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진단] 동남권 대망론은 없었다

  • 김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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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7   |  발행일 2018-04-17 제30면   |  수정 2018-04-17
한국당의 도지사 경선 결과
동남권에 적잖은 실망 안겨
늘 내편만 드는 민심은 착각
한때 등장한 동남권 대망론
하나의 黨 국한할 필요 없어
[화요진단] 동남권 대망론은 없었다

지난 9일 자유한국당 경북도지사 후보 경선이 마무리됐다. 치열하게 때론 혼탁하기조차 했던 경선을 거쳐 이철우 후보가 도지사 후보로 결정됐다. 경선 결과에 후보자 간 희비 못지않게 지역 간 희비도 엇갈렸다. 특히 20여년 만에 대망론을 꿈꿨던 동남권(포항, 경주, 영천, 영덕, 울진, 울릉)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은 사뭇 크다.

동남권은 지난해말 기준 인구 100만명에 육박하지만 1995년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단 한 차례도 도지사를 배출하지 못했다. 경북도청마저 안동·예천지역으로 옮겨가면서 동남권은 도청 기점으로 교통 오지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동남권 출신이 도지사가 돼야 한다는 이른바 ‘동남권 대망론’이 등장했다. 산술적으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동남권 지역 후보가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동남권 출신 후보 2명 중 김영석 영천시장이 중도 사퇴할 때만 해도 남은 박명재 후보에게 승산이 있다는 얘기가 동남권 지역에 나돌기도 했다. 결과는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로 끝났다.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높았던 동남권 대망론이 무산되자 책임론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우선 대표 선수를 잘못 내세웠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 후보가 아닌, 박 후보와 함께 출마가 꾸준히 거론됐던 강석호 의원이 나왔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말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다. 대표 선수를 선발해 놓고는 선수만 고분분투하도록 했다는 공동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가장 큰 책임은 동남권 지역 주민들을 결집시키지 못한 박 후보에게 있지만, 박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지역 정치권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동남권 대망론은 애초부터 존재해서는 안되는 허망한 바람일 수도 있다. 특정지역 출신이 또 도지사를 하면 안되고 이번에는 동남권 출신이 도지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에는 명분이 너무 약하다. 어느 지역 출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도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야 도지사 후보 모두 동남권 발전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도지사가 되든 동남권이 지금보다는 나아진다는 얘기다. 오중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동해안 평화벨트 조성과 환동해권의 안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수립 등을, 자유한국당 이철우 후보는 포항에 있는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의 동부청사 승격과 동해안 최우선 개발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후보들의 동남권 관련 공약이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닌 아이디어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쉬운 점도 적지않다. 무엇보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동남권 지역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동해안에 신재생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이나 원전해체기술센터 유치도 중요하지만 정부에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말하고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환동해지역본부의 제2청사 승격보다는 도청과 동남권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 포항~영덕 간 고속도로 개설(2023년 완공 계획), 포항 기계면~안동 길안면 간 국도 31호선 4차로 확장(2022년 완공 계획) 공사를 대폭 앞당기는 것이 시급하다. 여기에 일자리 창출 방안도 보태져야 한다.

동남권 대망론은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도지사 후보들이 어떤 공약을 내놓느냐에 따라 다시 꿈틀댈 수도 있다. 동남권 출신이 자유한국당 후보는 못됐지만,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후보와 정의당 박창호 후보 모두 포항 출신이다. 늘 내 편인 민심은 존재하지 않는다.

TK지역은 유사 이래 최대 정치적 위기에 처해있다. 차기 경북도지사는 TK지역의 정치적 활로를 개척하고, 기존과는 다른 정치적 리더십이 요구된다. 김관용 경북도지사가 취임 3주년때 밝혔듯이 국가를 경영하겠다는 꿈도 가졌으면 한다. TK지역민의 구겨진 정치적 자존심을 되살리기 위해서.

김기억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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