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렛 더 선샤인 인:리브 어게인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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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7   |  발행일 2018-04-27 제42면   |  수정 2018-04-27
하나 그리고 둘

★렛 더 선샤인 인
이혼 후 진정한 사랑 찾아가는 여정


20180427


무언가 갈구하는 듯한 관능적인 몸·얼굴 클로즈업
재능 있는 화가의 외로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외로움을 부정한다고 해서 자존감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렛 더 선샤인 인’(감독 클레어 드니)의 재능 있는 화가 ‘이자벨’(줄리엣 비노쉬)은 이혼 후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지속가능하고 진정한 관계를 맺기 위해 애쓴다. 그녀는 다양한 남성들을 만나며 이번엔 진짜일 거라는 기대를 갖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프롤레타리아를 무시하는 유부남 은행가, 우유부단한 연극배우와의 만남도 별로고, 별장으로 초대한다며 치근덕대는 남자, 하룻밤 춤으로 시작된 남자와의 관계나 연애를 서두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미술관 직원과의 만남도 영 미적지근하다. 만남과 갈등, 이별이 반복되는 동안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그녀는 조울증에 걸린 사람처럼 쉽게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금방 밝게 웃기도 한다. 관객들은 이자벨이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때마다 이번만큼은 다르지 않을까 집중하게 되지만, 영화는 번번이 그 기대를 저버린다.

영화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한 이자벨의 관능적인 몸과 얼굴을 집요하게 보여준다. 특히 사이즈와 각도에 변화를 준 다양한 클로즈업은 이자벨의 미세한 심경 변화나 감정의 떨림까지도 효과적으로 포착해낸다. 이것은 때로 상대배우의 얼굴과 교차되면서 둘의 캐릭터나 감정을 대비시키기도 한다. 인물들 간의 어긋난 시선, 말과는 다른 표정 등을 노출시키면서 극중 인물들에게는 긴장감을, 관객들에게는 웃음을 유발시키는 연출이 짓궂을 만큼 절묘하다.

‘렛 더 선샤인 인’의 압권은 이자벨이 역술가인 ‘데니스’(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찾아가 상담을 나누는 장면이다. 엔딩 자막이 다 끝날 때까지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화는 단 한 번의 투 샷도 없이 16분간 계속된다. 데니스는 차분하게 계속 돌고 도는 이자벨의 질문에 성심껏 답해준다. 통찰력이 느껴지는 그의 이야기에 이자벨은 깊이 빠져들지만 그녀가 앞으로 진정한 사랑을 만나 행복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흰 도화지 같은 이자벨의 얼굴에 안도, 불안, 기쁨, 슬픔 등 만감이 교차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인생을 함께하는 것 같은 공감대가 형성된다.

긴 상담 중에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세요”라는 보편적 충고가 아련히 남는다. 한 인물의 외로움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5분)

★리브 어게인
어색하기만 한 父女, 음악으로 소통


20180427


과거 톱스타 영광에 사로잡힌 아빠·무명가수 딸
음악과 가족의 이야기 연결, 삽입 노래도 매력적


정말 사랑하는데, 우리는 어쩌면 이다지도 어긋나기만 하는 걸까. 고맙고 애틋한 감정은 잘 표현하지 못하면서 뾰족한 단어들은 야구연습장의 배팅공처럼 왜 그렇게 자동으로 튀어나와 서로에게 멍 자국을 남기는 걸까. 남이 아니기 때문에 더 소중히 다뤄야 하건만, 남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는 가족들에게 온갖 냄새 나는 것들을 배설해 버리곤 한다. ‘리브 어게인’(감독 로버트 에드워즈)의 가족 또한 위태위태하다. 월세를 내지 못해 아버지와 가족이 있는 집으로 들어온 ‘주드’(엠버 허드)는 사랑과 증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보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묵혀 있던 갈등을 풀어내기는 쉽지 않다.

주드는 전설적인 뮤지션이면서 여자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아버지 ‘폴’(크리스토퍼 월켄)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과거의 영광에 사로잡혀 퇴행적 행동을 하는 모습이 한심하면서도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재기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는 도전을 받는다. 아버지의 재능을 물려받았음에도 백 스테이지 가수에 머물러 있는 자신의 모습은 사실 그리 당당하지 못하다. 어릴 때부터 앙숙이었던 동생 ‘코린’(켈리 가너)과도 대면대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자신의 전 애인과 결혼한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주드의 가족은 식탁에서도, 뒤뜰에서도, 가시 돋친 말로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고 정체성을 부정해 보려 한다. 주드는 일찌감치 이름과 성을 모두 바꾸고 아버지를 ‘폴’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영화는 대가족 속의 소가족으로 코린 부부와 말 안 듣는 어린 아들을 종종 보여주며 자녀가 어릴 때부터 부모와 겪게 되는 소소한 갈등의 양상을 보여준다. 폴이 손자에게 어른들의 세계를 가르치는 부분도 흥미롭다. 징글맞게도 그렇게 또 다음 세대가 윗물의 절대적 영향하에 자라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부정하고 벗어나려 해도 이들이 가족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영화는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인물들의 상황과 심리를 하나로 모으는 데 음악을 사용한다. 음악에 대해 정신없이 떠들어대고, 거실에 모여 연주하고 노래할 때, 이들은 악보의 보표(譜表)처럼 긴 굴레로 연결되어 하나가 된다. 특히 폴과 주드가 가족 앞에서 함께 연주할 때, 폴은 프랭크 시나트라와 낸시 시나트라 부녀가 불렀던 ‘Something Stupid’를 선곡한다. 그는 그렇게 주드와 자신 사이에 음악가 부녀로서의 끈을 강조하는 한편, 마지막 가사인 ‘I love you’를 강조해 부른다. 주드가 집을 떠나며 아버지에게 못다한 진심을 전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도 악보다. 차마 말로 하지 못하는 감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고전적이고도 로맨틱하다.

가족 영화라는 측면에서는 결국 서로 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각자 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내러티브가 여느 영화들과 크게 차별화되지 않지만, 뮤지션을 소재로 한 영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리브 어게인’은 무명 가수의 성공기나 연주가 주를 이루는 영화들과는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삽입된 노래도 좋지만 주드 가족이 나누는 대사 속에 역사가 추앙해온 많은 음악가들의 이름과 평가가 진지하게 담겨 있어 향수와 지성을 동시에 자극한다. 한 가족의 이야기와 음악을 기능적으로 연결시켜 가는 스토리텔링이 제법 세련되고 독특하다. (장르: 드라마,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8분)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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