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경주시장이 될 자격

  • 송종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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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4   |  발행일 2018-05-24 제30면   |  수정 2018-05-24
[취재수첩] 경주시장이 될 자격

고도(古都) 경주시민들은 다른 도시보다 자부심이 강하다. 역사문화도시로 대한민국 정체성의 근간이 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를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경주는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 월성원자력본부 등 정부 국책사업 수용성이 어느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 경주시민들은 ‘대한민국의 뿌리’라는 자부심을 항상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간혹 “꽉 막혀 융통성이 없다” “고리타분하다”라는 오해를 받곤 한다.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계절이 찾아왔다. 경주시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경주시민들은 경주시장의 덕목으로 먼저 청렴과 겸손을 꼽는다. 여기에다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사업, 일자리 창출 통한 인구 증가, 관광객 2천만명 유치, 도·농복합도시 구현 등 지역 현안사업을 원활하게 풀 수 있는 ‘능력있는 리더십’을 원하고 있다.

하지만 4년마다 열리는 경주시장 선거에 무자격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때문에 경주는 선거 때마다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홍역을 치른다. 경주 발전을 위한 정책선거는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상대 후보 흠집내기에 혈안이다. 자연히 상대 후보를 헐뜯는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하고 있다.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이 같은 선거문화는 지역 민심을 쪼갤 수밖에 없다. 결국 경주는 성장동력을 잃은 채 지역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올해 6·13 지방선거 역시 경주시장 후보로 6명이 등록해 후보별 표밭을 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배근 동국대 교수(64)를 비롯해 자유한국당 주낙영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56), 바른미래당 손경익 전 재선 시의원(56), 대한애국당 최길갈 경주조직위원장(46), 무소속 최양식 경주시장(66)·박병훈 전 경북도의원(53)이 출마했다. 이번 경주시장 선거는 △남북·북미정상 회담 선거 파장 △한국당 공천에서 배제된 최 시장의 3선 도전 △한국당 주 후보의 부동산 투기 의혹과 경주사람 진실 공방에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경주시장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후보 자격 검증 시스템이 전혀 없다. 공당의 공천 잣대도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당의 경주시장 공천 과정에서 최 시장이 배제돼 김석기 경북도당위원장(경주)과 최 시장이 ‘공천-사천(私薦)’을 놓고 뜨거운 공방을 벌였다. 한국당 공천을 거머쥔 주 후보는 수십 건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언론과 법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최근 주 후보가 ‘경주사람이 아닌 포항사람’이라는 의혹마저 일고 있다. 한국당의 유력 공천 후보였던 이동우 전 <재>문화엑스포 사무총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풀뿌리 민주주의 축제로 치러져야 할 지방선거가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혼탁 선거로 치닫고 있다.

이제 경주시민들은 누구에게 경주시 예산 6조원(4년)을 맡길 것인지를 놓고 신중한 고민을 해야 한다. 철저하게 후보를 검증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야 함은 물론이다. 사사로운 감성에 뒤엉켜 투표를 한 뒤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송종욱기자<경북부/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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