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별난집 별난맛] 밥이 맛있는 식당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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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4   |  발행일 2018-05-04 제38면   |  수정 2018-05-04
윤기 좌르르 밥맛 좋은곳…메뉴 라인은 두말하면 잔소리!
밥은 곧 몸이다. 예전에는 밥이 상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빵이 상전인 세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영양학자들은 그래도 한국인들에겐 아직 밥의 힘이 생명의 힘, 그것의 원천임을 강조하고 있다. 어느 순간 밥이 괜찮은 식당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푸석푸석하고 진기가 전혀 없는 밥, 꼭 고두밥 같은 밥을 보면 식욕이 떨어진다. 예전 어른들은 늘 소고깃국에 이밥(쌀밥)을 먹고 죽었으면 원이 없겠다고 푸념처럼 말했다. 그만큼 쌀밥 한 그릇은 보석처럼 귀했다. 하지만 이젠 쌀밥은 조금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반찬이 주인 행세를 하는 나날. 그래서 우리 몸은 더 성인병에 노출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역에도 괜찮은 밥을 내는 식당이 더러 있다. 달성군 가창면 삼산리 ‘큰나무집밥’은 재밌는 밥을 낸다. 여자와 남자를 위한 여자밥과 남자밥을 구분해 낸다. 또한 앞산 고산골에 가면 이런저런 보리밥집이 모여 있다. 남구 대명9동 ‘김치단지’는 항상 찰기가 흐르는 자줏빛이 감도는 흑미밥을 낸다. 이번 주엔 이면에 숨어 있는 밥이 괜찮은 식당을 3군데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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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상 ‘능이버섯 한우전골’
▲대감상 (053)768-9988

모든메뉴 갓 지은 밥, 포실하고 씹을수록 고소
담백한 생선 모둠구이·기분좋은 단맛 갈치찌개


밥알이 살아 있고 반짝거리면서 윤기가 있다. 포실포실한 솥밥이 나온다. 도정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쌀로 밥을 했다. 밥만 먹어도 괜찮을 것 같다. 씹을수록 고소하다.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정도다. 무슨 메뉴를 시켜도 갓 지은 밥을 낸다. ‘능이버섯 한우전골’은 향이 독특하다. 미식가들 사이에 ‘1 능이, 2 송이, 3 표고’로 불릴 만큼 버섯 중에서는 아삭하고 쫄깃한 능이버섯을 최고로 친다. 씹는 식감과 맑은 국물 맛이 깊이가 있다. 푸짐하게 들어 있는 능이버섯은 고기처럼 씹히는 맛이 인상적이다.

능이버섯은 향이 특별하여 ‘향버섯’으로도 불린다.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탁월하다.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여 혈관건강에도 좋다. 무엇보다도 소화를 잘 시켜주고 저칼로리라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이 집의 메인메뉴는 ‘생선구이’와 ‘갈치찌개’다. 생선 모둠구이는 국민생선인 갈치·조기·가자미·고등어를 노릇노릇 구운 4종 세트를 도마에 얹어 내온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수분을 그대로 머금은 촉촉한 생선 한 점을 밥 위에 척 올려 먹으면 꿀맛이다. 비린 맛이라고는 없다. 고등어는 윤기가 좔좔 흐른다. 꼬들꼬들하지만 기름진 맛이다. 불포화지방이 많아 부드럽고 밀도감까지 있다. 바삭한 껍질까지 맛있다.

갈치의 토실토실한 속살은 단단한 듯하지만 부드러운 치즈 같은 식감이다. 담백함과 고소함이 남다르다. 젓가락이 닿자마자 비린내 없이 맛있는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살이 오른 조기구이는 꾸들꾸들한 느낌이다. ‘사람의 기운을 북돋워준다’는 의미로 조기(助氣)라고 명명됐다. 기분 좋은 단맛도 느껴진다.

이 집의 모든 생선은 저염 상태로 숙성하여 기름 없이 굽는다. 고춧가루와 마늘을 팍팍 넣은 갈치찌개는 끓일수록 걸쭉해진다. 국물과 간이 잘 밴 야들야들한 갈치는 너무 짜지 않아 좋다. 푹 익은 무까지 별미다. 남은 잘박한 국물에 밥을 비벼 먹어도 좋다. 제철 재료로 장만한 12가지 밑반찬도 인기가 있다. 마무리는 솥밥. 배가 불러도 솥밥의 밥을 다 덜어내고 그 공간에 물을 부어놓는다. 밥알이 불어 묘한 식감을 준다. 밥알이 씹히는 숭늉은 배가 불러도 꼭 먹어야 된다. 입식 구조의 넓은 홀과 몇 개의 별실로 되어 어르신 모시기 좋은 곳이다. 수성구 청수로 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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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새우집 ‘멍게비빔밥’
▲간장새우집 (053)477-0077

갓 잡은 멍게·날치알·채소, 따뜻한 밥과 앙상블
간장돌게장·간장새우·어리굴젓백밥 마니아 손님


쌉싸름하면서 비린 듯하지만 비릿함이 오히려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는 게 ‘멍게비빔밥’. 먹기 좋게 한입 크기로 멍게를 자르고 연한 양념으로 밑간만 했다. 멍게 자체의 짭조름한 단맛 때문에 다른 양념이 필요 없다. 강한 양념은 역효과를 낸다. 오히려 바다의 향을 덮어 버릴 우려가 있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듯한 오렌지 색의 멍게 속살에 빨간 날치알과 채소 몇 가지 올린 게 전부다. 여기에 참기름 한 방울을 곁들인다. 숟가락보다는 젓가락으로 비벼야 쌀알이 부서지지 않고 따뜻한 밥과 차가운 멍게 살의 충돌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기분 좋게 짠 듯한 맛과 은은한 단맛이 섞여 앙상블을 이룬다. 미역국 한 그릇과 곁들이면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울 수 있다.

이 집은 건강한 이색메뉴인 간장돌게장백밥·간장새우백밥·양념게장백반·어리굴젓백밥·코다리회덮밥·생연어덮밥 때문에 마니아들이 부쩍 많이 찾는다. 손질한 돌게장을 달여 식힌 양념간장을 부은 간장돌게장백반. 씨알은 작지만 살과 알이 제법 단단하다. 짭조름한 단맛까지 난다. 게딱지와 살을 발라내고 간장 몇 숟가락 끼얹고 생계란에 버터까지 곁들여 쓱쓱 비빈다. 고소하면서 입안에서 번지는 짭쪼름한 맛과 함께 부드럽고 촉촉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은은한 바다 향이 감칠맛 난다. 어리굴젓은 싱싱한 생굴에 소금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를 버무린 젓갈이다. 충청도 음식이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찬으로 먹어도 맛있다. 뜨거운 밥에 올려 쓱싹 비벼 먹어도 별미다. 얼얼할 정도는 아니지만 매콤한 여운을 남긴다.

우유 빛깔의 사골 국물처럼 진한 ‘진 황태국’은 푸석거림 없이 쫀득한 맛이 특징이다. 전날 과음이라도 했다면 더부룩한 속을 보듬어 주는 해장국으로도 좋다.

‘코다리회덮밥’은 푸짐한 채소에 내장을 뺀 명태를 반건조한 코다리를 손가락 크기보다 작게 썰어 소금과 양조 식초에 절여 두었다가 물기를 꼬옥 짜고 매콤한 양념이 충분히 배도록 버무려 밥 위에 올렸다. 꼬들꼬들 씹힌다. 깔끔하고 매콤한 맛이다. 동네의 자그마한 집이지만 별스러운 메뉴에 별난 맛으로 혼자 식사해도 부담이 없는 단골이 많은 곳이다. 남구 봉덕로 29길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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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내린 초록 콩나물밥 ‘콩나물밥’

▲빛내린 초록 콩나물밥 (053)763-0760


사각사각 씹히는 콩나물밥, 양념 밴 통통한 밥알
육회·주꾸미볶음 추가주문, 비벼 먹는 별미 즐겨


햇빛 아래 자란 콩나물이 인상적인 식당이다. 시루에 짚과 검은 천으로 덮어 키운 노란 콩나물이 아니다. 시루를 열어 놓고 햇빛을 받고 자란 ‘초록 콩나물’이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과 구수한 맛이 유별나다. 노랑과 파랑의 중간쯤 되는 초록색이 음식에 섞여 눈을 즐겁게 한다. 아스파라긴산과 비타민 함량이 노란 콩나물보다 월등히 높다. 머리와 줄기가 초록과 연둣빛이 난다. 기존 콩나물보다는 조금은 작다. 콩나물은 밥상에서 항상 조연이다. 그러나 이 집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인 셈이다.

이 집의 ‘초록콩나물밥’은 갓 지은 사각사각 씹히는 콩나물밥을 밥알이 부서지지 않게 젓가락으로 양념장을 넣고 얌전하게 골고루 섞이게 비벼서 먹어야 한다. 연하고 부드럽다. 씹히는 느낌도 없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간다. 달고 기름진 맛에 찌든 입맛에 자연의 맛을 준다. 양념이 밴 통통한 밥알이 차지다. 쫄깃함과 고슬고슬한 맛의 중간이다. 진한 멸치 향이 우러나는 시래깃국과 곁들이면 구수한 냄새까지 푸근함을 준다.

윤기가 좌르르 도는 밥은 한 알 한 알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 나온다. 콩나물밥 한 그릇만으로도 열 반찬 부럽지 않다. 콩나물밥에 간장을 베이스로 하는 다진 청양고추가 들어간 양념장만 넣든지, 감칠맛의 일본 종합 화학조미료 격인 ‘시치미’를 솔솔 뿌려 먹어도 좋다.

이 집은 콩나물육회나 콩나물주꾸미볶음비빔밥 또한 별미다. 대부분 육회나 주꾸미볶음을 추가로 주문해서 비벼 먹는다. 육회를 곁들여 비벼 먹는 맛은 고소하고 짭조름함을 더한다. 육회에 은은하게 매운맛을 냈다. 계란 노른자와 배는 들어가지 않는다. 너무 묽지도 뻑뻑하지도 않다. 즉석에서 조물조물 양념해서 낸다. 입에 넣자마자 녹아내리는 듯한 차분하고 얌전한 맛이다.

평범한 한 끼 식사로만 생각되는 콩나물밥이 여기선 더욱 고급스럽고 든든하다. 불의 향기가 확실한 주꾸미볶음은 매콤하지만 달짝지근한 감칠맛이 스며 들어가 있다.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주꾸미와 콩나물밥이 의외의 컬래버레이션이 되어 더욱 별스러운 맛이 형성된다.

이 집은 그리 넓지는 않지만 레스토랑 같은 분위기다. 종업원이 주문받고 음식을 내주는 집이 아니다. 터치스크린에서 주문과 결제를 하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직접 들고 수성못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이색적인 곳이다. 수성구 수성못길 22.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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