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오페라의 대중화를 바라며

  • 김수영
  • |
  • 입력 2018-05-10   |  발행일 2018-05-10 제39면   |  수정 2018-05-10
[영남타워] 오페라의 대중화를 바라며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우선 이 말부터 시작해야겠다. ‘오페라의 유령’은 뮤지컬이다.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뮤지컬 중 하나다.

왜 이 말부터 꺼냈을까. 사람들이 흔히 ‘오페라의 유령’을 오페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어떤 이가 “멋진 오페라를 봤다”며 “역시 사람들이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그때 나는 친한 분이었다면 “오페라가 아니라 뮤지컬”이라고 말했을 텐테 그리 친분이 두텁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난감하게 나에게 그 작품을 봤느냐, 본 소감이 어떠했느냐며 질문공세를 이어갔다. 끝까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재미있게 봤다”고만 했다.

사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뮤지컬이 아닌 오페라로 아는 이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다. 이런 착각은 오페라와 뮤지컬이 외형상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두 장르 모두 음악, 연극, 무용, 미술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간 종합예술인 데다 음악, 연극이 특히 주요한 요소로 작동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오페라를 소재로 한 것인 데다 제목에도 오페라가 들어가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오페라인 것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오페라가 아닌 뮤지컬이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차이점은 여러 가지인데 일반적으로 오페라는 음악적인 요소, 뮤지컬은 연극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오페라는 주역을 가수라 부르고, 뮤지컬은 배우라 칭한다. 오페라는 수백년의 역사를 가진 고전음악극이라면, 뮤지컬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해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현대음악극이라 할 수 있다.

‘오페라의 유령’에 대한 이런 혼란은 관객들의 예술적 정보가 부족한 이유도 있겠지만 아직 오페라가 널리 대중화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오페라의 입장료가 만만치 않은 데다 오페라를 어려운 예술로 느끼는 이들이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오페라의 대중화가 절실하다. 10만원이 넘는 뮤지컬은 부모의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들까지 용돈을 절약해 관람하는데 오페라는 비교적 나이가 많은 분들이 즐긴다. 오페라의 관람층이 아직 가족단위로 즐기는 뮤지컬보다 제한적인 것이다. 이런 오페라가 가진 한계를 깨는 것은 결국 대중화다. 오페라가 대중화된다면 가격 부담, 어렵다는 편견은 자연스럽게 깨어질 것이다.

기자 역시 뮤지컬을 먼저 접한 후 오페라를 처음 봤을 때는 지겹다는 생각을 하고 공연장에서 슬쩍 잠에 빠지기도 했다. 아마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이들 상당수가 겪는 경험일 것이다. 가격도 제법 비싼 데다 화려한 포스터 등을 보니 무언가 거창할 것 같아서 관람을 오기는 했는데, 이탈리아어 등으로 부르는 노래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음악도 뮤지컬에 비해 드라마틱한 맛이 부족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모든 일이 고비를 넘기면 새로운 모습이 보이듯, 오페라도 처음에 느꼈던 그 지겨움을 극복하고 나면 뮤지컬과는 또다른 감동을 얻을 수 있다. 늦게 찾아오지만 오랫동안 이어지는 묵직한 즐거움이 있다.

이런 오페라의 즐거움을 알게 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오페라에 좀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얼마전 한 성악가가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오페라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렉처오페라’ ‘갈라오페라’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조언이다. 강의식의 렉처오페라는 해설이 있는 오페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갈라오페라는 오페라 유명곡들을 모아서 들려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동안 이런 시도들이 있었지만 이를 좀더 활성화시켜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

올해 한국오페라 70년을 맞아 대구라는 도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구는 단일극장으로는 최초로 오페라전용극장(대구오페라하우스)을 건립하고 전국 최초로 오페라축제(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열었다. 민간오페라단(대구오페라단)도 지방에서 처음으로 창단됐으며 시립오페라단(대구시립오페라단)도 전국에서 처음 생겼다. 이런 저력을 가진 만큼 오페라의 대중화는 그리 어려운 숙제는아닐 듯하다. 명실상부한 공연예술중심도시 대구를 꿈꿔본다.
김수영 주말섹션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