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노벨·처칠도 앓았다는…‘뇌 속 회로장애’ 뇌전증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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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4 07:56  |  수정 2018-04-24 07:56  |  발행일 2018-04-24 제19면
발작·의식저하 반복해 나타나는 경우
‘간질’이라 불리며 편견이 심한 질환
뇌세포의 비정상적 전기신호가 원인
경련·발작·가슴떨림 등 다양한 증상
초기 소아·65세 이상 발생빈도 높아
약물·식이요법·국소 절제술로 치료
알렉산더 대왕·노벨·처칠도 앓았다는…‘뇌 속 회로장애’ 뇌전증
알렉산더 대왕·노벨·처칠도 앓았다는…‘뇌 속 회로장애’ 뇌전증
전진선 (칠곡경북대병원 교수)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 1시간 동안 학생을 잡고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된 범인이 뇌전증 4급 판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뇌전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전증(雷電症)은 지금은 없어진 이름인 ‘간질’로 불렸던 질환이다. 공식적으로 간질이라는 단어가 없어졌지만 아직까지 편견이 심한 질환 중 하나다. 하지만 알렉산더대왕이나 모파상·노벨·처칠 등도 뇌전증을 앓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뇌전증 질환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 정상 생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1천명당 4~10명 발병

뇌전증이란 발작 또는 의식저하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발작이나 의식저하를 일으킬 만한 다른 원인인자, 즉 전해질 이상·신장 이상·알코올 과다섭취·금단 증상·심한 수면박탈 등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이런 유발인자가 없음에도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를 뇌전증으로 분류한다.

인간의 뇌에는 수억 개의 작은 뇌세포가 있으며 이들은 서로 전기신호를 주고받으면서 뇌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뇌가 광범위한 손상 혹은 미세한 국소 손상을 받게 되면 해당 부위의 뇌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전기신호를 발생시키고(발작파) 이로 인해 다양한 뇌전증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일반적으로 뇌전증의 유병률은 1천명당 4~10명으로 꽤 흔한 병이며 일반인의 약 3%가 일생을 살면서 1회 이상의 발작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병률은 초기 소아에서 높고 초기 성인기에서 가장 낮아졌다가 65세 이상의 노인에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가슴 두근거림 등 다양한 증상 보여

뇌전증은 유전적 원인과 함께 뇌의 구조적 혹은 대사성 원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머리외상, 중추신경계감염 또는 뇌종양이 모든 연령에서 흔한 뇌전증의 원인이며 40세 이상에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뇌혈관 질환은 고령에서 뇌전증을 일으키는 가장 흔한 원인이다. 하지만 뇌전증은 검사를 통해 원인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뇌전증 발작은 크게 부분발작과 전신발작으로 나누는데, 부분발작은 다시 의식유무에 따라 단순부분발작과 복합부분발작으로 나눌 수 있다.

단순부분발작은 의식이 유지되면서 한쪽 팔이나 다리 등을 불수의적으로 움직이는 운동 증상, 한쪽의 얼굴·팔·다리 등에 이상 감각이 나타나는 감각 증상, 속에서 무언가 치밀어 올라오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자율신경계 증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복합부분발작은 의식장애와 함께 의도가 확실하지 않은 반복적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전신발작에는 전조증상 없이 수초간 행동을 멈추거나 멍하게 앞을 바라보는 양상의 소발작, 발작 초기에 의식을 잃고 강직이 일정 시간 지속된 후 팔다리가 규칙적으로 떨리는 양상의 전신강직간대발작, 빠르고 순간적인 근육의 수축이 한쪽 또는 양쪽 팔다리와 몸통에서 나타날 수 있는 근육간대경련발작, 순간적인 의식소실과 함께 전신의 근육에서 힘이 빠지는 무긴장발작 등이 포함된다.

칠곡경북대병원 전진선 교수는 “뇌전증 증상은 우리가 흔히 아는 발작 증상과 다르게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의심되는 경우 반드시 신경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신이나 비뇌전증발작과 구별해야

일반적으로 이상 떨림 증상이나 일회성 경련 증상 등이 뇌전증으로 오인 받고 불필요한 투약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뇌전증 증상임을 모르고 장기간 비정상뇌파에 노출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실신과 정신성비뇌전증발작을 구별해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실신은 일시적으로 뇌혈류가 감소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현상이며 대개 특별한 치료 없이 회복된다. 주로 서있거나 혹은 앉은 자세에서 발생하며 환자는 의식을 서서히 잃기 때문에 다치지 않게 스스로 대처할 수 있고 쓰러지는 순간을 기억할 수 있다. 어지럽거나 눈이 침침해지는 느낌 등의 전구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뇌전증 발작과 달리 깨어나도 두통이나 어지럼 등이 없으며 곧바로 말도 하며 주변 상황을 인식한다.

정신성비뇌전증발작은 정형화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그 증상의 지속 시간 역시 뇌전증에 비해 길고 주로 깨어 있을 때 일어나는 경향이 많다. 이런 질환들의 감별은 장시간 비디오뇌파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치료가 원칙이지만 수술도 고려

뇌전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식이요법, 수술 등이 있다.

현재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된 약제들은 10~15종류가 있다. 처음에는 단일요법으로 시작하지만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 여러 약을 섞어 사용하게 된다. 약물치료의 목표는 지속적으로 약을 사용하더라도 특별한 부작용 없이 증상을 조절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약물 선정은 효과와 안정성을 모두 고려해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약을 사용하게 된다.

식이요법은 주로 소아에게 사용되나 약물로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뇌전증 환자에게 케톤식이요법을 통해 효과를 본 경우도 있다.

뇌전증 환자는 우선 약물로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약물치료로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뇌전증 수술도 고려한다.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병변이 영상학적 검사에서 확인되는 경우는 국소절제술을 통해 해당 부위를 제거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안전하다.

이밖에 가슴 피부 밑에 미주신경자극기를 심어 목에 있는 미주신경을 일정한 간격으로 자극해 발작의 횟수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도움말=전진선<칠곡경북대병원 교수·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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