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자! 골목” 뜨는 新창업메카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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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1 08:03  |  수정 2018-04-21 08:03  |  발행일 2018-04-21 제11면
대구엔 김광석길 비롯 1천여개 골목 존재
청년들 라이프스타일 토대로 한 활성화땐
젊은층 지역 정착 유도하는 해법까지 돼
지역 청년 ‘골목길=창업테스트베드’ 인식
고급·개성·전문화 핵심가치로 벤처창업땐
볼거리·먹거리 늘며 관광산업까지 시너지
수제화·공구골목은 문화·관광 연계 절실
“다시 보자! 골목” 뜨는 新창업메카

도심 속 골목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이른바 ‘골목경제’가 새로운 창업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골목이 단순한 보행통로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 집약된 문화자원이라는 인식에서 싹튼 개념이다. 골목길에 사람과 돈이 모이게 하면 그 경제적 가치가 커진다는 논리다. 잘 안착되면 로컬벤처·소셜벤처 등 왕성한 창업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 정서적 공간인 골목길이 경제적 가치로 재해석되고 있는 셈이다. 골목경제 활성화의 핵심가치는 고급화·개성화·전문화로 축약된다. 다행히 현 정부도 골목길 지킴이인 ‘소공인(종사자 10인 미만·예술인 포함)’들을 지원하는 데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지난해엔 제1차 도시형 소공인 지원종합계획(2017~2021년)을 발표했다. 올 초에는 도시형 소공인 집적지구 지정 및 소공인 특화센터 설치 지원 등 관련 법률·정책적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정부가 골목경제 활성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골목길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을 방증한다. 요즘 골목길의 흥망성쇠는 청년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크게 좌지우지된다. 젊은이들에게는 평소 자주 가는 음식점과 카페가 따로 있다. 그곳에서 지인을 만나고 사업미팅도 한다. 아예 주변으로 주거지를 옮기고, 게임·유통·IT·서비스업종 관련 창업까지 한다. 지자체도 골목길이 살아나면 도시재생은 자연스레 이뤄진다고 기대한다.

도시경관이 개선되고 볼거리·먹거리 등이 늘어나면 관광산업까지 흥할 수 있어서다. 이럴 경우 이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또 다른 창조산업이 잉태될 수 있다. 더욱이 대구는 타 지역으로의 청년인구 유출이 많은 곳이다. 무작정 창업 의지가 있는 청년들을 전통시장으로만 떠밀지 말고 골목경제를 바꿀 수 있는 주체로 인식,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골목상권의 경쟁력 강화를 견인할 주체들

‘골목길 자본론’의 저자인 모종린 연세대 교수에 따르면 골목상권의 활력은 수요자·공급자·중개자의 경제활동에 의해 좌지우지된다. 골목상권 수요는 당연히 젊은층에 집중돼 있다. 자동차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는 기성세대들은 대로변에 위치한 전통시장·백화점·대형마트 등을 선호한다.

반면, 보행문화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은 골목상권에서 생산되는 상품이 주는 물질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적·윤리적 가치도 같이 소비한다. 공급자, 즉 생산자도 무게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이들은 독립상점과 전문기술로 자신만의 특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골목길에선 건물주와 문화예술가도 당당한 생산자다.

건물주는 개성있는 건물과 문화적 가치가 높은 시설을 유치, 골목 비즈니스를 선도할 수 있다. 각종 문화예술시설·청년창업지원센터 등을 설립하는 정부 및 지자체도 골목경제의 중요한 주체다. 골목경제 활성화가 곧 도시경제의 발전을 이끈다는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문화 인프라 조성, 임차료 지원, 골목창업 지원, 대중교통 개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

여기에 중개자와 기획자가 빠질 순 없다. 보통 갤러리·기획사·출판사가 중개 비즈니스 역할을 한다. 골목길 스타를 발굴 육성하는 게 주업무다. 따지고 보면 임대차 시장도 골목 소상공인과 건물주를 연결하는 골목상권의 중요한 중개산업이다. 상당수 소상공인들은 상업 및 제조 공간을 임차해 사용하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의 건강성이 골목산업 활력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기획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골목길 내 가게나 부동산에 투자를 한다. 국내 최대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자사가 소유한 상가에 유명 셰프를 영입, 자산가치를 극대화했다.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고 가게창업을 통해 권리금을 높이는 수익모델을 선택하는 기업들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장인(匠人)공동체 강화해야

골목길에서 업을 영위하는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지원 정책 발표로 기대감은 크지만 속사정은 그렇지 않다. 최근 발표된 대구경북연구원 자료를 보면 600여 개의 소규모 안경제조업체가 집적된 대구 노원·침산동의 경우 넛 크래커(Nut-Cracker·사이에 끼여 힘을 못씀) 현상이 뚜렷하다.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 경쟁, 중국에게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열악한 작업환경과 불합리한 유통구조 및 인력 부족은 어제오늘만의 일의 아니다.

소규모 업체가 중심인 주얼리골목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구 성내동 일대 100여 개의 소상공인들이 집적돼 있고 남부럽지 않은 세공능력도 보유하고 있지만, 저임금과 열악한 작업환경 탓에 디자인 인력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장비도 노후화돼 시제품 생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문제를 그대로 방치하면 골목경제가 붕괴될 수 있다. 골목길 특유의 매력이 사라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남산동 자동차부속골목, 향촌동 수제화골목, 북성로 공구골목은 문화·관광산업과 연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골목상권에 투자하는 사람이 없다면 골목길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며 “지속가능한 골목상권 구축을 위해선 건물주도 장인정신에 입각해 임대료 상승을 적절히 조정하고 골목투자 유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골목기획자·골목 장인을 적극 육성해 특색있는 골목을 만든 뒤 이를 지역자원화해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하게 해야 한다”면서 “지역 청년들은 골목길을 하나의 ‘창업 테스트베드’로 인식한다. 1천여 개의 골목의 데이터베이스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잖다”고 말했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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