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계절의 여왕 오월의 시작, First of 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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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30 07:54  |  수정 2018-04-30 07:54  |  발행일 2018-04-30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계절의 여왕 오월의 시작, First of May

내일은 오월의 시작, first of May(5월1일)입니다. 향기박사의 학창시절, 해마다 오월이면 축제가 열리고 메이퀸(May Queen)을 뽑는 행사도 열렸습니다. 또 오월은 결혼식도 많아 축복이 가득한 달이기도 합니다. 정말 메이퀸이란 이름처럼 어쩌면 오월 자체가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의 여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뇌과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사람들에게 오월이 유난히 더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늦가을부터 시작된 기분저하 증상이 4월 말을 고비로 회복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몸은 지구 자전으로 생기는 낮과 밤의 변화에 따른 외부환경과 내재적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서로 조화를 이뤄 조절되는 일주기 생체리듬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2017년 노벨상 수상위원회는 이렇게 중요한 일주기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처음으로 분리해내고 초파리실험을 통해 그 작동 메커니즘을 밝힌 공로를 인정해 미국 메인대의 제프리 홀 교수, 브랜다이스대의 마이클 로스배시 교수, 록펠러대의 마이클 영 교수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했습니다. 사실 일주기 생체리듬이 조금 흐트러지면 해외여행 초기에 겪는 ‘시차’ 정도의 불편함만 나타나지만, 만약 일주기 생체리듬이 장기간 심각하게 교란되면 큰 병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계절성 우울증’이 그것입니다. 일주기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가장 중요한 자극은 햇빛인데, 겨우내 충분한 햇빛을 접하지 못해 일주기 생체리듬이 망가지면 이로 인해 정신적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기분저하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우울증으로 진행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런 계절변화에 따른 일주기 생체리듬 이상으로 발생하는 우울증을 ‘계절성 우울증’이라 합니다. 계절성 우울증으로 고통 받는 환자의 경우 정상인과 비교할 때 수면을 유도하는데 관여하는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24시간 내내 높은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 멜라토닌이란 호르몬은 낮 동안 햇빛을 받으면 생성되고 해가 지고 초저녁이 되면 우리 몸에 서서히 분비돼 수면을 유도하고 숙면을 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멜라토닌의 분비가 감소하면 숙면을 취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 몸에 중요한 일주기 생체리듬 연구는 그간 더욱 발전했으며, 생체시계의 세계적 권위자인 한국뇌연구원 김경진 원장에 의하면 생체리듬에 맞춰 약물을 투여하는 시기를 결정하는 생체리듬치료(chronotherapy)도 제안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도 경험하겠지만 가려움증이나 천식은 밤과 새벽에 더 극성을 부립니다. 또 혈압은 밤에는 떨어졌다가 아침이면 다시 상승하는데 이 때문에 심장마비와 뇌졸중이 주로 새벽에 많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천식 치료제와 혈압 약은 잠자기 전에 먹어야 밤 사이 천식으로 인한 고생을 덜하고, 새벽에 찾아오는 뇌졸중에도 우리 몸이 대비를 할 수 있는 것이죠.

최근에는 비만과 같은 대사질환과 암은 물론 비정상적인 노화까지도 일주기 생체리듬 교란으로 유발되며, 이를 치료하기 위해 생체리듬치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오월을 준비하는 오늘 저녁, 좀 오래된 팝송 ‘First of May’를 들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햇빛 좋은 공원을 여유롭게 걸으면서 겨우내 망가진 여러분의 생체시계에 햇빛이란 태업감기와 기름칠을 해주면 여러분의 몸이 다시 힘을 내서 째깍째깍하며 겨우내 쌓인 우울함을 모두 밀어내고 더 아름다운 오월로 인도하지 않을까요? (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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