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도 실현 ‘성큼’…입주기업 97% “재입주 희망”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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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8   |  발행일 2018-04-28 제6면   |  수정 2018-04-28
남북 경제협력 논의 본격화 기대
5월쯤 시설점검위한 방북 신청
보험 등 제도개선 필요성 강조
지역 하도급업체도 훈풍 기대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경제 교류·협력의 포문이 크게 열리기 바랍니다.”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을 지켜본 대구의 침구 제작업체 <주>평안의 강진구 전무는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평안은 2007년 개성공단에 4만7천900여㎡(1만4천500여 평)의 땅을 매입해 원단 봉제 가공공장을 지은 대구 업체다. 초기 투자비용 130억원을 비롯해 원단과 부자재·완제품 등 개성공단에 남겨두고 온 기업의 재산은 170억원에 이른다.

강 전무는 “비록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가 한반도 비핵화라서 남북경협 의제는 후순위로 밀렸지만 회담을 계기로 추후 남북경협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두 정상의 모습을 보니 화해의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한껏 기대가 된다”고 밝혔다.

11년 만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이를 계기로 개성공단이 재가동될지 여부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북관계가 해빙기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남북 간 경협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정상회담 이후 자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비하겠다”고 밝혔다. TF는 2016년 개성공단 중단 이후 재가동 시 현실적 문제나 그동안 적절하지 못했던 제도 정비 등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신한용 비대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경협과 개성공단 재가동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기업들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 전에 방북 신청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새벽부터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을 환송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상회담을 마치기를 기대한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긴장 완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 97%가 재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비대위가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응답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보험 등 제도가 개선될 경우 입주하겠다’는 기업은 71%에 이른다. ‘어떤 경우에도 무조건적인 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은 26%로 집계됐다.

개성공단은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신한용 비대위원장은 “2년 넘게 공단이 문을 닫으면서 현재 국내외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입주기업은 약 60%이고 나머지는 사실상 영업을 중단한 상태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입주기업들은 이번 회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시설 점검을 위한 방북신청서를 내고 재가동 대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성공단 정상화에 앞서 설비 실태점검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방북 신청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는 강진구 전무는 “지금까지 많은 손실을 입은 데다 재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만 개성공단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정부가 보험 외에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한다면 바로 개성공단에 재입주할 수 있도록 준비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하도급업체도 이번 회담에 거는 기대가 크다. 개성공단 가동 당시 8년 동안 평안에 제품을 납품했던 신수영 <주>만성 과장은 “평안의 개성공단 진출로 전체 매출의 20%에 달하는 제품을 납품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고정적인 수입원이 생기게 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우려도 있다. 개성공단 진출에 기업의 생명이 걸린 만큼 개성공단이 중단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정치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로 한반도에서 위협요소가 사라져 외국인 투자가 활발해지고 기업들도 안정적인 환경에서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북 간의 화해 분위기를 기반으로 지역기업에도 새로운 시장과 기회가 생겨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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