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대통령 향한 환호와 民生苦의 엇박자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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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7   |  발행일 2018-05-07 제22면   |  수정 2018-05-07
실업률높고 소득 떨어져
서민 먹고살기 어려운데
여권 지지율은 고공행진
정부 이해, 기대와 함께
야당의 지리멸렬도 한몫
[송국건정치칼럼] 대통령 향한 환호와 民生苦의 엇박자

모레(5월9일)는 문재인 대통령이 조기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문재인 후보가 얻은 득표율은 41.08%. 유권자 10명 중 4명 남짓의 선택을 받았다. 박근혜 후보와 맞붙었다가 졌던 2012년 대선 때 받은 득표율 48.2%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럼에도 보수·중도 유권자표가 분산된 반면, 진보의 친노·친문표는 똘똘 뭉쳐 정권을 만들었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소수파 정권’으로 인식되진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 원내의석 수에서 제1당이었고, 박근혜정부를 무너뜨린 강력한 ‘촛불민심’이 뒤를 받치고 있었던 까닭이다. 여기다 새로 출범한 진보정권이 ‘적폐청산’을 1호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사정기관이 칼을 휘두르자 보수정권 9년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1년 동안 그런 과정을 거치며 보수는 더욱 숨을 죽였고, 모든 정치적 과실은 진보의 몫이 됐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1년 동안 대체로 70%대를 유지하며 고공행진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지금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정점을 찍고 있다. ‘리얼미터’는 5월 1주 차 지지율이 78.3%로 나왔다고 밝혔다. ‘한국갤럽’이 4일 발표한 조사에선 무려 83%로 나왔다(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지금은 문 대통령 지지자가 10명 중 8명꼴로 1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다. 물론 여기엔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찍지 않은 유권자들이 나라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현 정부에 거는 기대가 담겨 있다. 또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꾸준히 제기하는 것처럼 여론조사 기법상의 오류로 실제 민심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수치에서 약간의 오류가 있고 지역별로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큰 틀에서 민심의 상당 부분이 정부·여당에 기울고 있음은 분명하다. 문재인정부 들어 첫 전국 규모 선거인 6·13 지방선거를 40일가량 남겨둔 현재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한국갤럽’ 기준 55%로, 모든 야당을 합친 수치보다 높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이 정도의 지지율이라면 나라는 태평성대여야 한다. 국민의 살림살이가 넉넉하고, 교육이나 취업·결혼에 별 지장이 없어야 한다. 정서적으로도 집권층에 대한 반감이 거의 보이지 않아야 한다. 과연 그런가. 주관적인 편견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 최근 조선일보와 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49.4%는 ‘체감 경기가 1년 전보다 나빠졌다’고 답했다. ‘좋아졌다’는 응답은 11.8%에 그쳤다. ‘취업 시장이 나빠졌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절반을 넘어 51.6%였고, ‘나아졌다’(9.9%)는 두 자릿수도 안 됐다. 지표상으로도 올 3월 전체 실업률은 4.5%로, 3월 기준으론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청년실업률은 무려 11.6%에 달했다. 정서적인 측면에서도 ‘적폐청산 피로감’ ‘이미지 정치 식상감’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그럼에도 국민 대다수가 집권세력에 계속 마음을 두는 건 지난 1년에 대한 이해와 남은 4년에 대한 기대 때문 아닐까.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갑자기 실시된 조기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은 뒤 준비도 없이 보낸 1년을 그리 냉정하게 평가하진 않은 측면이 있다. 또 1년을 반면교사로 삼아 남은 임기 동안 제대로 해 달라는 당부도 담겨 있다. 그런 민심을 문재인정부가 직시하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당의 자살골로 승세를 이어가고 있음도 가볍게 보면 안 된다. 한국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지리멸렬하는 건 문재인정부에 천운이다.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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