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 (포항시 남구 동해면 호미곶면)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8-05-25   |  발행일 2018-05-25 제37면   |  수정 2018-05-25
‘잘그락’ 귀 간지럽히는 몽돌소리
바위와 파도를 가로지르며 걷다
20180525
침식으로 절벽을 이룬 바위지대.
20180525
갯메꽃 군락지.

흥환리 마을 다 지나면 몽돌 해안길
파도 넘나드는 해안 자연석으로 낸 길
파이고 깎인 퇴적암은 이국적인 모습
기묘한 바위 널려 수석 전시장 온 듯
모래사장 엎드려 자라는 갯메꽃군락
어구손질·미역 말리는 평화로운 어촌
지진·해일 대피 안내판도 유난히 많아


오랜만에 산이 아닌 해안 둘레길을 걷는다. 산꾼들이 바다로 가는 경우는 낙동정맥 419㎞ 산줄기를 내달려 부산의 몰운대 모래사장을 걷거나, 금북정맥 280여㎞가 끝나는 충남 태안반도 안흥진 모래사장에서 의식을 치르듯 발자국을 꾹꾹 눌러 찍는 정도다.

이번 해안 둘레길 걷기는 아주 특별한 행사였다.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 중고등학교 동문 산악회인 군성산악회에서 매월 1회 정기산행을 가져 꼭 400회가 되는 행사에 동행하게 되었다. 의미있는 행사다보니 많은 회원이 참여해 해안 둘레길을 잡은 것이다.

배낭을 멘 산꾼들이 해수욕장 앞에 모여 간단한 행사 기념촬영과 체조를 하고 백사장을 걷는다. 둘레길 3코스 시작점인 흥환리 간이해수욕장 모래사장을 지나 흥환리 마을 앞 도로를 잠시 걷는다. 마을을 다 지나면 왼쪽으로 몽돌이 깔린 해안길이 이어진다. 주먹만한 몽돌에서 축구공 크기의 돌들이 깔린 길. 파도에 쓸리며 내는 잘그락거리는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초속 10m에 가까운 바람을 정면으로 받으며 걷다가 밀려오는 파도가 크다 싶으면 물보라를 일으켜 피해가기를 반복한다. 파도가 넘나드는 해안선을 따라 자연석을 깔아 두어 걷기 편한 구간도 있지만 대부분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에 가깝게 길을 내어두었다.

해안을 따라 걷기 어려운 구간은 도로를 이용하도록 바닥에다 방향표시를 해두어 오르내리기를 반복한다. 오른쪽으로 ‘장기목장성비’ 안내판이 서있고 그 뒤로 비각을 지어두었다.

다시 해안을 따라 난 길로 내려서서 몽돌 길을 따른다. 절벽을 이룬 모퉁이를 돌아나가는 구간에 퇴적암이 침식에 의해 파이고 깎인 모습이 이국적이다. 둥근 바윗돌이 중간중간 박힌 모습인데 손만 닿아도 빠져나올 것 같이 아슬아슬하게 박혀있다. 바다와 경계를 이루는 해안에는 형상이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널려있어 마치 야외 수석 전시장 같다.

동굴처럼 크게 뚫린 공간에서 회원들이 바람을 피하거나 간식을 나누고 있다. “선배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방울토마토 몇 알과 포도 알 몇 개에 불과한 간식이지만 살뜰하게 챙기는 동문들의 모습이 정겹다. 후배들에 뒤처져 민폐를 끼치지 않을까 평일에도 부지런히 체력관리를 한다는 일흔을 훌쩍 넘긴 선배도 있고, 선배들이 힘에 부칠까 염려되어 힘든 구간에서 기다렸다가 용기를 잃지 않도록 함께하는 후배의 배려가 어느 단체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모습이다. 히말라야 8천m급 고봉을 오르려고 갈고닦은 기량을 막상 원정대에서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아 실패하는 원정대가 있는가 하면, 에베레스트 정상을 코앞에 두고도 함께한 동료를 위해 과감히 욕심을 내려놓고 안전하게 함께 하산하는 경우도 여러 차례 봤다. 배려와 양보, 인성이 몸에 배어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모습들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30분가량 이어진 해안길을 지나 10m 높이로 우뚝 선 장군바위를 지난다. 장군바위를 지나 발산2리 마을 앞에 흥환리 간이해수욕장처럼 작은 모래사장을 지나는데 갯메꽃이 군락을 이뤄 자라고 있다. 모래사장 위에 납작 엎드려 자라는 모습이 분홍 융단처럼 보인다.

작은 포구에서 어구를 손질하는 모습, 미역을 널어 말리는 모습은 전형적인 어촌의 풍경이지만 너무도 깨끗하고 평화롭다. 조용한 마을에 ‘지진, 해일 옥외대피소’를 알리는 안내판이 유난히 많이 보인다. 포항 일대에 지진이 있은 후로 달라진 거리 모습이다. 포장길 끝나는 지점에 붉은색 지붕의 마지막집을 지나 왼쪽으로 다시 해안선을 따른다.

절벽을 이룬 바위를 오른쪽으로 크게 돌아나가는 길인데 절벽과 바위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길이 나있다. 절벽을 돌아나가니 바위가 그늘을 만들고 바람을 막아주어 쉬어가기 좋은 장소가 몇 곳 있다. 30분 정도 이어진 해안길은 오른쪽으로 데크 계단을 오르도록 길이 나있다. 계단으로 올라서면 완만한 오솔길이 나있는데 해병대에서 관리하던 초소와 참호를 오가는 이동 통로를 이용해 낸 길이다. 작은 언덕을 넘어 다시 해안으로 내려서면 너덜과 같은 길이 이어지다가 오른쪽으로 다시 작은 언덕을 넘는다. 언덕을 올라 산길을 돌아나가면 왼쪽으로 데크를 깔아둔 전망대가 있다. 그 아래가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는 구룡소인데 승천하면서 뚫어진 아홉 개의 굴이 남아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는 굴을 확인할 수가 없다. 구룡소 전망대에서 되돌아 나와 계단을 내려서면 작은 포구 마을인 대동배 1리 마을 앞이다. 대동배마을 선착장까지 걸어 나오면 버스가 다니는 찻길을 만나고 이것이 호미반도 둘레길 3코스 끝이자 4코스 시작점이다. 4코스를 따라 해안길과 도로를 연이어 지나면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이어져 해안 둘레길이 끝이 난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 길잡이

흥환 간이해수욕장 -(60분)- 장군바위 -(1시간30분)- 구룡소 -(25분)- 대동배리 포구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은 포항시에서 2017년 1~4코스를 개통한 걷기 코스다. 그 중 3코스는 자연경관을 최대한 살려낸 길이라 인기가 높은 구간이다. 3코스는 6.5㎞ 남짓한 거리로 3시간 정도 소요되고, 4코스를 이어 호미곶 광장까지는 약 5시간이 걸린다.

☞교통

대구~포항 간 고속도로 포항IC를 빠져나와 31번 국도를 따라 동해교차로까지 간 다음 929지방도로를 따른다. 약전육교에서 우회전으로 호미로를 따라 약 6㎞를 가면 흥환 간이해수욕장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포항시 남구 동해면 흥환리 333-21(흥환 간이해수욕장 주차장)

경북대 사범대 부설 중·고 동문 ‘군성산악회’ 400회 기념행사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서 마련

20180525
포항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에서 군성산악회 회원들이 400회 산행기념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군성산악회 400회 기념행사가 포항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에서 열렸다.

군성산악회(회장 김기덕·59·사대부고 28회)는 지난 5월20일 산악회 회원 133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미반도 해안 둘레길에서 400회 산행 기념행사를 가졌다.

경북대 사범대학 부설 중·고등학교 동문 산악회인 군성산악회는 동문들 간 친목을 목적으로 결성되었으며 1982년부터 시작하여 36년간에 걸쳐 400회를 달성하였다. 이날 산행 후 구룡포의 한 음식점에서 400회 산행 기념식과 산행에 50회·100회 참석한 회원들의 축하행사도 함께 가졌다.

2013년에는 창립 30주년을 기념하여 군성산악회 30년사 책자를 발간하였고, 매년 산행기록물 책자를 펴내고 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