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황당공약

  • 배재석
  • |
  • 입력 2018-05-26   |  발행일 2018-05-26 제23면   |  수정 2018-05-26

‘신혼부부 24평형 임대아파트 무상제공, 지역출신 대학생과 청년 대기업 등 취업보장, 전입가정에 1천만원 지급, 실업자 재취업 때까지 매월 15만원 지원, 취업준비 청년에게 1년간 월 100만원 지급….’ 사회보장 제도가 잘 갖춰진 복지천국 북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다. 6·13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던 한 무소속 울산시장 예비후보의 ‘황당공약’이다.

지방선거가 코앞에 다가오면서 후보들의 화끈한 무상공약 시리즈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진보·보수, 광역·기초단체장·교육감 후보를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퍼주기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거창한 지역개발 공약보다 달콤한 무상공약이 서민들의 표심을 더 자극하는 데다 드루킹 특검, 북미정상회담 등 대형이슈가 지방선거판을 가리자 유권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교육분야만 해도 고교까지 무상교육, 중·고 무상교복, 교사 2배 증원, 통학비 지원, 체험학습 무료 등 무상공약이 넘쳐난다. 심지어 전북의 한 기초단체장 후보는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지원하겠다고 한다. 문재인정부의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던 보수야당도 예외가 아니다. 자유한국당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는 시민 모두에게 최대 1천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무상보험 제공과 65세 이상 노인 무상교통, 무상교육,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 5대 무상특권을 내걸었다.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도 결혼준비금 500만원 지원을 약속했다. 바른미래당 울산 동구청장 후보는 세계 최초 주3일 근무제 도입과 기업 순이익의 1% 사회 환원을 공약했다. 그럴듯한 이름아래 온갖 수당도 넘쳐난다. 연간 60만원 주부수당, 임신 7개월 이상 예비엄마를 위한 엄마수당, 아동수당플러스, 청년수당 등 일일이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엄청난 소요 재원을 마련하느냐다. 하지만 대부분의 후보들은 이에 대한 답이 없다.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평균 53.4%에 불과할 정도로 열악한 지방재정 상황을 감안하면 헛공약에 그칠 공산이 크다. 다행히 실현된다 해도 퍼주기 공약에 따른 뒷감당은 주민들 몫이다. 당선에만 눈이 어두워 미래세대에 ‘세금고지서’를 남발하는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걸러내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지방곳간이 거덜 나 파산한 일본 홋카이도 유바리시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선거공약에도 페이고(pay-go) 원칙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배재석 논설위원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