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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 셰프를 찾아서 - ‘구구촌’ 이종미·김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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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호기자
  •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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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요리 잘하는 아내, 통기타 잘 쳐주는 남편 ‘닭살부부’

젊은이한테 인기가 좋은 ‘구구촌’의 치즈닭갈비. 그 옆에는 새롭게 개발 중인 ‘닭고기덮밥’.
점심 직후, 파김치가 된 아내를 위해 여전히 통기타가수로 활동 중인 남편 김혜후씨가 통기타를 연주해주고 있다.
난 그들을 보면 솔직히 음식보다 식당을 하게 된 지난 세월이 궁금해진다. 대다수 식당유전자를 갖고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왜 ‘저런 포스를 갖고 식당을 꾸려가지’란 의구심이 들게 만드는 식당주도 있다. 대구 북구 동천동 홈플러스 근처에 자리잡은 닭고기 전문점인 ‘구구촌’. 아내 이종미는 남편 김혜후와 함께 닭살커플로 종일 부대끼며 식당에서 살아간다. 한때 양품점도 경영해본 아내는 외제 선글라스톤의 안경이 말해주듯 상당히 패셔너블하다. 주문이 밀려 파김치가 된 채 주방에서 나올 때도 그녀가 식당주인 줄 잘 모른다. 남편은 상당히 무뚝뚝하다. 지난 40년간 통기타 치는데 가장 많은 열량을 소비했다. 음식과 음악은 사촌 간. 그렇게 믿고 있는 남편은 룸 한 쪽에 통기타를 세워놓았다. 점심 손님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나면 아내의 심신은 정상이 아니다. 인건비를 최대한 아끼려고 웬만해선 알바를 채용하지 않고 일인다역을 감내해낸다. 카운터와 서빙, 그리고 주차관리까지 도맡아 보는 남편은 자신의 피곤은 상관하지 않고 원두커피를 타서 아내에게 건넨다. 그럼 아내는 못 이긴 척 설거지도 걸쳐둔 채 인조 해바라기꽃 옆에 두 다리를 편하게 뻗고 남편의 통기타 연주를 감상한다. 아내는 한대수의 ‘행복의 나라로’, 임지훈의 ‘회상’, 에릭 클랩튼의 ‘Wonderful tonight’ 등을 엄청 좋아한다.

양품점·밥집·황태전문점 거친 아내
카투사·서울 다운타운 라이브 무대
무역업·관광사업 등 산전수전 남편

부부의 닭고기 전문점
닭갈비·닭개장·닭발·닭고기덮밥…
닭곰탕까지 포진…원스톱 메뉴라인
18가지 재료 섞인 닭갈비 가성비 갑
밥반찬용 잘팔리는 매콤달콤 조림닭

심신 지칠때쯤 남편의 통기타 연주
아내도 설거지 걸쳐둔채 함께 감상


◆닭고기의 모든 것…구구촌

‘구구촌’은 전국적으로도 드문 닭고기의 모든 메뉴를 취급한다. 닭갈비, 조림닭, 닭강정, 닭발, 닭도리탕, 찜닭, 닭개장, 닭곰탕, 거기에 최근에는 젊은층을 겨냥한 닭고기덮밥까지 .

남구 대명동에서 태어난 아내는 30대 중반까진 있는 듯 없는 듯 ‘착한 종미’로 살았다. 한때는 스타일 있게 살 줄 알았다. 그런데 스타일이 밥을 먹여주는 게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찾아드는 삶의 시련기. 38세였다. 모든 주부의 무기는 음식 만드는 것. 그래서 그녀도 정석으로 나갔다. 대구보건대 근처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떡볶이가 인상적인 밥집을 했다. 무슨 테크닉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푸짐하게 속이지 말자’ 버전으로 나갔다. 말하자면 착한식당이었다. 인심은 후했지만 계산하면 늘 빠듯했다. 거기서 기본체력을 다진 뒤 다시 본격적인 전투에 돌입한다. 칠곡 운암지 근처로 가서 2006년 당시만 해도 지역에선 다소 생소했던 황태 전문점 ‘황태덕장’을 연다. 한국 황태덕장 1번지인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용대물산’과 직거래를 했다. 지역에서도 황태해장국이 대중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더덕, 아귀, 가오리, 흑태 등에 편중된 찜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황태찜과 구이, 그리고 황태전골에 승부수를 걸었다.

집밥 실력으론 입맛 까다로운 손님을 대적하긴 무리였다. 역시 신의 한수를 전문가한테 배울 수밖에 없었다. 구미에 숨은 고수가 있다는 말을 듣고 그 식당을 찾아갔다. 단순히 메뉴를 전수하는 게 아니고 황태 요리의 모든 것을 도제식으로 배우게 된다.

황태도 찜용과 구이용에 따라 장만하는 법이 달랐다. 황태는 대가리가 달린 채 공수됐다. 일단 대가리를 떼내고 찬물에 10분 정도 담가놓았다가 끄집어낸다. 그러면 건대추처럼 말라있던 황태가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다. 지느러미를 모두 제거하고 물기를 꼭 짠다. 찜용은 중간을 절단하고 구이용은 물기를 제거한 뒤 쓸 양만큼 냉장·냉동 보관했다.

찜용 황태는 기름을 두른 웍에 넣고 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있는 줄도 몰랐다. 이 과정을 하지 않으면 고소한 맛도 형성되지 않고 황태 살점이 퍼지거나 잘게 부서질 수 있다.

“메뉴별 조리법, 또 거기에 숨어 있는 팁거리를 잘 챙겨야만 했습니다. 절정의 식감은 책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결국 숱한 실패 위에서 핀다고 생각해요. 욕을 많이 얻어먹고 실패한 음식이 많아질수록 음식은 셰프의 말을 잘 듣게 돼 있다고 그때 느꼈습니다.”

가습해야 될 타이밍과 제습을 해야 될 타이밍, 볶아야 할 것과 구워야 할 것, 그리고 쪄내거나 끓여야 되는 순간을 육감으로 알아차려야만 했다. 실제 계량한 양과 눈대중으로 담은 양이 같을 때까지 식재료 배분 감각도 익혀야만 했다. 양념은 숙성기를 거쳐야 제맛을 형성한다는 것도 알았다. 정확한 시일은 셰프마다 다 다를 것이다. 콩나물 하나도 다루기가 쉽지 않았다. 삶는 중간에 뚜껑을 열면 콩나물에서 비린내가 묻어난다는 것도 알았다. 보통 삶은 콩나물을 무쳐 찜으로 만드는데 그녀는 생 콩나물을 갖고 막바로 황태찜으로 요리했다. 즙이 덜 형성되고 더 아삭한 식감을 얻을 수 있었다. 그건 요리책에서도 요리학원에서도 쉬 배울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요리만 잘한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다. 일단 영업에서 잘 해야 된다. 요리와 영업 사이, 많은 방황을 했다. 그녀는 어두컴컴하고 습기 가득한 주방 한 켠에 우두커니 서서 이 길을 계속 가야 할지 늘 고심했다. 그런데 식당주 팔자라는 게 있는 모양이다. 포기도 팔자가 있어야 하는 것이고, 포기 못 하는 것도 팔자가 있어야 가능했다. 그녀는 구미에서의 혹독한 훈련기를 뒤로하고 황태찜을 제법 잘 다루는 식당주로 구력을 쌓아간다.

젊을 땐 패셔너블하게 살 꿈을 꾸었지만 30대 후반에 닥친 삶의 고비를 식당업으로 돌파한 구구촌 이종미 사장. 그녀는 치킨의 고장 대구의 음식문화 신지평을 열어가기 위해 더욱 다양한 닭고기 메뉴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 꼬꼬아저씨…통기타에 죽고 살고

남편은 미식가다. 서울에서 태어나 유복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미군부대 카투사로 복무를 했다. 그의 삶도 한편의 드라마다. 삶에 필요한 웬만한 근육은 다 단련시킨 그였다. 그의 한 쪽은 음악, 또 다른 쪽은 사업에 이골이 난 상태. 섞이기 힘든 둘을 그는 섞어가면서 살고 있다.

잘나가던 황태덕장은 결국 동면기에 들어간다. 아내는 남편에게 힘을 실어줬다. 2011년 대구에서 가장 명실상부한 어쿠스틱 라이브클럽을 오픈한다. 앞산순환도로 초입에 위치한 블루M이었다. 완벽한 음향시스템을 위해 3번 교체작업을 했다. 아내는 거기서 주요 안주 대부분을 닭과 관련된 것으로 내놨다. 프라이드치킨, 닭강정, 닭으로 만든 돈가스, 케이준치킨샐러드 등을 선보였다. 아내는 안주를 만들고 남편은 노래를 불렀다.

남편은 1974년 서울 다운타운 라이브무대에 전격 입성한다. 세시봉 세대 레퍼토리를 품고 이 클럽 저 클럽을 전전한다. 무교동 낙지골목에 있던 ‘선비촌’을 필두로 근처에 오종종 붙어 있던 ‘석굴암’ ‘오라오라’ ‘옹달샘’ ‘아마존’ 등을 전전한다. 오라오라는 명동성당 입구에 있었는데 주인은 ‘하얀나비’의 김정호였다. 옹달샘은 포크듀엣 ‘사월과 오월’의 리더 백순진이 지키고 있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카락, 가죽바지, 팔각모자. 툭하면 경찰한테 경범죄로 적발당했다. ‘얼굴’을 부른 윤연선도 그와 한 클럽에서 노래를 불렀고 배호가 드러머로 활동했고 무명의 허참이 사회를 보고 ‘하숙생’을 부른 최희준이 사장으로 있던 아마존에선 전영록과 한솥밥을 먹었다.

미군부대 시절엔 대구 캠프워커에서 7인조 ‘쉐이킹랜드’란 카투사 밴드의 리드 싱어 겸 세컨드 기타리스트였다. 3년간 전국의 미군캠프를 돌아다녔다. 한때 동아기획, 아세아 등을 통해 가수의 길을 노크했지만 그의 길이 아니었다. 음악을 접고 하나관광 해외사업본부장을 했다. 태국으로 가서 현지관광업체도 운영했다. 홍콩 2년, 태국 5년 등 7년간 동남아문화를 몸에 품고 다녔다. 중국으로 건너가 무역과 OEM 스포츠화 수출공장도 경영했다.

◆구구촌 메뉴이야기

결국 부부가 선택한 카드는 닭고기 전문점이었다. 그게 구구촌이다. 일단 별별 닭요리를 원스톱으로 맛보게 해주는 집이다. 안동에서 유행하는 찜닭, 대구에서 유행한 닭도리탕, 또한 경상도 반가에선 빠트리지 않는 기제사 음식인 닭도적(간장조림통닭)을 연상시키는 조림닭, 심지어 대구식 육개장으로 불리는 닭개장, 그리고 닭뼈의 진액이 스며나오는 닭곰탕까지 포진해 있다.

물론 가장 대중적인 건 닭갈비. 1인분 9천원인데 가성비가 무척 좋다. 일단 힘들어도 손님이 직접 불판에 손대지 않게 구구촌만의 맛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주문과 동시에 주방에서 닭고기를 다 익혀낸다. 그래서 채즙이 덜 스며나온다. 구수한 맛을 위해 들깨와 참깨 가루를 넣고 고추장은 매운탕은 몰라도 닭갈비에선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생각해 적당량만 섞어준다. 닭갈비용 소스를 위해 다시마, 멸치, 파뿌리, 울금, 생강, 푹 곤 닭뼈 육수 등 18가지 재료가 뒤섞인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 울금과 생강, 원두커피 가루 등을 포진시켰다.

조림닭. 이건 닭갈비에 비해 매콤하고 달콤해야 된다. 닭갈비보다 맛이 더 강해야 된다. 보통 닭갈비는 대다수 안주로 먹고 나중엔 볶음밥용으로 해먹는다. 조림닭은 밥 반찬용으로 잘 팔린다. 찜닭에서는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대신 국물이 많은 닭도리탕에는 사용한다. 가장 만들기 어려운 건 닭도리탕. 닭뼈와 닭발을 8시간 정도 고아 만든 닭곰탕은 동절기에만 낸다. 북구 동천동 팔거천동로 223. (053)314-9989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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