송해공원, 디아크, 강정보, 대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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