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화의 패션 스토리] 모자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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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1   |  발행일 2018-05-11 제40면   |  수정 2018-05-11
거리에서도 휴가지에서도 패션 끝판왕

모자는 더 이상 머리카락을 보호하고 미처 머리를 감지 않았을 때만 착용하는 아이템이 아니다. 올해 봄과 여름, 스타일을 드라마틱하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이제는 모자로 멋을 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볼 캡
버버리 체크 패브릭, 세계 패션블로거 착용 인기
시크한 느낌 테일러드 재킷·실크 드레스와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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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버리 볼 캡

일명 ‘야구 모자’라고 불리는 볼 캡은 지난 시즌 발렌시아가의 런웨이를 시작으로 인기를 끌면서 이번 시즌 역시 다수의 디자이너들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버버리. 디자인 디렉터 크리스토퍼 베일리는 버버리에서의 마지막 쇼를 준비하며 아카이브에서 찾은 오리지널 체크 패턴 패브릭으로 볼 캡을 제작했고 이 모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패션 블로거들이 착용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패션 피플에게 큰 인기몰이 중이다. 특히 컬렉션 속 런웨이 모델은 버버리 체크 패턴의 캡에 화려한 메탈 이어링을 착용하고 동일한 패턴의 트렌치 코트를 매치하여 과거와 현재의 조화를 이룬 듯한 생경한 아름다움을 선사하였다.

그 외에도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의 타계 20주기를 맞아 펼쳐진 헌정 패션쇼에서는 1990년대 베르사체의 전성시절 자주 선보였던 가죽 소재에 화려한 골드 메두사 장식의 버클이 달린 캡과 청청 패션(청바지에 청셔츠 혹은 청재킷을 조합한 패션)을 선보여 보는 이로 하여금 1990년대를 연상시키게 하였다. 그런가 하면 헝클어진 머리에 캡을 쓰고 마치 거리를 방황하는 비행 청소년과 같은 이미지를 선사한 비비안 웨스트우드까지, 중성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볼 캡을 최근에는 시크한 느낌의 테일러드 재킷이나 드레시한 실크 드레스와도 매치하는 등 다양하게 연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밀짚모자
올 시즌, 머리∼어깨까지 내려오는 넓고 긴 챙
몽환적 분위기 라피아 햇, 개성넘치는 스타일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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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쏘니 밀짚모자

햇살이 따스해지는 봄·여름이면 언제나 그렇듯 밀짚모자는 우리 곁을 찾아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특유의 소녀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져버린 듯하다. 올봄 선보이는 밀짚모자는 머리에서 어깨까지 내려오는 넓고 긴 챙(브림)이 특징이다. 그중 미쏘니는 이런 트렌드를 가장 잘 반영한 브랜드로, 어깨까지 내려오는 넓고 큰 챙을 반쯤 접어 헤어피스처럼 연출했는데, 동일한 컬러의 질감이 비슷한 느낌의 니트 드레스와 매치해 더욱 조화를 이룬 듯했다. 구찌는 우리나라 고유의 갓이 연상되는 라피아 햇으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더한 창의력을 보여줬고, 돌체 앤 가바나는 비비드한 느낌의 형형색색 스트로를 수공예로 엮어 스트라이프 패턴을 완성한 디자인으로 고대 부족의 화려한 장신구를 연상시키게 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약간 과장된 실루엣의 젠더리스 의상에 농부들이 착용할 것 같은 라피아 햇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이끌어 브랜드 특유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링을 선보이기도 하는 등 이번 시즌 라피아 햇의 변신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다채롭다.

◇ 버킷햇
블루·오렌지 강렬한 컬러로 여행자 룩 연출
시원한 바닷가 연상, 블루 그러데이션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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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버킷햇

‘벙거지 모자’로 유명한 양동이 모양의 버킷햇. 주로 방수 가공한 패브릭으로 만들어 아웃도어 룩의 필수품으로 꼽히는 이 모자가 트렌드 대열에 합류했다.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초췌한 얼굴과 헝클어진 머리를 가리기 위해 자주 애용하던 벙거지의 신분 상승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블루·오렌지 등 강렬한 컬러와 프린트가 이목을 끄는 가운데 중앙 패치와 밴드를 장식한 아웃도어 무드의 니트 버킷으로 말괄량이 여행자 룩을 연출한 로에베, 브랜드 특유의 플라워를 프린트한 투톤 컬러 러플 드레스에 악어가죽 소재의 보라색 버킷햇으로 포인트를 준 겐조, 시원한 바닷가를 연상시키는 블루 그러데이션 니트에 잎사귀 프린트 스커트를 매치하고 같은 패턴의 버킷햇으로 마무리를 해 휴가를 떠난 도시 여성의 룩을 완벽하게 연출한 마이클 코어스의 컬렉션도 눈여겨볼 만하다. 또한 디자이너 마시모 조르제티가 수장으로 있는 MSGM은 옐로·블루·레드 등 강렬한 컬러와 패턴을 믹스한 다수의 아이템을 선보였는데, 그중 오렌지 패턴의 아우터와 같은 컬러의 버킷햇을 매치해 화려하면서도 감각적인 스타일링을 연출했다.

◇ 베레모
디올, 망사 덧대 관능적 페미니스트 이미지 선봬
생로랑, 세련된 히피룩에 아트 피스 연상 베레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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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의 망사 덧댄 베레모

파리지앵을 상징하는 모자인 베레모는 2017년 가을·겨울 시즌부터 다시 인기몰이 중인데, 그 중심 축은 디올이 이끌었다. 디올의 크리에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는 지난 시즌 가죽 소재에 이어 이번엔 망사를 덧댄 베레모를 선보였는데 이는 시스루 블라우스 또는 드레시한 슬립 롱 드레스에 매치해 관능적인 페미니스트 이미지를 이어갔다. 한편 오랜 시간 이탈리아를 대표하고 있는 브랜드 엠포리오 아르마니에서는 깔끔한 이미지의 커리어 우먼 룩에 원석 장식이 돋보이는 화이트 컬러의 니트 베레모를 선보여 센스 있으면서도 활동적인 이미지를 더했다. 생로랑은 주얼 장식의 블랙 시스루 블라우스에 블랙 파워 숄더 재킷과 쇼츠를 매치한 세련된 히피 룩에 조각가의 아트 피스를 연상시키는 작은 베레모를 선보였다.

패션저널리스트 mihwacc@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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