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4년을 좌우할 선택

  • 박규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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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  발행일 2018-04-23 제31면   |  수정 2018-04-23
[월요칼럼] 4년을 좌우할 선택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1980년대 한 가전회사의 광고 카피다. 워낙 간명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문구라 요즘도 종종 광고 카피의 교범(敎範)으로 회자된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프랑스 작가 사르트르도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라고 하지 않았나. 출생(Birth)과 죽음(Death) 사이에서 항상 선택(Choice)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진학이나 취업, 결혼, 사업 확장 같은 중대사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엇갈린다. 잘 고르면 면류관을 쓰고 어리석은 선택을 하면 루저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일상에서도 늘 소소한 선택에 직면한다. 외식을 할 때나 영화 또는 드라마를 볼 때도 골라야 한다. 후진 영화를 보고나면 괜히 시간까지 뺏긴 것 같아 후회가 밀려오고, 허접한 책을 본 후엔 정서적으로 손해를 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문화콘텐츠와 정보가 넘쳐날수록 고르는 게 더 중요해진다.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 없지는 않다. 관객 수와 시청률, 온라인상의 평가, 출연진의 연기력, 작품의 포맷과 내용을 살피는 것이다. 필자가 만족하고 공감했던 영화와 드라마는 대개 스토리가 탄탄하고 OST나 배경음악이 좋은 작품이다. 영화론 ‘가을의 전설’ ‘피아노’ ‘타이타닉’ ‘와호장룡’ 등이 그렇다.

각 정당의 6월 지방선거 후보 윤곽이 드러났다. 여기에 무소속 출마자 명단만 올리면 대진표가 거의 완성된다. 한데 유독 자유한국당의 대구·경북지역 공천과정은 잡음의 연속이었다. 후보 낙점의 기준과 원칙조차 없었고, 단수추천이 경선으로 번복되는 등 오락가락 행태가 되풀이됐다. 을의 위치인 예비후보를 능멸하는 ‘갑질 공천’ 그 자체였다. 이러니 차라리 인공지능(AI)에게 공천을 맡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온 모양이다.

인공지능에게 지방선거 공천을 맡겼다면 어땠을까. 한국당 예비후보의 인적 사항, 의정활동, 지역구에서의 경쟁구도 등 모든 데이터를 딥러닝한 인공지능이 공천자 명단을 출력했다면 지금의 공천자와는 사뭇 다른 이름들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알고리즘·딥러닝에 의해 작동되니 원천적으로 사감(私感)이나 정실(情實)이 개입될 소지가 없다. 적어도 ‘공정’은 담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가릴 ‘선’자가 들어가는 선거(選擧) 역시 고른다는 뜻이다. 대통령 선거를 빼곤 4년을 좌우하는 선택이다. 한데 인생행로에서 맞닥뜨리는 선택의 기로에선 숙고를 거듭하는 유권자들도 선거엔 건성건성 임한다. 잘못된 선택이 부르는 재앙을 너무 쉽게 망각하는 까닭이다. 영남권 신공항이 두 번씩이나 백지화되고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도 선택의 산물 아니었던가. 한국당의 갑질 공천 또한 정당의 깃발 색깔만 보는 ‘묻지마 투표’가 자초한 부메랑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지방선거에선 어떤 인물을 골라야 할까.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솎아내야 할 정치인으로 갑질 및 비리 후보를 1순위로 꼽았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갑질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사익 추구, 막말, 불통 후보도 배제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이런 틀에 박힌 낙선 기준 외에 참고해야 할 대목이 많다. 고용창출과 지역발전도 염두에 둬야 하며, 특정 정당의 갑질 공천 관행을 심판하고 반(反)지방분권 세력도 응징해야 한다. 1인당 GRDP(지역내 총생산) 꼴찌 탈출과 대기업 유치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대구의 화급한 현안이다.

지방선거 판세가 어떻게 전개될지도 궁금하다. 대구·경북에선 2016년 총선을 능가하는 변화의 기류가 있을지, 아니면 일당 독점이란 진부한 클리셰가 지속될지가 관전 포인트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말한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 네가 어떤 것을 고를지 모르니까.” 6월 지방선거도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걸까.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니까.

박규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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