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남북정상 ‘번개팅’에 대략난감한 자유한국당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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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8   |  발행일 2018-05-28 제30면   |  수정 2018-05-28
북미회담 무산위기속 이뤄진
판문점 두 정상 깜짝 회동에
野에서도 많은 환영 목소리
유독 한국당 지도부만 폄훼
6·13地選에 약일까 독일까
[송국건정치칼럼] 남북정상 ‘번개팅’에 대략난감한 자유한국당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성사 여부를 놓고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남북한 정상이 예고없이 회동해 2시간 동안 머리를 맞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6일 판문점 전격 회동에 대해선 많은 야당 정치인들도 박수를 보낸다. 회동에서 오간 대화를 놓고는 견해가 갈릴 수 있지만 한반도 분단 73년 만에 사전 밀고당기기 없이 격식도 따지지 않고 정상끼리 처음 만난 그 자체를 높게 친다. “견우와 직녀가 오작교 통해 만나듯이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와 김정은 만남의 오작교가 되었다. 꺼져가던 미북정상회담 희망이 되살아났다. 문 대통령의 헌신적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문재인 대통령의 겸손한 안전운전이 성공의 밑거름으로 받치고 있다”(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 “답답할 때 김정은이 중국으로 안가고 판문점으로 오다니…이게 정상이지. 한반도 관계가 질적 변화를 하고 있다. 이 기조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그뤠잇!”(무소속 이용호 의원)

자유한국당 출신인 하태경 의원은 평소 문재인정부와 북한 3대 세습 정권에 매우 비판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지원 의원은 대북 햇볕정책 창시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이었고, 4·27 남북 정상회담 때 판문점에서 열렸던 만찬에도 참석했다. 두 사람은 그간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에 견해를 달리했지만 5·26 판문점 전격 회동 해석엔 의기투합했다. 고민에 빠진 건 자유한국당 지도부다. 홍준표 대표는 남북화해 무드가 시작된 평창 동계올림픽 때부터 “평화 올림픽이 아니라 평양 올림픽”이라고 깎아내렸다. 4·27 정상회담을 전후해선 “남북당국이 합작한 위장평화 쇼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북미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빠지자 “문재인 정권이 북의 편에 서서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미국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5·26 판문점 전격 만남이 회동 몇 시간 뒤 공개됐을 때도 한국당 지도부는 습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태옥 대변인은 26일 저녁 구두논평에서 “법률적으로는 아직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김정은과의 만남을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 충동적으로,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이루어졌고,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너무나 가벼운 처신”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다 모두가 깜짝 놀란 하루 저녁이 지나 문 대통령이 27일 오전 10시에 회담 내용을 직접 설명하고 관련 영상들이 공개되는 사이에 한국당 안에서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일부 의원들끼리 “우리가 일반여론과는 동떨어져서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당직자들은 말을 돌려서 하거나 아예 침묵했다. 홍준표 대표가 오후 5시쯤 입장을 정리해 밝혔다. “회담에 아무런 내용이 없다. 외교참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북의 김정은이 곤경에 처한 문재인 대통령을 구해준 것이 이번 깜짝 회담이다.”

요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은 치열한 수싸움,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 문제가 롤러코스터를 탄다. 흔들림에서 버티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으면 땅에 추락한다. 북한 핵을 둘러싼 지금의 벼랑끝 상황은 대한민국 국익, 국민 안전의 문제다. 이걸 국내정치논리로 해석하거나 정치적 잣대로만 평가하면 여론과 따로 갈 위험이 있다. 세 정상이 드라마처럼 펼치는 상황이 모든 정국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긴 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둔 한국당 입장에선 답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애써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면 일부 지지층은 박수를 칠지 모르나 선거승리의 핵심인 외연확장은 어렵지 않을까.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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