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4년간의 업무 마무리 이병배 前 대구 달서문화재단 대표

  • 김수영 이지용
  • |
  • 입력 2018-04-20   |  발행일 2018-04-20 제35면   |  수정 2018-04-20
“아파트촌 ‘장미꽃 필 무렵’ 달서구 대표축제 된 것 기억 남아”
20180420
최근 4년의 임기를 마친 이병배 전 달서문화재단 대표가 “올해 환갑을 맞아 제2의 인생을 좀 더 의미있게 살아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80420
달서구의 대표축제가 된 ‘장미꽃 필 무렵’의 행사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는 모습.
20180420
2014년 열린 ‘모질 브라스 앙상블’의 공연을 마친 뒤 찍은 기념사진.

최근 대구 달서문화재단 이병배 대표가 4년간의 업무를 마무리했다. 쏜살같은 시간이었지만 뒤돌아보니 초대 대표를 맡아 꽤 많은 일을 처리했다. 종종 생각지도 못한 일에 어려움도 느껴졌지만 보람도 참 많았던 시간이었다. “달서문화재단 초대 대표를 맡아 심적 부담감이 컸던 만큼 더 열심히 일했다”는 그는 좀 더 많은 지역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알차고 의미있는 공연과 전시를 마련했다고 했다. 첼리스트였던 그는 대구음악협회장을 거쳐 달서문화재단 대표직을 수행하면서 문화예술행정가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더욱 열심히 노력할 것이라는 겸손함을 보이지만 문화예술행정가로서의 그의 역량에 지역예술계는 새로운 기대를 걸고 있다.

웃는얼굴아트센터 문화예술교육 강화
청소년위한 뮤지컬·만화·자동차 강좌
세계적 모질 브라스 앙상블 초청 감동
365일 연중전시 기획·조각展도 호응
청룡홀 재개관 다양한 기념공연 마련

대구시립교향악단·첼리스트로 활동
문화예술행정가 역할 중요성 깨달아
좋은예술, 행정 뒷받침돼야 상생발전


▶2014년 달서문화재단 출범 후 많은 사업을 했습니다. 그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달서구의 대표축제인 ‘장미꽃 필 무렵’을 꼽았습니다.

“매년 5월 장미꽃이 필 즈음에 열리는 이 축제는 아파트촌에 둘러싸인 이곡분수공원에서 개최되던 작은 행사였습니다. 재단 출범 후 바로 그해부터 ‘장미꽃 필 무렵’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제법 큰 축제로 키웠습니다. 달서문화재단의 사업 대부분이 재단 사무실이 있는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데 이 축제는 아트센터를 벗어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촌에서 진행돼 주민과의 소통·화합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됩니다. 웃는얼굴아트센터에 오는 것을 아직 부담스러워하는 지역민들에게는 문화예술에 대해 좀 더 친근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행사라고 할 수 있지요. 2015년에는 대구시 우수축제로 지정돼 행사의 규모를 키우고 내실을 다져나감으로써 달서구 대표축제로 만들었습니다.”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운영했던 문화센터를 예술아카데미로 변경하는 등 문화예술교육사업에도 나름 의지를 가지고 힘을 쏟은 것으로 압니다.

“문화센터의 수업이 단순한 교육에 치중했다면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만든 예술아카데미는 교육의 수준을 높이고 교육 참여층의 연령도 확대시켰습니다. 기초강좌와 심화강좌로 수업을 세분화해 깊이있는 교육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특히 청소년강좌를 대폭 강화했습니다. 청소년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강사들을 초청해 뮤지컬·자동차·만화 등과 연관된 강의도 선보였습니다.”

▶큰 공연도 많이 기획했는데 특히 자부심을 가지는 공연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웃는얼굴아트센터는 대형공연장이 아니라 대형공연 기획은 못하지만 나름 특색있는 공연을 많이 했습니다. 그중에서 2016년 세계적인 ‘모질 브라스 앙상블’ 초청공연이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모질 브라스 앙상블은 빈 국립음대 동문들로 구성된 세계적인 연주단체인데 대구 최초로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초청공연을 벌였지요. 기대만큼 좋은 연주를 보여줬고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재단에 와서 이런 멋진 공연을 기획해서 지역민들에게 보여줬다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

▶그동안 웃는얼굴아트센터가 공연에 비해 전시가 취약하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임기 동안 전시분야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으로 압니다.

“웃는얼굴아트센터가 큰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관계로 접근성에 애로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365일 연중 전시를 기획해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대관보다는 기획전에 더 많은 힘을 쏟아 전시실을 어느 정도 활성화시켜 놨습니다.”

▶야외조각전도 이 대표가 새롭게 만든 전시행사입니다.

“2014년 재단출범 기념전으로 야외조각전을 선보여 주민들의 호응을 얻었습니다. 아트센터 내 야외공연장을 비롯해 소나무 숲 등에 조각을 전시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서 연례행사로 열고 있습니다. 공연 중심의 웃는얼굴아트센터를 전시와 공연이 균형 발전하도록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

▶웃는얼굴아트센터의 메인공간인 청룡홀을 지난해부터 리모델링해 최근 완공시켰습니다. 큰 금액의 국·시비를 확보해 쉽지 않은 리모델링 사업에 들어갔는데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재단 대표로 있으면서 달서문화재단의 정체성을 찾아 지속가능한 문화정책을 만들어 나가려 노력했습니다. 청룡홀 리모델링도 그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문을 연 지 12년된 청룡홀의 무대·음향·조명·객석 등을 전면 개·보수했습니다. 달서문화재단이 총력을 기울여 결코 적지 않은 사업비를 확보했습니다. 앞으로 훨씬 좋아진 공연환경 속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청룡홀 개관과 재단출범 4주년을 맞아 많은 행사들을 기획했습니다.

“지난 13일부터 대표 여성작가 8인 초대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회화·섬유·조각·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작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27일에는 코리아챔버오케스트라 초청공연이 펼쳐집니다. 이밖에도 청룡홀 재개관 기념공연과 전시가 다양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달서문화재단 대표로 활동하는데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 대구음악협회장 등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했습니다.

“1970년대 말부터 10여 년간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으로 활동한 뒤 대구음악협회장을 맡았습니다. 교향악단에서 활동한 것과 음악협회장으로 일한 것이 문화예술행정가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습니다. 특히 음협회장을 하는 동안 많은 공무원·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예술행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영남대 대학원에 늦게나마 다시 입학해 예술행정학을 공부했습니다.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힘든 만큼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순수예술인에서 문화예술행정가로의 변신이 쉽지는 않았을 듯합니다.

“예술가가 되는 길부터 험했습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집안 사정은 물론 사회적으로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시기라 예술인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맏이였기 때문에 음악대학을 간다고 하니 집안의 반대가 거셌지요. 그래도 음악이 좋아서 영남대 음악대학에 입학했고 첼리스트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러시아의 국립그네신아카데미 석사과정도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음악을 포함한 예술 관련 일을 하면서 대구시민으로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후회없는 삶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예술계에서 예술가의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차츰 알게 됐습니다. 좋은 예술가가 많아지고 그들이 제대로 된 역량을 펼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행정가의 역할이 절실하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 것이지요.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기반 삼아 뛰어난 문화예술행정가로 거듭나는 것이 지금 제가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입니다.”

▶그동안 문화예술행정가 육성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습니다.

“좋은 예술가들도 필요하지만 이들이 그 역량을 마음껏 펼쳐보이기 위해서는 문화예술행정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예술가와 예술행사 등을 제대로 알림으로써 문화향유층이 넓어지도록 하고 이를 통해 예술가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도록 하는 것이 문화예술행정가의 일입니다. 문화예술행정가는 예술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예술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예술에 좀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주는 사람입니다. 예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좋은 예술인과 좋은 문화예술행정가가 두루 갖춰져야 합니다.”

▶정치권에도 예술인들의 활동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하셨습니다.

“이제는 예술가 출신의 인사들이 정치권에도 진출해 예술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예술에 대해 아는 분들이 정치권에 포진해 있으면 예술 발전에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이 많아질 것 입니다.”

▶올해 환갑을 맞아 새로운 마음자세로 일한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올해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해입니다. 60년이란 세월 동안 어설픈 짓도 많이 했지만 그 나름대로 좋은 경험도 많이 축적했습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열심히 활동해 지역예술계는 물론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그것이 그동안 지역에 뿌리를 두고 활동한 예술가이자 문화예술행정가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이병배 전 달서문화재단 대표는 영남대 기악학과와 동대학원 예술행정학, 러시아 국립그네신아카데미 석사과정을 마쳤다. 대구시립교향악단 단원, 대구예총 수석부회장, 대구음악협회장 등으로 활동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