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김부겸과 김문수…그리고 TK정치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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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3   |  발행일 2018-04-23 제30면   |  수정 2018-04-23
진보정당 대구 입성시켰던
2년 전 수성구갑 맞대결 2人
지금은 다시 각자 정치행로
地選에선 정체성과 다양성
가운데 어느쪽 선택받을까
[송국건정치칼럼] 김부겸과 김문수…그리고 TK정치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더불어민주당 대구 수성구갑 국회의원)과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전 국회의원·전 경기도지사)는 닮은 듯 다른, 이 시대의 대한민국 정치인이다. 먼저 닮은 점. 고향이 경북(김부겸= 상주, 김문수= 영천)이다. 경북고(김부겸= 56회, 김문수= 51회)와 서울대(김부겸= 정치학과, 김문수= 경영학과) 동문이기도 하다. 둘 다 대학시절엔 학생운동을 했다. 김부겸은 경기도 군포에서, 김문수는 경기도 부천에서 각각 국회의원을 세 번씩 지냈다. 다음은 다른 점. 김부겸은 보수정당(한나라당) 소속으로 국회에 처음 진출했고, 지금은 진보정당 소속이다. 김문수는 진보정당(민중당)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출마(비례대표)했고, 지금은 보수정당 소속이다.

두 사람은 2016년 총선 때 대구 수성구갑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결과는 김부겸(62.30%)의 완승. 민주당은 이 선거로 불모지 대구에 교두보를 구축했다. 김문수는 ‘선거불패’ 신화(비례대표와 당내 경선 제외)가 고향에서 깨졌다. 보수의 안방 일부를 진보에 내준 당사자가 되기도 했다. 두 사람이 수도권에서 정치를 하다가 고향으로 귀환한 일 역시 닮은 꼴이다. 그런데 이후 행보는 결과적으로 다른 꼴이 돼 버렸다. 김부겸은 2012년 19대 총선(40.4%), 2014년 대구시장선거(40.3%)에서 졌으나 대구에서 활동을 계속 하다가 마침내 20대 총선에서 통산 4선에 성공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으로 조기 대통령선거가 실시되고 문재인정부가 들어서자 장관으로 발탁됐다. 김문수는 2년을 버티다 자유한국당이 서울시장선거에서 인물난을 겪자 ‘수도 서울에서의 자유민주주의 가치 회복’을 명분으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아마도 김부겸이 대구시장선거 출마를 위해 장관직과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수성구갑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면 두 사람의 길은 지금과는 또 달랐을 게 분명하다. ‘수성구갑 주민과의 신의’를 앞세운 김부겸의 선택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필자는 최근 두 사람과 연달아 만나 인터뷰를 했다. 장소부터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행정안전부장관실(김부겸)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중앙당사 회의실(김문수)이었다. 두 사람이 맞붙어 김부겸이 승리하고 TK에 민주당 교두보가 마련된 이후 2년 동안 대구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다고 각자 생각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김부겸은 “(문재인정부에 대해) 아직은 인사 문제 등에서 좀 섭섭한 게 많은 것 같다. 시·도지사가 새로 선출되고 지방분권형 개헌이 되면 새로운 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했다. 김문수는 “(20대 총선 결과로) 우리나라가 왼쪽으로 더 기울어졌고, 대구도 김부겸 후보의 승리로 그렇게 됐다”고 했다.

두 사람은 정치적으로 처한 위치에 따라 TK의 현주소와 민심을 서로의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여야, 보수와 진보에 따라 정치 공급자의 입장이 확연히 갈린 셈이다. 그렇다면 정치 수요자인 대구·경북 주민들은 어떨까. 아마도 공급자보다 훨씬 복잡하고 복합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까. 20대 총선 이후 2년 동안 이어진 파란만장하면서도 비극적인 정치 드라마를 본 지역 유권자들의 판단은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김문수처럼 총선 때 보수 후보가 외쳤던 ‘TK 정체성’이냐, 지금 김부겸처럼 총선 때 진보 후보가 주창했던 ‘TK 다양성’이냐가 다시 갈림길에 선다. 현재 여러 지역에서 진보 후보나 무소속 후보가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건 실제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또 그 결과는 다시 2년 후에 어떤 평가를 받을까.
송국건기자 song@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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