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家族(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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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5-01   |  발행일 2018-05-01 제31면   |  수정 2018-05-01
[CEO 칼럼] 家族(가족) 이야기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어린 시절 농촌에 살았던 우리 가족은 동네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대가족’이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고 큰고모는 출가를 했으며, 둘째 삼촌은 타 지역에 자리를 잡고도 할머니·아버지를 비롯하여 우리 가족 열 명이 한집에서 지냈다. 지금 어슴푸레한 기억으로 그 당시에 살던 한옥의 방이 세 개인가 네 개였던가 싶은데, 그 대식구가 방을 어떻게 나누었는지 갸웃해진다. 이후로 삼촌·고모들이 출가하고 돌아가신 분도 계셔서 식구는 점점 줄었다. 20여 년이 지나 결혼을 하게 되었을 때는 할머니와 부모님을 포함하여 다섯 명이 함께 살았다. 그후로 30여 년 동안 다시 돌아가신 분이 있었고 세 명이 태어나 현재 가족은 여섯 명인데, 그중 어머니는 얼마 전부터 병원에 계셔 다섯명이 함께 살고 있다. 아마도 반세기에 걸친 우리 가족의 변화가 우리 시대 가정들의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가족(家族)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혈연, 인연, 입양으로 연결된 일정 범위의 사람들(친족원)로 구성된 집단’으로 정의되어 있다. 친족(親族)은 ‘혼인과 혈연을 기초로 하여 상호간에 관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설명한다. 오래전 우리들은 가족은 물론이고 친족까지도 하나의 집단이었다. 그것은 농경사회에서 합리적으로 살아남기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따라서 생업은 물론이고 모든 행사나 중요한 결정은 개인보다는 가족이나 친족의 선택에 따라 진행되었다. 결혼이나 장례 등의 행사는 당연히 일대의 모든 친족이 기간 내내 함께하였다. 자식이 부모를 모시고 사는 것이 정상이었으며, 자식이 부모의 곁을 떠나는 경우는 학업이나 취업을 위하여 타지로 가거나, 장남이 아닌 경우에 결혼을 하여 분가를 하는 것이었다. 결혼을 하여 분가를 하더라도 가능한 한 본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아 서로의 관계를 이어 가기를 원하였다. 또한 가족이나 친족 내에서 결혼이나 출산으로 새로운 식구가 생기면 친족 모두의 며느리, 사위였으며 자식·손자였다. 그 시절에는 확실히 그러하였다.

이후 50여 년이 지나면서 가족은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친족이라는 의미는 그 시절과 비교하면 이미 없어진거나 마찬가지가 되었다. 또한 요즘 가족은 그 인원부터 너무나 많이 줄어 한 집에 사는 식구의 수가 그때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다. 일단 출가 후에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거의 없고, 한 가정에 출산하는 아이도 한두 명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한 자식들이 학업을 마치면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직장 문제 등 여러 사유로 부모를 떠나 분가를 하는 것이 그리 어색하지 않은 시절이 되었다. 그리하여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우리 사회 문화는 그것을 따르고 있다. 또한 가족과의 만남은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 때나 가능해도 우리는 그것을 인정해 가고 있다.

우리나라가 산업화·선진화가 되면서 우리의 가족 구성이 핵가족화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민 소득 3만달러 가까이 달려온 이 시기에 그 옛날로 돌아갈 필요는 없을지라도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 결혼한 자식과 부모가 한 집에 사는 것이 어색한 일이 되어야 하는가? 자식의 학업을 위해서라면 부모와 떨어져 사는 것은 물론이고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도 당연한가? 생업을 위해서라면 가족과 떨어져 사는 것쯤은 그냥 인정해야 하는가? 물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가정마다 여러 상황과 사정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조직이 가족이다. 그 기본적인 조직이 이런저런 사유로 사분오열된다면 이 사회도 건강해질 수 없다. 그 옛날 우리 국가와 사회의 단결된 힘은 가족의 단합에서 출발하였다. 가족의 기본은 ‘함께함’이라고 생각한다. 그 함께함이 또한 가족임을 확인하는 것이며, 떨어짐이 헤어짐은 아니더라도 이미 가족이 아님을 준비하고 있는지도 모를 것이다. 오늘날 가정은 있는데 가족은 없어지고 있다. 가정의 달에 가족이 복원(復原)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하고 싶다. 정홍표 (홍성건설 대표 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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