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영업과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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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9   |  발행일 2018-05-29 제31면   |  수정 2018-05-29
[CEO 칼럼] 영업과 로비

회사에서 직급이 대표이사지만 직책은 사장 역할보다도 영업 담당 임원 역할을 더 많이 하고 있다. 건물을 지으려는 건축주들은 대개 직원을 시키지 않고 직접 관장하기 때문에 ‘을’인 시공사 역시 대표자가 응대하는 것이 당연하다. 따라서 그동안 업무상 많은 분을 만나 영업을 하였으며, 앞으로도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상 더 많은 영업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덕분에 기술인으로 출발하였으면서도 그 고객들로 인해 영업에 대한 경험의 기회가 많았다.

흔히 기업의 꽃이 영업(세일즈)이라고 이야기한다. 지극히 당연하다. 회사가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판매를 못하면 소용이 없다. 중소기업이 우수한 제품을 개발하여도 전국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이유가 영업에서 대기업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공장 하나 가지지 않은 홈쇼핑이나 인터넷 쇼핑몰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도 영업을 장악하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모든 기업과 업종에서 영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

개인이 회사에 입사할 때 처음부터 영업직도 있겠지만 대부분 각자의 전공대로 출발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직급이 높아지고 업무가 포괄적으로 될수록 영업과 가까워지게 된다. 나아가 임원급이 되면 영업을 떠나서는 회사 내에서 역량을 인정받기가 어렵고 자기의 위상을 지키기도 힘들다. 특히 업무 분담이 좋은 대기업에 비하여 중소기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시 말하자면 개인도 기업에서 성공하려면 출발 시 전공이 무엇이든지 간에 언젠가는 영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어야만 한다. 그만큼 현대의 기업은 영업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다.

‘영업’과 비슷한 뜻인 ‘로비(lobby)’는 그 원뜻과 달리 우리나라에는 긍정적인 느낌보다 부정적인 경향이 강하다. 어떤 사람이라도 ‘영업한다’라고는 해도 ‘로비하는 사람이다’라고는 하지 않는다. 로비의 원래 뜻이 어쨌든 우리나라에서는 ‘바르지 않은 영업’으로 인식되어 있지 않나 생각된다. ‘김영란법’ 역시 제재를 하고자 하는 대상은 ‘영업’이 아니라 ‘로비’일 것이다.

우리의 의식 내에서 영업과 로비의 차이는 무엇일까. 첫째, 영업은 합법적이지만 로비는 불법적일 것이라는 추측이 강하다. 로비가 모두 불법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영업에 비하여 실정법을 위반할 소지가 많다고 여겨진다. 물론 영업도 경우에 따라 법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 마음속에서의 개연성에서 분명히 차이가 있다. 둘째, 영업은 사람끼리의 관계라면 로비는 일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흔히 영업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고 나를 파는 것이라 말하며, 상대 역시 나를 통하여 물건을 본다. 하지만 로비는 사람보다는 물건을 먼저 보며 또한 그 물건에 딸린 것에도 서로의 관심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 셋째, 서로에게 유익한 일은 영업이고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덕을 보는 것은 로비일 확률이 높다. 가끔 지인을 통해 회사에 협력사로 참여하기 위한 만남의 요청이 있다. 면담 후 적정한 회사로 판단되면 담당 임원을 통하여 추후 발주 공사에 입찰 참여 기회를 제공한다. 이것은 협력사나 우리 회사에나 서로 유익한 기회다. 영업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 그 협력업체가 추후에 지인을 통하여 특정 공사의 배려를 요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아마도 로비가 아닌가 생각한다.

영업상 고객을 만나러 가기 전에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말이 있다. ‘상대가 나를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겠는가?’ 고객이 나를 만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면 이미 나는 로비스트로 인식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대가 나를 만나는 것을 기뻐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편안하게 느껴야만 영업이 된다. 이것은 우리 인생의 모든 인간관계에서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다. 영업을 상징하는 꽃은 흰색 국화, 로비는 양귀비에 비유하고 싶다. 흰 국화는 성실과 진실을 말하며, 양귀비는 그렇게 아름다워도 몽상이고 아편의 재료다.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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