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세상보기] 아전인수(我田引水)와 ‘내로남불’

  • 심정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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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5   |  발행일 2018-04-25 제14면   |  수정 2018-04-25

‘삶’. 산다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된다. 그 중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다’라는 의미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이런 관계 속에서 가끔 ‘이기적이다’ ‘자기밖에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말하기도 한다.

아전인수(我田引水)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 논에 물 대기’,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을 이르는 말이다. 내로남불의 의미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준말이다. 주로 정치권에서 많이 쓰는 말로, 남이 할 때는 비난하던 행위를 자신이 할 때는 변명을 하면서까지 합리화하는 모습을 지칭한다.

두 단어는 자신의 입장만 생각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의 주제를 아전인수와 내로남불이라고 잡은 이유는 일상에서는 물론 뉴스에서도 너무나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식을 줄 모르는 미투(Me too)운동에 대한 원인이기도 하며 정치인들의 지속된 행동들이 이에 해당될 것이다. 미투운동에서 보자면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하는 말은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아전인수일 뿐이다.

또 논란 끝에 사퇴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 활동과 더불어 국회의원을 하면서 흔히 말하는 대기업 등 골리앗들의 저격수 역할을 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셀프 후원과 피감기관의 돈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이 문제가 됐다. 결국 금융수장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내로남불인 것이다.

결국 아전인수와 내로남불은 큰 차이가 없다. 같이 써도 무방할 정도다. 어릴 적엔 먹을 것이 참 귀했다. 그러다 보니 먹는 것 하나를 나눠주면 그지 없이 고맙고 좋은 사이가 되었다. 반대로, 혼자 다 먹는 친구를 볼 때면 야속하고 밉기도 했다. 일반적으로는 성장하면서 주위에 나눔도 하고 때로는 양보도 한다. 자라면서 교육을 받고 사회성이라는 것을 가지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세상을 사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대로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셈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그것이 상대방이나 공공에 피해가 되거나 피해를 줄 우려가 있을 경우 그에 합당한 벌을 받거나 제재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아전인수와 내로남불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처방은 의외로 간단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다. 즉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일이 아전인수나 내로남불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저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편타당’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부분만 생각한다면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평범하게 산다는 자체가 쉬운 것 같지 않다. 평범함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가려면 아전인수와 내로남불이라는 문제에 대해 항상 역지사지라는 답을 가지고 살아야 할 것 같다. 다시 한 번 역지사지의 마음을 다져 본다.

심정일 시민기자 jeongil999@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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