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하이퍼루프

  • 배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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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9   |  발행일 2018-04-19 제31면   |  수정 2018-04-19

하이퍼루프(Hyperloop)는 미국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캡슐형 초고속 열차 시스템을 일컫는 말이다. 선박·기차·자동차·비행기에 이은 5세대 교통수단으로 통한다. 진공에 가까운 튜브 안에 캡슐형 승객 이동수단을 설치, 승객 20~30명을 태우고 시속 1천100~1천200㎞ 속도로 달릴 수 있다. 점보 여객기보다 빠르고 음속(1천224㎞)에 근접한다. 서울~부산은 16분 만에 주파가 가능하다. 자기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고 진공상태의 터널 속에서 캡슐이 1~2㎝ 떠 있는 상태로 달린다.

하이퍼루프는 경제성도 뛰어나다. 샌프란시스코~LA 구간 예상 건설비용이 60억달러(약 6조5천억원)로 같은 거리 고속철 건설비용의 10% 수준이다. 선로지붕에 태양열 집광판을 설치해 동력을 얻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요금도 고속철보다 훨씬 저렴하다. 세계 각국이 기술선점과 상용화를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미 제조기업 하이퍼루프원은 지난해 네바다 사막에서 시속 310㎞ 모의 주행에 성공한 바 있다. 또 다른 업체 HTT는 지난 13일 프랑스 툴루즈 지역에 위치한 연구개발센터에서 실물 크기의 하이퍼루프 열차 캡슐이 주행할 수 있는 직경 4m짜리 터널을 제작해 공개했다. 두바이 정부는 2021년 두바이~아부다비 구간에 세계 최초로 하이퍼루프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도전장을 던졌다. 연내 400㎞ 길이의 진공궤도 시험구간을 만들어 하이퍼루프의 일종인 해저진공열차 시험에 나선다. 중국이 계획하는 해저진공열차는 최고 시속 1천㎞로 바다를 사이에 둔 다롄과 옌타이 간을 12분 만에 주파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울산과학기술원 연구진이 소규모 모델을 개발해 첫선을 보였다.

사실 진공상태의 터널 안에서 달리는 열차에 대한 아이디어는 벌써 100여 년 전에 나왔다.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등을 쓴 프랑스 작가 쥘 베른의 아들 미셸 베른이 1888년 출간한 소설 ‘미래의 기차’에 등장한다. 소설에는 해저에 설치된 공기튜브를 통해 미국 보스턴에서 영국 리버풀까지 2시간40분 만에 달리는 기차가 묘사된다. 꿈은 이뤄진다고 했던가.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오는 꿈의 열차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한·중·일이 해저 하이퍼루프로 연결되고, 일일생활권이 되는 날도 상상 속의 얘기만은 아닐 듯싶다.

배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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