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좋은 사회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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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8   |  발행일 2018-05-08 제31면   |  수정 2018-05-08
[CEO 칼럼] 좋은 사회를 위하여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갈등의 시대라고 이야기한다. 어디를 가도 서로 아옹다옹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목소리가 커야 살아남을 수 있고, 힘을 과시해야 지지 않는다는 강박의식이 여기저기 보인다. 요령껏 하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는 생각부터,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 적이 되게끔 만들어가는 풍토에 이르기까지 세상살이의 삭막함도 여전하다.

과거 어려운 시절을 겪으면서 먹고살 만하게 되면, 사회는 건강해지고 사람들도 정직해지고 신뢰성 있는 사회가 될 것라고 생각했다. 속일 필요가 없는 사회로 갈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게 나타났다. 사회자본이라고 이야기하는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매우 낮다. 영국 레가통연구소가 201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한국은 142개국 중 69위에 불과했다. 대다수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중은 25%밖에 안 된다. 삶의 질도 낮다. OECD가 2017년 발표한 ‘더 나은 삶의 지수(BLI-Better Life Index)’를 보면, 한국은 조사대상 38개국 가운데 29위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삶의 만족도가 낮고 직무압박감이 높으며, 특히 서로의 지지기반이 되어주는 사회적 유대감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이 낮으면 소득격차로 인한 박탈감 확산으로 개인·사회 간의 갈등이 증가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경쟁압력이 높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 삶의 질을 측정하는 지수가 이러한 문제를 드러냈다면,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성장의 내용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전 세계가 국제적 경쟁사회로 진입되는 흐름 속에 스위스에서는 흥미로운 시도가 있었다. 2013년 기업 임원의 월급이 동일회사의 최저임금 노동자의 12배를 넘지 않도록 하는 규제안을 두고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다. 결과는 부결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런 법안이 발의된 사회라는 것이 놀랍고 국민들이 그것을 부결시킬 수 있는 지적인 토대와 힘이 있다는 것도 대단해 보였다.

우린 스위스만큼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주목할 만한 진단이 있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실천할 수 있는 것으로. 리처드 세넷(Richard Sennett)을 포함해 많은 학자들은 ‘좋은 사회’를 만드는 처방으로 일상에서의 새로운 삶의 훈련을 통한 ‘사회성’의 회복을 든다. 우린 모든 것을 돈으로 사기 때문에 돈만 있으면 사람들이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산다. 효용가치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고립과 단절 속에서 불안한 삶을 영위하면서 끈끈한 관계와 따스한 인간다움의 본성을 잃어버리고 있다. 이제는 각자도생의 메마르고 고립된 방식에서 신뢰하고 연대하는 삶의 방식으로 바꾸도록 노력해보고, 사회적 관계와 ‘더불어 사는 것’의 가치를 생활현장에서 복원하는 구체적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경제적인 경쟁에서 사회적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법칙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적어도 이런 사회적 게임에 유한한 인생의 전부를 투자하거나 그것만을 준거로 살지 않도록 사람들과 다른 시각을 이야기하고 사회적 지지기반을 만들 필요가 있다. 또한 경제적으로 다원화된 삶의 기회를 모두 얻을 수 없더라도 실존적으로 자기 나름의 삶의 의미를 개척하며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더 많이 발견되도록 할 수도 있다. 이러한 노력을 모아 우리 삶의 핵심적인 부분인 경제활동 및 경제적 방식 속에서 어떻게 공동체경제로 바꾸어낼 수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실험단계다. 청년들도 힘을 보탠다. 경북의 한 청년기업은 인구소멸지역 어르신들의 수작업으로 지혜가 엮인 반지와 팔찌 등을 만들어 팔면서 농촌치고는 괜찮은 소득과 할 일, 그리고 의미 있는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대구의 한 청년기업은 맞춤형 이미지를 담은 수제롤케이크를 학교 밖 청소년들과 같이 만들면서 진로체험도 하게 하고 자기 속 이야기도 하게 해 학교 밖 청소년의 미래에 대한 대안적 교육실험을 시도한다. 사업성은 아직 초기지만 우리 모두의 좋은 사회를 위한 실험이 요란하지 않게 지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재경 (<사>커뮤니티와 경제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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