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자유한국당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공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번 한국당 대구시당·경북도당 공천 과정에서 ‘사천(私薦)’ 논란을 일으켰던 핵심에는 ‘3선 도전 현역 단체장 컷오프’와 ‘단수추천’이 있었다. 한국당 당규에 따르면 단수추천은 공천 신청자가 △한 명이거나 △한 명 빼고 나머지 후보가 모두 부적격자이든지 △한 명의 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경우 등 3가지로 한정하고 있다.
경북에서 이뤄진 단수추천 9곳은 대체로 이 조항들 중 하나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 9곳 중 7곳(포항시장, 청도·고령·칠곡·군위·의성·영덕군수)은 단수추천 후보가 현역 단체장이니 경쟁력이 월등히 높을 수 있다. 나머지 2곳(문경시장, 울릉군수)도 우여곡절 끝에 공천 신청자가 한 명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대구시당 공관위에서 추진된 단수추천은 논란의 소지가 많다. 8곳 중 5곳(중·남·서·북구, 달성군)에서 단수추천이 확정됐고, 동구에서도 당초 단수추천이었다가 지금은 경선이 추진 중이다. 이 중 서구와 북구는 신청자가 현역 단체장 한 명뿐이었으니 근거가 확실하고, 중구도 현역 시의원이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구와 동구, 달성군의 단수추천은 당규상 어느 조항에 해당되는지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3곳은 단수추천 뒤 공천 탈락자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지역과 일치한다. 그런 면에서 현재 진행형인 동구의 단수추천 후유증은 당규를 떠나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게 필요하다. 김상훈 대구시당 공관위원장은 공천 초기에 “공관위는 말 그대로 공천을 관리하는 곳이며, 해당 당협위원장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요지로 운영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단수추천도 이에 근거해 바라보면 의문이 풀린다. 동구의 경우 정종섭 의원(동구갑)의 의사를 존중해 단수추천을 의결했다가 뒤늦게 이재만 당협위원장(동구을)이 경선을 요구하자, 김 위원장은 “전제가 흐트러진 부분이 있다”면서 경선으로 선회한 셈이다. 어쨌든 공관위가 입장을 번복했으니 그에 따른 비판은 불가피하지만, 나름대로 원칙에 충실하려 했던 김 위원장의 고충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경선 실시’ 방침에 즉각 “수용 못 한다”고 입장문을 내며 반발했던 정종섭 의원으로선 결과적으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게 됐다. 정 의원은 “당헌·당규 절차에 따라 적법하고 정당하게 단수추천된 동구청장 후보자 공천”이라며 경선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현실적으로 경선은 실시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은 헌법학자 출신으로서 법리를 앞세웠지만, 현실 정치에선 법리로써 재단(裁斷)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본인이 특정후보를 단수추천한 것도 정치적 결단이었지만, 탈락 후보자들의 반발을 무마하지 못한 것은 정치력 부재에 해당된다. 게다가 ‘결국에는 경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미리 간파하고 “당의 입장을 고려해 경선을 수용하겠다”는 대승적인 입장문을 내지 못한 정치력에는 아쉬울 따름이다.
권혁식기자 (서울취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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