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칼럼] 정치분권과 지방분권

  • 조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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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7   |  발행일 2018-04-27 제23면   |  수정 2018-04-27
[조정래 칼럼] 정치분권과 지방분권
조정래 논설실장

자유한국당의 지방선거 TK 공천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중앙당의 무리한 개입은 TK 패싱을 초래했고, 시·도당 공관위의 우유부단과 무원칙은 공천 농단을 불러들였다. 대구 동구청장 공천 파행에서 보인 지역구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의 무소불위 안하무인은 TK 유권자들을 아연실색게 하고도 남았다. 이번에도 역시나 중앙정치인들이 사상 유례없는 공천파동의 주역들이었다. 제국주의자들이 식민 지배를 하듯 지방선거가 언제까지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의 난장판이 돼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구미의 한 예비후보는 ‘근조 자유한국당’이란 만장을 두른 관을 거리에 전시하고 ‘자유한국당 사망’ 선고를 내렸다. 선거 때마다 볼모로 잡힌 TK 지역민심은 또다시 한국당의 막장 공천 끝판왕을 용서해 줄지 아니면 오만함의 극치를 징치할지 6·13이 주목된다.

지방선거 공천 농단의 정점에는 제왕적 국회의원들이 자리한다. 유권자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두 눈 뻔히 뜨고 바라만 볼 뿐 속수무책이다. 국민의 이름으로 당장 해직시키거나 파면에 처하고 싶지만 국회의원들은 국민소환의 대상도 아니다. 일단 선출되고 나면 철새처럼 날아가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현재로선 그들을 제재할 방안이 없다. 청와대가 발의한 개헌안에 국민소환과 국민발안의 권리를 왜 넣었겠는가. 제왕적 국회의원의 특권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보다 더 크다. 시급히 바로잡아야 할 적폐 1순위가 국회의원 특권이라 해도 틀리지 않다. 한동안 정치개혁 한답시고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 부산하기만 했는데 결과는 흐지부지됐다. 더 이상 팔짱만 끼고 바라볼 수만은 없다. 국회의원들을 상시에 응징할 국민소환제가 필요하다.

기초선거 후보에 대한 공천권은 폐지돼야 한다. 공천 포기는 정당의 존재 의의와 목적에 부합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기초선거에 공천을 배제하자는 주장과 약속이 나온 것은 지금까지 공천의 후유증과 부작용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무공천 공약을 파기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지방선거에 대한 정당의 공천권 행사는 폐지되거나 유예돼야 한다. 국회의원들의 자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민주적으로 향상될 때까지만이라도. 국회의원들이 공천권을 독점하고 심지어는 사고파는 부정·부패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면 최소한 그들의 영향력을 극소화할 수 있는 장치와 제도는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지방선거 공천의 비민주성은 정당의 비민주성을 자양분으로 자라나는 독버섯이라 할 수 있다. 지방선거에 지방은 없고 중앙만 득시글거린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의 식민지다. 정당 또한 중앙당 독점체제여서 시·도당은 연락소 수준의 역할과 구실을 할 뿐 존재 의의를 갖지 못한다. 단수추천이니 전략공천이니 변칙적 공천 수단이 횡행하는 것도 중앙당 중심 정당, 지방정치의 실종과 무관하지 않다. 당비를 제대로 납부하고 활동을 제대로 하는 진성 당원들을 상시에 충분하게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니 민주적 의사결정이 잘 될 리가 있나. 하향식 중앙당 중심의 정당 구조는 이제 지방 중심 상향식 정당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

정당의 설립 요건을 전국정당으로 국한해 놓은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 지방정당이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은 합리적이고 타당하다. 정당의 민주화 없이는 지방선거 공천의 민주화는 요원하다. 1인 보스 중심, 중앙당 중심의 집권적 정치는 분권적 정치로 이행돼야 한다. 정치분권 없이는 지방분권은 지방 토호들의 이권 각축장에 불과할 공산이 크다. 토호들은 다시 ‘빅 브라더’인 국회의원들에 줄을 대는 이 먹이사슬 고리는 일도양단돼야 한다.

유권자 국민 모두가 후보자를 뽑는 경선에 참여하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상향식 공천, 공천개혁 방안으로 제안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는 이 제도를 운용해 나가면서 수시로 단점을 보완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상향식 공천 역시 현역 프리미엄 과다 등의 흠을 안고 있다. 완벽한 제도는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갑질과 공천 농단을 없앨 방안은 확실하게 마련되고 운용돼야 한다. 국민의 높은 참여가 보장되고 지방이 주인 자리를 되찾는 정치분권 없이는 지방분권도 공염불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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