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식의 산] 비슬산 관기봉 (경북 청도, 경남 창녕, 대구 달성군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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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7   |  발행일 2018-04-27 제37면   |  수정 2018-04-27
대견사 석탑 뒤 참꽃세상, 안개가 쉽게 허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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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사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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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참꽃 군락지. 그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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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견사를 오르다 만난 돌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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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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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붓꽃

오락가락하는 이상기온으로 전국의 봄꽃 축제를 준비하는 담당자들의 애를 태운다. 개화시기를 맞추지 못해 자칫 ‘꽃 없는 꽃 축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잡아 놓은 축제시기에 정작 있어야 할 꽃이 없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때아닌 폭설이 내리다가도 30℃를 오르내리는 변덕스러운 봄 날씨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대부분의 개화 시기는 예년보다 열흘 정도 빨라졌다. 지난 18일자 영남일보에 비슬산 참꽃 개화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사진 한 장과 21~22일 ‘비슬산 참꽃문화제’ 행사 소식이 올라왔다. 이 행사도 예년에 비해 일주일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주말에는 완전 개화가 예상되어 이번 산행 대상지를 비슬산으로 잡게 되었다.

행사기간이라 혼잡이 예상돼 일찍 서두른다.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오전 6시20분. 벌써 주차장에는 많은 차들이 자리를 메우고 있다. 주차장에서 왼쪽의 계단으로 올라서면 자연휴양림으로 이어지는 포장길을 만난다. 자연휴양림 입구 소재사를 지나고 산막과 유양관으로 이어진 길은 찻길이지만 상당히 가파르다. 도로를 따라 여러 곳에 행사용 천막이 처져있다. 각종 체험부스, 음식점들인데 잠시 후 밀려들 손님을 맞을 공간이다.

포장길을 따라 20분가량 오르니 갈림길에 이정표가 서있다. ‘주등산로 2.0㎞, 임도, 대견사 4.3㎞’로 적고 있다. 오른쪽으로 휘어진 임도를 따라 올라도 대견사에 오를 수 있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도 대견사에 갈 수 있다. 자연휴양림 주차장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대견사까지 산행할 수도 있다.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정면으로 오르니 포장길이 끝나는 지점 왼쪽으로 돌무더기가 산 사면에 흘러내릴 듯 계곡을 이루고 있다. 여기서부터 대견사까지 약 2㎞에 걸쳐 형성된 암괴류(岩塊流, 돌강)는 국내에 분포하는 여러 곳 중에서 가장 큰 규모로 천연기념물 435호로 지정된 곳이다. 정면으로 ‘대견사 1.34㎞’ 이정표 따라 본격적인 등산로가 시작된다. 산 아래는 진달래가 이미 지고 있고, 뾰족이 잎이 나고 있다.

대견사까지 2㎞에 걸쳐 형성된 돌강
마애불 계단 올라 참꽃 군락지 향해
짙은 안개로 만개한 참꽃 자태 가려져
희미하게 드러난 뾰족뾰족 톱·칼바위
구구봉에서 내려오는길 완만한 능선
개별꽃·각시붓꽃·현호색 야생화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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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화봉 부근 톱바위, 칼바위로 불리는 바위봉.

너덜지대나 계곡을 건너는 지점은 데크를 깔아두었고, 흙길에는 토사 유출을 막기 위해 깔개를 깔아두는 등 말끔하게 정비된 등산로를 오르니 기분마저 상쾌하다. 오후 늦게부터 비 예보가 있었는데 후드득 한줄기 비가 내리더니 순식간에 안개가 밀려와 어두컴컴해진다.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안개는 더 짙어져 30m 앞만 겨우 보일 정도다. 1시간가량 오르니 왼쪽으로 전망대를 만난다. 흐르는 돌강 사이에 놓인 전망대에 오르니 위로는 끝이 보이지 않고, 아래로도 돌덩이가 흐르다 멈춘 것 같은 풍경에 입이 떡 벌어진다. 잠시 전망대에서 휴식을 하고 대견사로 오르는 가파른 길을 오르다 하산 중인 지인들을 만났다. 이때가 오전 8시경. 참꽃 군락지에 안개가 많이 꼈으니 천천히 올라가라는 정보를 준다.

쉬엄쉬엄 20분을 더 올라 대견사 입구에서 자연휴양림에서 갈라진 임도를 만나 왼쪽 대견사로 향한다. 대견사는 석탑과 마애불만 남아있던 대견사지에 2014년에 새로 지은 절집이다. 대견사를 한 바퀴 둘러보고 마애불 왼쪽 계단을 올라 참꽃 군락지로 향한다. 대견사를 중심으로 100만㎡(30만평) 규모의 참꽃(진달래)이 군락을 이루는 곳인데 매년 개화시기에 맞춰 축제를 열고, 이 기간에만 10만명 이상 찾는다. 이른 아침인데도 삼삼오오 모여 군락지 사이로 난 데크를 따라다니며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면서도 한결같이 “아! 아쉽다”는 말들을 내뱉는다. 꽃은 만개해 절정을 이루는데 짙은 안개가 가득 차올라 일부만 볼 수밖에 없어서다. 이 정도 안개라면 버틴다고 쉽게 걷힐 것이 아니라는 판단으로 참꽃 밭에서 슬쩍 발을 뺀다. 조화봉 방향으로 능선을 따라 나가니 이내 임도를 만나고, 임도를 따라 잠시 오르면 오른쪽으로 톱바위, 칼바위로 불리는 바위봉우리가 안개 속에 뾰족뾰족 모습을 드러낸다. 강우레이더 관측소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오르면 바로 조화봉이다.

조화봉 높이보다 높은 강우레이더 관측소 건물과는 불과 30~40m인데 안개로 인해 건물의 형체만 알아차릴 정도다. 조화봉 정상에서 오른쪽 직각 방향의 소나무 숲 사이로 작은 길이 보인다. 잠시 내려서면 오른쪽 아래에 임도가 보이고, 등산로는 능선을 따라 이어진다. 7분 정도 내려서면 2m쯤 되는 바위에 줄이 매져 있고, 바위에서 내려서면 바로 임도로 내려가는 듯 보이지만 임도 바로 앞에서 다시 등선으로 길이 이어진다. 이후에도 몇 번이나 임도와 나란히 걷는다. 자연휴양림에서 대견사를 오르내리는 셔틀버스가 바로 옆을 지난다. 평소 같으면 눈으로 보이겠지만 짙은 안개로 윙윙 소리만 들릴 뿐이다. 가늘게 비가 내리다가 바람까지 불어댄다. 조화봉에서 약 40분 거리에서 작은 바위봉우리를 만난다. 해발 990m 봉우리인데 구구봉으로 불리는 곳이다. 비슬산 전체와 청도 각북면 일대가 조망되는 곳인데 아쉽게도 방금 올라왔던 길조차도 보이질 않는다. 구구봉에서 다시 내려와 바위를 돌아나가면 오른쪽으로 휘어나가는 능선이 나온다. 잠시 내리막이다가 완만한 능선이 이어지는데 개별꽃, 말발도리, 각시붓꽃, 현호색 등 야생화 천국이다. 새싹과 함께 막 꽃망울을 맺은 오미자도 군락을 이루는 능선이다. 연둣빛 새싹들이 함초롬히 빗방울을 매달고 있어 싱그러움 그 자체다.

어디서였더라? 예전에 이 능선을 걷다가 멸종위기 동물인 담비를 만났던 적이 있다.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니 카메라는 바로 꺼낼 수 있게 준비하고 걷는다. 관기봉이 가까워지자 오르막이 이어지다가 작은 봉우리를 하나 넘는다.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막인데 마지막에 바위봉우리가 딱 버티고 있다. 정면 왼쪽으로 올라도 되고, 오른쪽 바위를 넘어 올라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관기봉 표석 옆에 작은 표석이 하나 더 있다. 대구시 달성군, 경북도 청도군, 경남도 창녕군. 3개 시·도 경계점 표석이다.

관기봉에서 청도와 창녕 방향의 능선에 진달래 군락이 일품인데 여기서도 구름과 안개로 사방 분간이 어렵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관기봉에서 내려와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길을 찾는다. 올랐던 진행방향에서 관기봉을 왼쪽에 두고 돌아나가면 오른쪽으로 휘어나가는 능선을 따라야 한다. 임도와는 점점 멀어지고, 휴양림에서 들려오는 앰프소리가 바람결에 묻어온다.

30분 정도 내려서니 묵은 헬기장이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면 길은 두 갈래로 갈린다. 왼쪽은 능선을 따라 자연휴양림 입구로 내려가는 길이고, 오른쪽은 새로 길을 내뒀는데 자연휴양림 상류에서 합류되는 길이다. 오른쪽 새로 난 길을 잡는다. 두어 번 지그재그로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며 고도를 낮춘다. 계곡에서 반가운 금낭화며 천남성을 만나 잠시 눈인사를 나누고 20분을 내려서니 자연휴양림 상류 아치형 다리를 만난다. 이 지점 끝 소나무에 붉은 리본에다 ‘풍경치유길 종점’으로 적어뒀다. 아직 완공상태는 아니지만 아마도 방금 내려온 길이 풍경치유길 시작점인 듯하다. 계곡을 건너 찻길을 만나니 이른 아침과는 달리 많은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15분이면 닿는다. 일찍 서두른 덕에 여유 있게 산행은 마쳤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못 봐 아쉬움이 남는 산행이다. 아! 아쉽네.

대구시산악연맹 이사·대구등산아카데미 강사 apeloil@hanmail.net

☞산행길잡이

비슬산자연휴양림 주차장 -(20분)- 임도 갈림길 -(1시간30분)- 대견사(참꽃 군락지) -(25분)- 조화봉 -(40분)- 990봉 -(30분)- 관기봉 -(50분)- 자연휴양림 합류지점 -(20분)- 비슬산자연휴양림 주차장

비슬산은 연중 산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주로 대견사에서 정상인 천왕봉 코스를 많이 가고, 반대편인 관기봉 코스는 몇 사람 만나기도 힘들 정도로 한적한 코스다. 관기봉 일대에 군락을 이룬 진달래와 주위 조망이 일품인 곳이다. 소개한 코스를 한 바퀴 돌아내려오면 9㎞ 남짓한 거리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교통

중부내륙고속도로지선(옛 구마고속도로) 현풍·구지IC에서 빠져나와 현풍, 대구 방향으로 램프구간을 지난다. 계속 직진해 대구테크노폴리스 산단 내 휴양림 입구 네거리에서 우회전으로 계속 직진해 약 4㎞를 가면 비슬산자연휴양림 주차장이 나온다.

☞내비게이션: 대구 달성군 유가면 휴양림길 236(비슬산자연휴양림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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