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 도우려 재활용품 모아주는‘아파트의 우렁각시들’

  • 이정경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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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5   |  발행일 2018-04-25 제14면   |  수정 2018-04-25
대구 산격동 현대맨션 주민
소리없는 선행 끊이지 않아
노부부 도우려 재활용품 모아주는‘아파트의 우렁각시들’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부부를 위해 주민들이 차곡차곡 쌓아 놓은 재활용품.

옛 속담에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가까운 이웃이 멀리 사는 친척보다 더 자주 만나 정을 나누며 소중한 인연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힘든 일이 닥치거나 어려울 때 쉽게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언제든지 서로 마주하며 작은 행복을 느낄 수도 있어서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 대구체육관 부근 현대맨션은 이런 이웃 간의 숨은 사랑이 남다른 아파트로 알려져 있다. 겉으로 표현하는 사람도, 광고하는 사람도 없지만 소리소문없는 선행이 이어지는 곳이다.

우렁각시의 몰래 사랑처럼 아침이면 이 아파트 1층 베란다 아래에는 폐지와 헌 옷 등 재활용품이 수북이 쌓인다. 많을 때도, 적을 때도 있지만 1년 내내 거의 끊이지 않는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폐지와 헌 박스 등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노부부를 위한 것이다. 노부부는 매일 그 폐지와 박스 등을 모아 생활에 보탬을 얻고 있다. 노부부는 이런 이웃의 관심과 사랑나눔에 보답하기 위해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이웃에게 나눠주곤 한다.

조금 낡고 오래됐지만 이 아파트의 이웃은 시골 집성촌 같은 정을 나누며 산다. 경제적 가치는 새 아파트만 못할지라도 오래 묵은 고목나무의 꽃 같은 훈훈한 미담이 전해오는 아름다운 아파트라 할 만하다.

글·사진=이정경 시민기자 kyung6378@hanmail.net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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