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환경오염과 나무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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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1   |  발행일 2018-04-21 제23면   |  수정 2018-04-21

나무가 미세먼지 해결책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나무에 기대하는 미세먼지 저감 효과는 두 가지다. 중국 대륙의 황사 발원지에 나무를 심어 흙먼지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과 미세먼지를 흡수하게 해 공기의 질을 높이는 것.

나무는 광합성을 위해 기공(氣孔)을 개방하여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이때 오염물질도 같이 유입된다. 잎 속으로 침투한 대기 오염물질은 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파괴, 잎의 색깔이 변하거나 반점이 생기게 한다. 예를 들어 오존(O₃)은 잎의 앞면을 파괴하며, 질소화합물 중의 하나인 PAN은 뒷면을, 이산화황(SO₂·아황산가스)은 앞뒷면에 동시에 피해를 준다. 이는 나뭇잎의 피해 양상을 보고도 대기 오염 물질이 어떤 것인지 추적을 가능케 한다. 나무가 대기 오염 여부와 원인을 알려 주는 지표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는 것. 물론 대기 오염물질은 대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오염이 지속될 때는 잎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하기 때문에 잎으로만 대기 오염을 가늠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다만 심한 대기 오염이 장기간 계속되면 나무도 살아남기 어렵다.

영풍제련소의 폐수 유출이 한 달 넘게 도마 위에 올라 있다. 경북도는 낙동강에 폐수 70여t을 배출, 수질을 오염시킨 영풍제련소에 대해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환경단체에서는 이 제련소의 폐쇄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풍제련소의 폐수 배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낙동강 상류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할 때마다 그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봉화군 석포면사무소 소재지인 석포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두 가지가 영풍제련소와 그 뒤의 벌거벗은 산이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은 석포면에 들어서서 S자로 굽어지는데 그 S자의 호(弧)안에 제련소가 있으며 이웃해 있는 야산은 인근의 다른 산에 비해 현저하게 나무가 적고 어두운 색이다.

산림청은 이 일대의 소나무림 집단 고사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정밀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 조사는 수십 년간 벌거벗겨져 있어 석포면의 흉물이 된 야산의 사연을 밝혀줄 것이다. 더불어 조사 과정에서 그 산에 살아 있거나 죽은 나무는 환경오염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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