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산된 地選과 동시 개헌, 그 동력은 살려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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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4   |  발행일 2018-04-24 제31면   |  수정 2018-04-24

오는 6·13 지방선거와 동시 투표를 통한 개헌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개헌 국민투표를 하자면 국민투표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가 그 시한을 그대로 지나친 탓이다. 국민투표법 개정 시한을 오는 27일까지로 최대한 늦춘다 하더라도 4월 임시국회 파행 등을 감안하면 개헌은 시기와 절차를 놓친 게 확실시된다. 이로써 지선과 개헌 동시 국민투표는 무산 선언만 남았다. 개헌 불발에 대한 책임은 그 경중을 따지기 이전에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까지 일정 부분 나눠 져야 한다. 개헌의 필요성이 전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묵살된 것은 고스란히 후진적인 정치권 탓이다. 개헌 외면은 국민 여론을 거스르는 일인 만큼 6·13 개헌은 무산됐지만 개헌 동력만은 살려나가야 한다.

개헌 무산에 대한 책임 공방이 없을 수야 없겠지만 그보다는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게 더 중요하다.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은 상대에게 책임을 돌리거나 지방선거 이슈로 삼기에 앞서 이제 제각기 차선의 개헌 로드맵을 내놓아야 한다. 대선 당시 후보가 개헌 공약을 버젓이 번복하는 마당에 개헌 일정에 대한 약속이라도 받아놓지 않으면 개헌 자체가 무산될 위험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개헌 동력 자체를 꺼뜨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 즉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여야 간에도 이견이 없다. 한국당이 내놓은 ‘6월 개헌안 발의·9월 개헌’ 방안은 대안으로 삼을 만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선(先)개헌 내용 합의 후(後)개헌 시기 조절’ 제안 역시 차차선의 개헌 로드맵으로 차용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 개헌을 성사시켜야 할 의무와 책무는 오롯이 국회의 몫으로 남겨졌다. 여야 간 이견을 보였던 개헌 시기는 이제 문제 될 게 없는 시점이다. 오로지 권력의 구조를 골자로 한 개헌의 내용을 둘러싼 견해차가 핵심 쟁점인데 여야 간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다는 건 국회의 직무유기와 다르지 않다. 지난 1년간 국회가 정개특위를 가동해 왔으나 공전을 거듭한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국민의 여망을 국회가 송두리째 무시해도 제재를 가할 방안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다. 제왕적 대통령제보다 제왕적 국회를 손보는 일이 급선무라는 여론에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

개헌은 국회 의석 분포 상 여야 합의를 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청와대의 섣부른 개헌안 발의는 이 같은 정치적 역학구도를 무시한 일방적이고 책임 떠넘기기용 방책에 불과했다. 일방 통행식 개헌 논의는 개헌 불가론보다 더 나쁘다. 여야 정치권은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호기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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