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무소속연대에서 지방연대로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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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8   |  발행일 2018-05-18 제23면   |  수정 2018-05-18
[조정래 칼럼] 무소속연대에서 지방연대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한국당의 TK 공천이 그렇다는 말이다. 공천이 마무리됐지만 파동의 여진은 멈추지 않는다. 무소속이 양산되고 연대를 모색하고 나섰다. 이른바 무소속 연대다. 공천 후유증의 결과 무소속 속출은 여야를 불문한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지역주의를 탈피하지 못한 영호남은 난립이라 할 정도로 무소속 출마 비율이 높다. 특히 보수의 본산으로 꼽히는 대구경북 지역은 대구에 이어 포항까지 무소속 연대를 출범시키는 등 전역에 무소속 바람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무소속의 날갯짓이 태풍으로 세를 불릴지 아니면 미풍으로 소멸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단순히 호기심 차원의 접근은 더 이상 곤란하다.

무소속 돌풍 여부는 언론의 단골 경마식 선거보도 거리일 뿐 유권자의 관심을 자극할 메뉴로선 가치를 잃은 지 오래다. 북미 정상회담 등 남북한 평화무드가 블랙홀처럼 지방선거마저 송두리째 삼켜버리게 된 판국에 무소속이 아니라 소속인들 유권자의 눈에 들어올 리 없는 이상한 선거 국면이다. 국가적·국제적 이슈가 지방의 의제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여야 중앙당 중심의 정쟁과 공방이 지방의 정치를 질식시키는 바람에 무소속 양산의 원인인 공천 전횡마저 바람에 날려가는 형국이다. 전략공천, 공천 파동 등 여야 다수당의 공천 횡포야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지라 새삼스러울 게 없어 태무심하더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바로 무소속 양산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 그 뿌리를 찾아 삭근(削根)하는 일이다.

처방전부터 먼저 제시하자면, 실종된 지방선거를 온전히 찾아와야 한다는 게 6·13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지방의 소명이다. 선거를 거듭할수록 심해지는 공천 불복 소동이 반면교사이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지방의 각성도(覺醒度) 역시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시점적 호기이기도 하다. 이전의 지방선거 역시 중앙당의 대리전이었다는 점에서 지방선거에 ‘지방’이 없는 선거이긴 마찬가지였다. 당에 대한 충성도를 염려해 3선 도전 단체장들에게 교체지수를 적용해 공천에서 배제하는 건 누가 봐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사천(私薦)이다. 지방선거와 지방정치가 이처럼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손아귀에서 독립하지 못하는 한 자치는 단 한 발짝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정치 압사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정당의 독재와 만나게 된다. 정당의 민주화는 민주적 공천은 물론 지방자치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우리 정당의 현주소는 87년 체제 이후에도 비민주의 틀에 갇혀 있다. 정당의 비민주성, 정강정책보다는 대권주자급 실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사당(私黨)적 구각(舊殼)은 여전히 공고하다. 외양상으로는 YS, DJ 등 양김으로 대표되는 1인 보스 중심의 독재정당은 더 이상 출현하기 어려운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그러나 ‘친이’ ‘친박’ ‘친문’ ‘친홍’ 등 미들급 수준의 계파 보스가 헤비급 양김을 대체했을 뿐 실체와 실속이 달라지진 않았다. 금배지들은 계파 보스의 우산 아래 안주하고 지방 토호들의 고혈에 빨대를 꽂고 달콤함을 만끽하기에 여념이 없다.

무소속 연대가 아니라 지방의 연대가 답이다. 무소속이 당선돼 전에 소속됐던 정당으로 도로 돌아가는 건 무소속이 아니다. 그건 탈당 명분에 반하는 공약 파기이자 해당 정당에 대한 응징표를 던진 유권자들에 대한 배신이다. 당선돼서 재입성하겠다는 건 한국당 이중대임을 자처하거나 사이비 무소속을 자인하는 코미디다. 바른당과 한국당을 오락가락한, 응징당해야 할 철새 정치인들의 전형은 김성태 원내대표를 비롯한 14인의 한국당 국회의원만으로도 차고 넘친다. 심판받아야 할 선수가 심판 행세를 하며 공천권을 휘두르는 꼴이다. 스스로 공천권을 내려놓지 않으면 박탈해야 한다.

선거제도와 정당법 개혁은 개헌보다 중요하다.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은 정치의 탈(脫)중앙과 정당의 민주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선거 때마다 재현되는 무소속 돌풍 여부보다 이제는 국회의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지방정치의 독립 방안 마련이 더 요긴하다. 무소속이면 혼자서 갈 일이지 연대라니, 앞뒤가 안 맞고 모순 어법이다. 판단과 지지 여부야 유권자의 몫이니 차치하고, 지방은 무소속보다는 지방연대의 기치를 올리자.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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