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화제] 방문객 줄잇는 객주문학관

  • 배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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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21 07:31  |  수정 2018-04-21 07:31  |  발행일 2018-04-21 제8면
연간 2만명 방문…文香 그윽한 대한민국 문학산실
청송군 2014년 폐교 리모델링
문화가 있는 소중한 공간 조성
2015년부터 국내외 작가 입주
올해는 다양한 장르 20명 선정
한중작가회의 개최 양국 교류
1층 종이찻집선 세계 커피 판매
입주작가 90% 이상 연장신청쾌적한 시설·안전한 환경 호평
이태준문학상 이성아 작가 등
입주작가 창작성과도 기대이상
[토요화제] 방문객 줄잇는 객주문학관
작가 김주영씨가 청송 객주문학관을 찾은 일반 작가 등 방문객에게 자신의 문학세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청송군 제공>

힐링 슬로시티 청송에서 ‘문향(文香)’이 진하게 풍겨 오고 있다. 발원지는 글쟁이 김주영의 대하소설 ‘객주’를 이름으로 내건 ‘객주문학관’. 문학관은 봉황의 전설을 간직한 비봉산 능선이 곱게 뻗다 평지를 만나 멈춘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진보면내를 500여m 앞둔 고갯마루다. 청송군이 2014년 김주영의 출생지인 진보면의 한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고스란히 남아 있는 교실은 학생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 대신 작가들의 땀과 작품 활동 열기로 가득하다. 객주문학관은 김주영의 삶과 문학세계는 물론 19세기 말 보부상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 ‘객주’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문학도·예술인·관광객 발길 이어져

객주문학관은 요즘 제대로 입소문을 탔다. 문학도와 예술인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는 것. 방문객이 연간 2만명이 넘는다. 청송군 관계자는 “문화가 있는 행복한 삶을 선사하는 소중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객주문학관 창작관엔 2015년부터 국내외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연면적 606㎡에 6개의 창작실과 회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올해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 20명이 선정돼 창작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특히 한·중작가회의가 이곳에서 양국 문학의 상호 이해를 넓히는 교류행사를 갖고 있다. 여기엔 작가 김주영을 비롯해 김주연·정현종·천양희·김명인·이시영·호형엽·홍정선 등 국내 문인과 중국 작가 량핑 쓰촨성작가협회 부주석·쑤팅 샤먼시 문련주석·양커 중국작가협회주석단·옌리 상하이시 시인·푸위엔펑 난징대 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한·중작가회의가 사드 사태 이후 양국 교류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며 “객주문학관이 청송군의 국제적 이미지 제고와 관광자원 홍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작관이 마련하고 있는 프로그램도 호평을 받고 있다. 청송 산골 마을의 정감어린 풍경에서 동해 어촌마을의 볼거리까지 다양하게 담았다.

청송군은 지난해부터 객주문학관 방문객과 지역 주민들에게 일상 재충전을 위한 휴식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연수관 1층 로비를 리모델링해 도시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종이찻집’을 만들었다. 이 곳에선 세계 희귀 고급커피·명품 차류·특산물·공예품 등을 판매한다. 매주 월요일 객주문학관 휴관일을 제외하고 상시 운영 중이다.

[토요화제] 방문객 줄잇는 객주문학관
청송 진보면에 자리잡고 있는 객주문학관 전경. 전국의 많은 문학도와 예술인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청송군 제공>


◆입주작가 다양한 장르 창작품 발표

객주문학관은 입주 작가들이 다양한 창작 성과를 내놓으면서 ‘대한민국 문학 산실’로 떠오르고 있다. 청송군은 창작관 입주 작가의 불편 사항을 수시로 모니터링해 신속히 개선해주고 있다. 쾌적한 시설과 안전한 환경으로 작가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입주 작가의 90% 이상이 연장 신청을 하고 있다. 작가들에겐 ‘꼭 다시 오고싶은 공간’이 됐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입주 작가들의 창작 성과는 기대 이상으로 알차다. 지난해 입주 작가들은 시 19편을 비롯해 산문 1편·소설 11편·동화 1편·평론 1편·희곡 1편을 냈다. 이성아 작가는 ‘그림자그리기’로 이태준 문학상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박정애 작가의 ‘벽란도의 새끼 호랑이’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에, ‘한 포물선이 다른 포물선에게’는 세종 우수 도서에 각각 선정됐다. 입주작가들은 “서울과 멀리 떨어져 있어 다소 불편함도 있지만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너무 좋다. 창작관 시설과 운영진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주영 작가는 “살아있는 사람의 문학관을 잘 짓지는 않는데 청송군에서 큰 결심을 하고 혜택을 준 것 같다”며 “큰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여생을 이 문학관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객주문학관이 자기 얼굴이고 자기 집이라며 예술인들의 조언을 받아 문학관의 소품 장식 등을 직접 하고 있다. 그는 “내가 쓴 소설 ‘뜻밖의 생’처럼 팔순의 나이에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을 만나 위로와 격려를 해줘야겠다”며 “힘들고 지쳐 있는 사람들은 객주문학관으로 발길을 돌려라. 따뜻한 차 한잔 대접해 주겠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한동수 청송군수는 “객주문학관에서 노벨문학상에 오르는 우수한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한국의 대표 문학 산실로 굳건히 자리를 잡아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청송=배운철기자 baeu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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