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칼럼] 특이점과 한반도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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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5   |  발행일 2018-04-25 제30면   |  수정 2018-04-25
우리나라·동아시아를 넘어
지구적 과제인 한반도 평화
성공한다면 노벨평화상감
2018년 봄이
번영의 특이점이 될까 관심
[수요칼럼] 특이점과 한반도의 봄
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특이점(singularity)은 기계가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시점을 일컫는다. 컴퓨터 기술에서는 기계가 매우 영리해져서 지구에서 인류 대신 주인 노릇을 하는 미래의 어느 시점을 가리킨다. 흔히들 인공지능과 과학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으로 인식되는데, 유전 공학이나 나노 기술 등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특이점이 2040~2050년에 올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알파고로 대중적 관심을 모았던 인공지능이 지식과 정보의 습득 능력뿐만 아니라 논리와 추론 능력에서도 인간보다 앞서게 됨을 의미한다. 특이점에 대한 다양한 견해의 공통점은 그것이 온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그것이 인간의 예상보다는 더 빨리 오며, 그것의 영향은 대중이 특정하기 어려울 만큼 클 것이라고 예상한다. 생체 칩 등으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 있고, 사이보그의 현실화는 지적 사고 능력이나 생체적 운동 능력에서도 한계를 가늠하기 어렵다. 인간의 오랜 꿈인 불로초를 갖게 되는 셈이다. ‘사피엔스’의 저자로 잘 알려진 유발 하라리는 호모 사피엔스는 호모 데우스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았다. 인간(homo) 스스로 신(deus)이 되려 한다는 의미다.

이런 변화는 융합과 초연결성이 특징이다. 이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이다. 인공지능의 위력을 경험했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인간의 몸과 분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로봇,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관련 신기술의 융합이 이루어질 것이다. 와이파이와 디바이스를 통한 네트워크도 한층 강화된 초연결성을 통해 전혀 새로운 세계가 열릴 수 있다. 이는 양적인 변화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IQ 200이 등장하는 문제를 넘어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물론, 수명이나 생물학적인 능력 등에서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이점이 초래할 사회의 변화는 직업 증발로 대변된다. 다보스포럼은 2020년까지 선진국의 일자리 710만 개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하였다. 기본소득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인공지능이 인간 일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고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20%만 일해도 되는 세상이 온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2030년이면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대학의 역할이나 위상이 혁명적 변화를 앞두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학이 가졌던 지식의 독점적 지위가 다변화되고 대학 졸업장의 권위와 위력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없는 사회의 도래는 인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생명공학과 의료기술, 나노과학 등의 발달은 신의 영역에 가까워진 (초)인간을 예고하고 있다. 노동과 직업이 사라지는 세상에서 초인간들의 삶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예고된 ‘변화’ 앞에서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준비와 태도를 진지하게 요구한다. 인간에 대한 질문, 세계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노동으로부터의 해방과 불로영생의 초인간은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창의적 사유, 혁신적 용기, 집단 지성의 힘이 인류 역사 어느 시기보다 절박한 시점이다.

한반도에도 봄이 예고되고 있다. 근대사에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한반도의 평화 정착은 우리나라나 동아시아뿐 아니라 지구적 과제로 남아 있다. 2018년의 봄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특이점이 될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성공한다면 노벨평화상이 가시권에 들 만큼 지구적인 이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했던 고(故) 김영삼 대통령의 말이 30년이 지난 현시점에서도 유효한 것이길 희망한다. YS가 하나회 척결 때 했던 말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처럼, 부산발 기차가 중국과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길 응원한다. 지현배 (동국대 파라미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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