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우왕좌왕 교육부의 앞날은?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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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2   |  발행일 2018-05-02 제30면   |  수정 2018-05-02
대학입시·수능제도 개편 등
교육부 정책결정 우왕좌왕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
교육부 폐지론 다시 떠올라
체질 개선은 불가피해졌다
[동대구로에서] 우왕좌왕 교육부의 앞날은?

현 정부에서 실망스러운 평가를 받는 부처 가운데 교육부도 포함된다. 급작스럽게 들어선 정부지만 적폐를 청산하고 시대에 부응하는 개혁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유독 교육부는 여전히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7월 김상곤 교육부장관이 취임할 때 교육계는 기대가 많았다. 김 장관이 진보적인 교육개혁을 이끈 사람 가운데 한 명인 데다 전문성도 갖추고 있어 전 정권에서 만신창이가 된 교육부를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적임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취임 초기 인적 청산과 더불어 국정역사교과서 추진과정을 진상조사해 폐기하고 관련자들을 수사의뢰한 것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개혁조치다. 그 이후 교육부는 교육개혁은커녕 새로운 적폐라고 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학입시를 앞두고 전형료 인하를 밀어붙이고, 올해 대학 입학금 폐지를 강력히 추진할 때부터 좀 의아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입시 전형료 자체가 얼마 되지 않아 인하한다고 해도 큰 정책효과도 없는데 교육부가 행정력을 남발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입학금 폐지도 마찬가지였다. 국공립대는 원래 입학금이 얼마되지 않는 데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손실을 교육부가 보전해주겠다고 하는데 폐지를 반대할 명분이 별로 없었다. 문제는 사립대였다. 재정여건이 좋지 않은 사립대는 당연히 반발했다. 그런데 교육부는 지난 정부까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행정력’ ‘조정력’을 발휘해 사립대의 항복을 받아냈다. 교육부의 ‘행정력’ ‘조정력’이라는 것이 각 대학이 정부 정책에 부응하면 각종 재정지원사업 평가 때 손해보지 않게 해주겠다는 것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교육부 탄생부터 지난 정부까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정권교체에 관계없이 교육마피아는 굳건한 것이 바로 눈에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행정력’과 ‘조정력’ 덕분이었다.

그래도 전형료 인하와 입학금 폐지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교육부 처지에서 개과천선의 심정으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려했다. 전형료 인하나 입학금 폐지가 궁극적으로 학생이나 학부모가 혜택을 받는 만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기도 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진짜 중요한 일은 안하고 얄팍한 정책으로 정권의 호감을 사려는 것 같아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았다.

그런데 2021·2022학년도 대학입시 정책, 초등학교 한자병기,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를 비롯한 일련의 정책 혼선은 교육부가 교육집행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특히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는 교육행정에서 대학입시제도가 가지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런데 교육부는 자체 개편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기는 이상한 행보를 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한자병기나 유치원과 어린이집 영어교육 금지는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여론의 저항이 심하자 유야무야시킨 것인데 이 또한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일들이다.

교육부의 이런 행보를 굳이 이해하려 한다면 6·13 지방선거가 한 요인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교육정책은 민감한 사안인 만큼 진보적 어젠다를 밀어붙일 경우 지방선거 악영향을 우려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교육부 내 이견이다. 장관과 교육관료 간 이견으로 정책이 왔다갔다하는 경우인데 만일 사실이라면 상당히 심각하다. 장관이 부처를 장악하지 못했거나 교육마피아가 장관에게 저항하면서 정책혼선이 생기고, 그 결정을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기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이 두 가지 요인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혼선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교육부 행보에 한동안 잠잠하던 교육부 폐지·국가교육위원회 신설 논의도 수면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제 어떤 방식으로든 교육부 체질개선은 불가피하게 됐다.

박종문 교육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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