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드루킹 특검과 동시에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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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30   |  발행일 2018-05-30 제31면   |  수정 2018-05-30
[영남시론] 드루킹 특검과 동시에 국정조사가 필요하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드루킹 사건은 여론조작 사건이다. 드루킹과 그 일당은 ‘킹크랩’ 같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해 여론을 왜곡했다. 이들이 조작한 여론은 정치 여론이다. 여론의 동향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미디어 선거시대인 지금, 여론조작은 정치 흐름과 선거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드루킹 사건이 정치여론 조작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한 국기 문란사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검은 최소한 다음의 두 가지만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첫째는 드루킹 일당이 저지른 정치여론 조작의 범위이고, 둘째는 드루킹 일당과 정치권의 관계다.

지난해 5·9 대선은 매우 비상한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60일 만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여론과 대선 당시의 여론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가는 과정에서 국민의 정서와 감성을 탄핵 쪽으로 돌아서게 만든 기폭제 역할을 했던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최순실 국정농단’ ‘우병우 왕수석’ 등의 루머들과 관련된 여론조작이 있었는지 여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대선은 모든 정치세력이 모든 것을 걸고 하는 진검 승부의 장이다. 정당들에도, 정치세력들에도, 그리고 드루킹 일당 같은 정치 집단들에도 대선은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하는 총력전의 장이다. 이들이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와 동기는 다양하겠지만 공통된 점이 하나 있다. 자신들의 활동을 후보에게 알리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후보도 모른 채 자기들끼리 알아서 하는 선거 운동이란 없다. 적어도 정치판과 그 언저리에서는 그렇다. 드루킹 일당 또한 그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드루킹 일당의 여론조작 사건과 관련돼 그동안 언론에 오르내린 사람들인 김경수 후보, 김정숙 여사, 백원우 비서관, 송인배 비서관 등의 면면을 보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에서만 비로소 온전하게 의미 있게 되는 사람들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드루킹 특검은 드루킹 일당과 정치권의 관계를 밝혀내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드루킹 일당이 자행한 범죄의 전모가 밝혀지고, 이를 통해 그간 민주주의를 위협해 온 여론 조작의 실체적 진실과 지난 시기 이루어진 여론 선동정치, 중우정치의 위험이 알려져도 드루킹 일당에 대한 사법처리와는 별도로 이 같은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넘어설 수 있는 법적·제도적·문화적 대안을 만들어 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과 특검 공조를 시작할 때 드루킹 사건 관련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사법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특검과 달리 국정조사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한 뒤에 법, 제도적 개선점을 모색하고 사건 관련자들의 정치적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수사권이 없는 국회가 하는 것이므로 특검이 밝혀낸 실체적 진실을 근거로 국정조사를 행하는 것이 순리에 맞긴 하나, 사법처리를 목표로 하는 특검이 사법처리 대상이 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수사 착수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검과 동시에 국정조사를 하거나 특검 시작 전에 국정조사부터 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사법처리 대상은 아니지만 네이버 등 포털의 운영실태와 문제점 등은 드루킹 일당의 사법처리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또한 사법처리 대상인 댓글 불법조작과는 별도로 댓글 문화 전반의 실태 파악과 대안으로 제기된 인터넷 실명제 도입 등 SNS 정치 문화의 개선책에 대한 고민은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제기하게 한다.

특검이건 국정조사건 드루킹 사건은 어차피 6·13 선거 후에 시작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 여당도 특검과 국정조사에 대해 너무 방어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으면 한다. 댓글 여론 불법조작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게 되면 보수건 진보건, 여건 야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우리가 드루킹 사건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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