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국회 ‘무노동 42일’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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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7   |  발행일 2018-05-17 제31면   |  수정 2018-05-17

농성·단식·막말·폭행으로 점철됐던 국회가 대치 상황을 풀고 가까스로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하지만 장기 국회 파행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찮다. 40일 넘게 개점휴업 상태로 보내면서 개헌 논의 열기는 식었고 미세먼지관련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은 먼지가 쌓였다. 심의에 통상 2주일은 걸리는 3조9천억원 규모의 추경도 18일 본회의 처리에 맞추려면 졸속심사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42일간 식물국회에도 불구하고 ‘무노동 유임금’을 고수하며 세비(歲費)를 챙긴 의원들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싸늘하다.

올해 국회의원 한 사람이 받는 연봉은 상여금을 포함해 1억4천만원에 달한다. 여기다 의정활동 지원비, 사무실 운영비 등 예산으로 지원되는 각종 경비를 합치면 의원 본인에게 지급되는 금액만 통틀어 2억3천만원이 넘는다. 이게 다가 아니다. 보좌진 10명의 인건비를 포함하면 의원 한 명에게 국고서 지원되는 예산 규모는 어림잡아도 7억원가량은 된다. 그러나 막대한 혈세 투입에 상응하는 생산성을 발휘하는지는 의문이다. 4월 임시국회가 빈손으로 끝났지만 294명의 의원은 세비로 34억원에 가까운 돈을 받았다. 5월 임시국회도 10여일 파행한 점을 감안하면 40여일간 법안 한 건 처리 없이 40억원이 넘는 세비를 챙기는 셈이다. 이러니 국회의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라는 국민 청원에 22만명이 넘는 동의자가 나오고 세비 반납 요구가 쏟아지는 것이다.

국회가 법정기한 내 원구성을 못 하거나 파행으로 본회의·상임위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 수당 등 지급을 금지하는 법안 제출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 있었다. 2008년·2009년·2012년에 이어 2014년에도 발의됐으나 논의조차 제대로 못 하고 폐기됐다. 2012년에는 당시 민주통합당이 소속 의원 127명 명의로 의원 세비 30%를 반납하는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대선이 끝나자 없던 일로 해버렸다. ‘그들만의 리그’다 보니 당연한 결과였다.

여야는 이번 42일간의 장기 국회 파행에 성난 민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직무유기에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들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데 찬성한 국민이 81.3%나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이참에 국민소환제 도입,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수당 심의 별도기구 설치 등 무소불위 국회 권력을 견제하고 효율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 마련을 국민의 이름으로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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