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낙동강변 생태탐방로

  •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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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2   |  발행일 2018-05-22 제22면   |  수정 2018-05-22
[취재수첩] 낙동강변 생태탐방로

보존과 개발. 이 둘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는 앙숙 같은 관계다. 실제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 온 대다수 사업에서 격렬하게 충돌해 왔다. 4대강, 갯벌, 제주강정마을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에선 팔공산 구름다리·케이블카 설치, 달성 낙동강변 유람선 운영 등을 놓고 대립했다. 일선 지자체의 강한 의지로 추진된 사업에는 어김없이 ‘반대’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었다. 이 때문에 반대는 ‘당연하다’ ‘무조건이다’라고 인식될 정도가 됐다.

정권의 권력 표출 도구로 전락된 사업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더했다. 강행하는 측과 막아야 하는 측의 양보 없는 충돌은 때론 ‘국민적 상처’만 남긴 채 승자도 패자도 없는 아픈 기억이 되곤 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어떤 가치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지에 대한 논란은 풀리지 않는 숙제로 남고, 이를 지켜보는 다수의 국민 혹은 시민은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난 4월 개통된 대구 달성군 화원읍 낙동강변 생태탐방로(화원동산 인근)도 마찬가지다. 달성군은 낙동강과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이곳에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시민에게 휴식처를 만들어 주기 위해 탐방로 사업을 추진했다. 예산도 군비 70억원에 국비 30억원을 보탠 총 100억원이 투입됐다. 개통 한 달쯤 지난 현재는 기존 폭 3.5m, 길이 1㎞의 생태탐방로에 야간 조명시설까지 더해지면서 관광객이 날로 느는 추세다. 지역 환경단체는 생태탐방로 착공 초기 시점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환경보호를 이유로 수시로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크게 반발했다.

환경단체에서 지적하는 사안을 요약하면 하천의 침식 작용 등으로 생긴 하천 절벽인 ‘하식애’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유지·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학계에서는 생태탐방로 일원을 ‘희귀 야생식물 자원 보존 창고’로 분석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삵과 천연기념물 수리부엉이가 발견되고, 지정보호 대상인 모감주나무를 비롯해 쉬나무·팽나무·참느릅나무 등 원시적 자연식생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경관도 우수하다. 예로부터 ‘배성 10경’의 하나로 꼽히며 수려한 경관을 자랑했고, 신라 경덕왕이 풍광에 빠져 이 일대를 ‘화원’이라고 칭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다. 석양의 경관은 낙동강 그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이 같은 생태·경관적 가치 때문에 환경단체는 흐르는 강물 위에 쇠말뚝을 박아 흉측한 인공 구조물을 만드는 행위 자체를 자연에 대한 범죄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달성군과 환경단체가 개발과 보존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는 사이 생태탐방로는 완공됐으며 시민과 관광객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는 현실성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지자체와 환경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다. 출구 없는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양측은 보존과 개발 사이에서 균형 잡힌 환경정책을 발굴해 선대가 물려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후손에게 물려줘야 한다.

강승규기자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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