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똘똘한 김정은과 흐뭇한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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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21   |  발행일 2018-05-21 제30면   |  수정 2018-05-21
주한미군 불편하다는 속내
북한을 통해 드러내는 중국
美와 거래할 카드가 필요해
북미회담 포기 못하는 북한
다롄에서 운명공동체 확인
[아침을 열며] 똘똘한 김정은과 흐뭇한 시진핑

최근 시진핑과 김정은이 중국 다롄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정은이 베이징을 방문한 지 두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또 만났다. 정상회담 당시 언론에 노출된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 큰 거래가 성사된 듯 양자 모두가 아주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협상의 기본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고, 성패의 관건은 요구를 충족시킬 능력이나 거래 가능한 패를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그런 점에서 양자의 표정을 보면 시진핑이 간절히 원하는 것, 김정은이 필요로 한 것이 충족되었다는 의미인데 어떤 거래가 있었을까? 이미 2기 집권에 성공하고, 헌법에 연임제한규정까지 삭제하여 황제의 반열에 오른 시진핑은 무엇이 더 필요했을까? 바로 체면이다. 지난해 4월 시진핑이 트럼프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간 것은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이었다. 유엔이 결정한 북한제재에 중국이 동참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미국의 영향력이 더 강한 현실 때문이고, 관세폭탄을 맞고도 참아야 하는 것도 미국의 자본과 금융능력이 더 우세하기 때문이다. 시진핑-김정은 다롄회담 이후 트럼프는 다급히 대규모의 경제지원으로 북한을 한국처럼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유럽부흥을 위한 원조계획인 마셜플랜과 같은 미국식 경제지원 모델을 제안한 것이지만 김정은은 이를 단호하게 거절하고 시진핑 중국의 모델을 선택했다.

그러면 시진핑이 회사(回賜)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순망치한’이라는 한마디였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은 중국과 북한이 동일한 운명공동체임을 확인하는 동시에 정치, 경제, 안보를 포함한 포괄적인 보장에 대한 약속이다. 주목할 것은 이번 회동이 다롄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양자가 회동할 시기에 다롄에서는 중국이 자체 건조한 첫 번째 항공모함인 001A의 출항식이 있었다. ‘001A’라는 명칭이 재미있다. 중국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구입한 ‘뱌라그’를 개조해서 만든 항공모함 ‘랴오닝호’를 운용 중이다. 그러면 다음 이름은 ‘산둥’이나 ‘광저우’ 등의 지명을 넣어 작명할 수도 있었는데 숫자와 알파벳의 조합인 ‘001A’로 명명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 작품이 001A라면 다음 작품은 002A이거나 001B가 될 것이고 궁극적으로 최소 999Z라는 이름을 가진 항공모함까지 만들겠다는 의지다. 한 마디로 세계 모든 바다를 중국의 항공모함으로 덮어버리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 김정은이 필요로 한 것은 무엇일까? 김정은은 할아버지 김일성의 화신임을 자처하면서 할아버지를 닮으려 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꿈도 김일성이 꾸던 꿈일 것이고 그것은 바로 대남적화통일이다. 단지 방법론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김정일의 ‘선군론’을 감추고 중국의 개혁개방 모델을 취하려 하지만 목적은 변함없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쌍줄타기 게임을 하면서 군사적 안전과 경제적 이익 그리고 체제보장을 받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와 동북아 국제정치판에서 주인공이 되고 싶은 것이다. 김정은이 북미회담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미국과 거래할 카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지만 실제 원하는 것은 세인들의 관심과 인기, 그리고 유권자들의 지지임을 알고 있다. 중간선거를 앞둔 시점이고 노벨상까지 연결되는 이벤트를 포기할 수 없고, 중국이 벌이는 일대일로 사업도 탐을 낸다는 사실을 안다. 때문에 김정은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 더 많은 수확을 얻으려 한다. 시진핑과의 다롄회동 이후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핑계로 남북한고위급회담을 취소하고 협박하는 것은 중국의 또 다른 주문을 받았기 때문이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최근 “북한의 자발적인 조치를 인정해야 한다”면서 자신들이 정한 원칙인 쌍중단(북핵, 미사일 도발 중지와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재확인한 것은 결국 주한 미군이 불편하다는 심경을 북한을 통해 토로한 것이다. 그리고 그 책임을 우리에게 떠넘기고 있다. “남조선 행동에 달렸다”는 김계관과 리선권의 발언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이정태 (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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