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금의 시대정신은 자주 평화통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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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9   |  발행일 2018-04-19 제29면   |  수정 2018-04-19
[기고] 지금의 시대정신은 자주 평화통일
이범주 (한의사)

요즘 한반도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예술단·응원단이 다녀갔고, 27일엔 남북정상회담, 5월엔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 사이도 전례 없는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난 변화들이다.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많은 사람은 미국이 주도해 온 전세계적 제재와 압박에 견디지 못해 북한이 굴복해 비핵화 테이블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금보다 미국의 힘이 더 강하고 북한의 힘이 더 약했을 때조차도 북한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전에 비해 약해진 반면 북한은 자립경제를 갖추고 원자탄, 수소탄에 인공위성까지 자체 개발해 전보다 강해졌다. 이런 국면에서 북한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굴복한다고 해석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한때 북한제재에 동참했던 중국이 최근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양국 사이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상기하며 우의를 다졌다. 이젠 압박과 제재도 더 이상 지속하기가 곤란하게 됐다. 즉 압박과 제재만으로 이런 국면이 열린 게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런 사변적 변화가 생긴 것인가. 크게 보자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양세력으로부터 북한,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세력으로 세계적 패권의 중심이 이전하고 있는 세계사적 흐름이 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의 달러 패권이 전과 같지 않고 군사적 지배력 또한 약해지고 있다. 게다가 내부적으로 부의 집중으로 인한 불평등 심화, 제조업 공동화, 재정 및 국제수지 적자, 심각한 사회갈등 등의 문제로 시달리고 있으니 이제는 미국이 전과 같이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를 지배할 수 없게 됐다.

그렇다면 그 힘은 어디로 이동하는가. 서서히 중국, 러시아, 북한이 있는 아시아 대륙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미국과의 관계에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한 것과 남북 간 관계 개선을 과감하게 제안한 이면에는 핵무력과 자립경제를 갖추었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그러한 세계사적 변화가 배경으로 깔려있는 듯하다.

만약 그렇다면 문재인 정권은 어떤 행보를 이어가야 할 것인가. 철저하게 남북 사이의 평화정착, 체제 차이를 뛰어넘는 통일의 관점에서 북과의 관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국면은 분단 극복과 통일 실현이라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대한민국은 작금 상황이 어렵다. 청년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예전보다 일자리가 적다. 지금도 노동자, 농민, 자영업자들의 생존권은 벼랑 끝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역사는 가려지고 잘라지고 왜곡돼 민족사의 거대한 흐름은 마치 실개천과도 같은 초라한 흐름으로 축소됐다.

민주주의가 발전하려 할 때마다 조직 사건이 조작되고 좌절돼 왔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숱한 사건들이 베일 속에 가려 쌓여있다. 고통이다. 이런 고통의 뿌리는 어디에 있는가. 그 근원을 추적해 올라가면 결국은 분단에 가 닿는다. 분단이 지속되면 민주주의 발전, 경제정의 실현, 인간적 가치에 근거한 참교육, 민중의 생존권 확보… 이 모든 절실한 요구들의 해결에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에게 분단 극복과 통일 실현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문재인정부에 바란다. 미국, 일본 등의 외부세력에 지나치게 기대지 말고, 부디 민족 전체의 입장에 서서 남북 간 긴장 해소와 통일을 향해 일로매진해 나갔으면 한다. 이 정부 스스로가 촛불혁명으로 정권을 탄생시켰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통일시대를 이끌어 나가자는 6·15, 10·4 선언을 이끌어 내고 일관되게 민주화를 지향해 온 민주주의의 적통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전세계사적 흐름이 우리의 편에 있다. 망설일 이유가 없다. 남한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선제공격해선 안 된다고 천명한 것처럼 분단 극복, 자주 통일 실현이 지금의 시대정신이다. 이범주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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