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낚시시대/손맛] 가와무라 고타로의 현장레슨 - 산란 후 배스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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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11   |  발행일 2018-05-11 제38면   |  수정 2018-05-11
네가지 色 발산 ‘콰트로 섀드 웜’ 돌 틈 배스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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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낚아낸 굵은 배스를 수면 위로 띄워 올리고 있는 가와무라 고타로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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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추전

섬진강 상류(전북 임실군 신평면 용암리 주변)에서 30㎝급 배스 낱마리를 확인한 후 완주로 이동, 구이지에서 허탕을 쳤다. 지난 4월28일 점심 식사 후 우리가 찾아간 곳은 전주천 하류. 소설가 김훈이 ‘가장 자연에 가까운 강’이라고 표현한 만경강의 중류 샛강이 바로 전주천이다. 오후 2시. 만경강 삼례교와 하리교 사이로 흘러드는 전주천변의 오후는 화창했다.

전주천변의 오후
연안 끝자락, 바닥층 공략 루어 호핑
먹이활동 시간 지난 한낮 45㎝급 걸어
산란후 알자리 지키고 있는 배스 수컷
먹이활동은 안해 예민해진 습성 공략
호기심·반사적 공격, 섀드웜으로 유발
물속 푸른색·붉은색·노란색·흰색 비춰
영역 안 들어온 불청객향한 리액션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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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트로 섀드 웜의 현란한 움직임에 유혹된 배스.

◆산란 후(post spawn) 알자리 주변의 수컷들

가와무라 고타로 프로(일본 다이와 필드테스터)는 풀숲을 헤치고 걸어가더니 연안 끝자락에서 멈춘다. 테클박스에서 그가 꺼낸 건 스몰 러버지그(Rubberjig). 연안선을 따라 물속으로 길게 깔려있는 석축을 향해 하류 쪽으로 캐스팅한다. 러버지그가 바닥에 닿은 후에는 살짝살짝 호핑 액션을 준다.

참고로 러버지그는 배스낚시용으로 개발된 루어의 한 종류로 주로 바닥층 공략에 사용하는데, 사용 빈도가 꽤 높은 루어이다. 지그헤드에 러버(연질고무) 재질의 스커트가 부착된 루어로 밑걸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의 가드가 부착되어 있는 것도 많다. 생김새가 물고기도 아니고 벌레도 아닌 것이 먹잇감과는 동떨어진 형태를 하고 있는데, 물고기(특히 배스)의 식욕보다는 호기심과 반사적 공격 등을 유발하는 루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루어를 사용할 때는 사용자의 감각과 상상력을 동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주로 바늘에 각종 웜을 트레일러(Trailer)로 부착해 사용한다.

그 순간, 가와무라의 낚싯대가 확 휜다. 낚싯대는 하늘을 향해 역 U자를 그린다. 이윽고 모습을 보인 놈은 45㎝급 배스. 피딩타임(먹이활동 시간)이 훨씬 지난 한낮에 런커급을 걸어낸 거다.

“산란을 마친 배스 수컷들이 알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요.”

가와무라가 손가락으로 물속을 가리킨다. 석축 사이사이로 시커먼 물고기 몇 마리가 보인다. 죄다 배스다. 그것도 대부분 40㎝가 훌쩍 넘어가는 씨알들이다.

가와무라는 하류 쪽으로 몇 발짝 이동한 후 다시 연안선을 따라 채비를 날린다. 돌 틈 사이로 루어를 집어넣었다 살짝 빼낸 후 릴링. 서너 번 같은 액션을 연출한다. 다시금 낚싯대가 확 휘더니 수면 위로 배스 한 마리가 튀어 오른다. 바늘털이. 그런 배스의 강한 몸부림에도 주둥이에 정확히 박힌 바늘은 빠지지 않는다. 이번 것은 아까 것보다 좀 더 씨알이 굵다. 그런데 낚아낸 배스의 주둥이에 걸려있는 건 좀 전의 그 루어(스몰 러버지그)가 아니다. 작고 반투명한 물고기 모양의 웜이다. 채비는 다운샷.

러버지그로 첫 입질을 받았으면 계속 같은 루어를 쓰는 게 일반적인데, 가와무라는 그새 루어를 바꾼 것이다. 이유가 있었다.

“알자리를 지키는 배스는 예민해져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피딩타임도 아닙니다.”

알자리를 지키는 배스는 거기서 먹이활동을 하지 않는다. 알자리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불청객이 있으면 그걸 공격한다. 이런 배스의 습성을 십분 활용한 루어가 바로 작은 섀드웜이라는 게 가와무라의 설명이다.

◆물속에서 4가지 색을 띠는 웜

“처음 보는 루어네요. 이름이 뭔가요?”

가와무라가 쓴 섀드웜은 2인치 정도 길이의 피라미 모양을 한 반투명 웜이었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런 웜을 본 적이 없었다.

“콰토르 섀드.”

가와무라가 막 배스 주둥이에서 떼어낸 루어를 내밀며 말한다.

‘뭐…? 콰토르…?’

이게 무슨 소리? 콰토르라니? 일본 사람들의 영어 발음은 사실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 때가 많다. 나는 옆에 있는 김종필 한국다이와 마케팅 차장에게 확인을 해 본다.

“콰토르가 무슨 뜻이죠?”

돌아온 대답은 뜻밖이었다.

“아, 저 루어요. 저건 아직 한국에 출시가 안 된 겁니다. ‘사(4, 四)’ ‘네 가지’라는 뜻이에요.”

김 차장의 답을 들은 나는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4 혹은 네 가지?’ 내가 무식한 건가 싶었다. 혹시 쿼터(1/4)를 잘못 말한 건가 싶었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가와무라가 말한 ‘콰토르’는 스페인어 ‘Cuatro’의 일본식 표현이었다. 콰토르는 스페인 말로 ‘넷’이라는 뜻. 스페인 발음으로 적자면 ‘꽈뜨로’이고, 우리글로 옮겨 적는다면 ‘콰트로’쯤 될 것이다.

어쨌든 이날 가와무라가 전주천에서 마릿수 런커를 낚아낼 때 쓴 웜의 이름은 ‘콰트로 섀드’였다. 그런데 왜 하필 그 이름이 콰트로일까?

“이 웜은 물속에서 네 가지 색깔로 보입니다. 푸른색, 붉은색, 노란색, 흰색.”

가와무라 프로의 말을 듣고 나는 다시 자세히 콰트로 섀드 웜을 살펴봤다. 5㎝ 전후 길이의 이 작은 섀드 웜은 얼핏 보기에는 흰색이지만 이리저리 돌리며 햇볕에 비춰보면 푸른빛, 붉은빛 등이 살짝살짝 비쳤다. 가와무라의 설명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웜은 돌 틈 사이에 들어가면 배스의 눈에 잘 띄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건 배스의 눈에 쉽게 띕니다. 그리고 다양한 액션을 연출할 수 있어요. 보통은 이렇게 돌 틈의 그늘 쪽에 넣어서 배스를 유혹합니다.”

◆다운샷 채비로 리액션 바이트 유도

가와무라는 콰트로 섀드를 쓸 때 1.8g짜리 싱커를 웜의 10㎝ 정도 아래에 달아 다운샷 채비로 공략하는 게 정석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 그는 2.6g 싱커를 썼다. 이유가 있었다.

“리액션 바이트(reaction bite)를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날 전주천 배스는 산란을 마친(post spawn) 상태였다. 콰트로 섀드에 좀 더 무거운 싱커를 달면 그 작은 피라미 모양의 웜은 돌 틈 사이로 빠르게 내려간다. 그런 후 낚싯대를 살짝 올려쳐주는 호핑액션을 주면 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웜이 톡 튀어 올랐다가 다시 바닥 석축에 부딪친다. 표면이 작고 부드러운, 그리고 네 가지 색을 발산하는 콰트로 섀드는 이때 불규칙한 움직임을 보이기 마련. 배스 입장에서는 상당히 거슬리는 ‘불청객’이 자신의 영역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을 귀찮게 하는 셈이다. 이것이 배스에게 리액션 바이트를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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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무라의 이런 설명은 사실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배스의 공격본능을 자극해서 입질을 받아내는 기법 중 하나가 바로 리액션 바이트다. 이건 웬만한 배스낚시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배스의 리액션 바이트를 유도하기 위한 루어는 소프트 베이트(Soft bait·웜)보다 하드 베이트(Hard bait)라는 게 정설처럼 알려져 있다. 실제로 많은 꾼들은 크랭크 베이트나 펜슬 베이트 같은 딱딱한 루어로 배스의 리액션 바이트를 유도한다. 크랭크 베이트 같은 딱딱한 루어를 일부러 수몰 나무 둥치나 큰 돌 등에 부딪치게 해서 루어가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움직임을 만드는 것이다. 배스는 이때 그 루어를 공격하고, 이런 기법을 리액션 바이트를 유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날 가와무라가 선보인 섀드 웜을 이용한 리액션 바이트 유도기법은 소프트 베이트로도 충분히 그걸 구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가와무라는 이날 전주천 연안 1㎞ 구간을 하류 쪽으로 탐색하면서 계속 런커급 배스를 낚아냈다. 연안을 따라 물속에 잠겨있는 크고 작은 돌 사이에는 어김없이 40~50㎝급 배스들이 숨어 있었고, 가와무라는 그 포인트들을 직격해냈다.

물론 웜 낚시만 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는 크랭크 베이트로 연안선을 훑으면서 서너 마리의 런커를 더 확인한 후 낚싯대를 접었다.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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