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연간 6억개 생산…수출 1천만달러 달성 가속도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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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7 07:42  |  수정 2018-04-17 07:44  |  발행일 2018-04-17 제19면
■ 고광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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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광산업은 냉간단조 방식의 정밀한 자동차부품 1천300여 가지를 생산하고 있다. 냉간단조 제품은 강도가 높아 내구성이 뛰어나고, 재료 손실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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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 경영인인 배용상 고광산업 대표는 “실적 위주의 기업 지원은 기업의 경쟁력을 더 악화시킨다. 무작정 정부 지원만 좇다보면 기업이 자립을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지역에서 향토 기업들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수십 년 동안 운영되던 가업을 창업주 자녀들이 이어받는 2~3세 경영 시대로 접어든 지 오래다. 2~3세 경영자들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확실한 경영 마인드를 바탕으로 가업과 기업을 더 크게 키워내는 경우가 많아 지역 내에서도 이들 젊은 기업인에 거는 기대가 크다. 1978년 배홍 회장의 창업 이래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고광산업은 2세 경영자 배용상 대표(49)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시켜 가고 있다. 

40년간 단일 업종에 주력
우수 중소기업 표창 수상 등
탄탄한 기술력 자타 공인
납품 해외 고객사만 14곳

2세 경영인 배용상 대표
현장직 입사 공정 익히고
직접 영업뛰며 거래처 늘려


◆2세 경영, 비약적 회사 성장

310억원. 지난해 고광산업에서 일군 매출 성과다. 자회사인 대경산업과 고광메탈까지 합하면 매출은 5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자동차부품을 매월 5천만개씩 연간 6억개가량 생산한 결과다. 수출 성과도 눈에 띈다. 2011년에는 300만달러, 2016년에는 500만달러를 달성했다. 올해는 수출 1천만달러를 목표로 세웠다.

고광산업이 견조한 상승세를 지속시킬 수 있었던 요인은 차별화된 경영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창업 이래 40년간 ‘자동차부품 제조’라는 단일 업종에 주력하면서 기술력을 탄탄하게 다져온 것. 1999년 창업 21년 만에 품질경영시스템(ISO 9001)을 취득하고 2002년 HMC SQ 주단조 인증을 받았다. 2005년에는 미국과 유럽 수출에 필요한 품질경영시스템 인증 규격인 TS16949:2002 인증을 획득했다. 오랫동안 품질 향상에 주력해 온 노력은 생산 제품 수와 수출 성과로 나타났다. 현재 고광산업에서 생산 중인 자동차부품은 1천300여 종이며, 이 제품들을 납품하는 해외 고객사만 14곳에 이른다.

국내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2007년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우수 중소기업 표창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대구시 우수기업 표창을 받았다. 품질 인증·수상 경력 등이 이 회사의 기술력을 입증해 준다.

고광산업이 지닌 또 하나의 강점은 탄탄한 영업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회사 대표가 직접 발품을 팔아 거래처와 신의를 쌓았다. 그 덕분에 외환위기와 경기침체 등 위기를 헤치고 수출 확장을 이룰 수 있었다.

배 대표는 “에이전시를 통하면 고객사를 쉽게 늘릴 수 있지만 거래를 계속 유지하기는 힘들다. 발품을 팔면 회사가 고객사를 유치하는데 힘은 들어도 지속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고광산업은 기존 냉간단조(금속재료를 실온에서 부품 형에 의해 압축해 성형하는 가공법)에서 새로운 기술에 도전하고 있다. 정렬 불일치 조정 기술인 매쓰레드다. 볼트가 기울어져 있어도 너트가 통과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일반 나사의 경우 각도가 어긋나면 조립 자체가 불가능한데 매쓰레드는 너트와 나사의 나사산(나사의 골과 골 사이의 높은 부분)을 일치시켜 나사산이 끊어지거나 새로운 나사산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장점이 있다. 쉽게 말해 너트에 볼트를 끼우기 위해 드라이버로 돌릴 때마다 두 나사 나선이 정확하게 정렬이 되는 것이다.

◆생계형 2세 경영인의 노력

2세 경영인에게 쏟아지는 부정적인 인식도 있다. 부모가 일군 부(富)에 기대어 많은 것을 쉽게 누리는 ‘금수저’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경영 일선에 올라선 것 아니냐는 편견이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부친 사업을 이어받는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아무런 노력도 안하고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에요. 전대에서 일군 성과를 자신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어요. 부모가 고생해 일군 회사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킨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지난 13일 만난 배 대표는 2세 경영인을 향한 삐딱한 시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배 대표는 올해 대구상공회의소 차세대 CEO포럼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몇몇 재벌 2~3세 때문에 부모의 사업을 이어받은 경영인 자체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하지만 2~3세 경영인 모임에서 만난 이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매출이 1천억원에 이르는 회사 대표인데도 화려한 삶과 거리가 먼 이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1997년 고광산업에 현장직으로 입사했다. 4년여 동안 생산 공정을 익힌 뒤 햇수로 입사 5년째인 2001년 11월1일자로 대표이사가 됐다. 기업의 자연스러운 경영권 승계가 아니라 부친인 배홍 회장의 건강 문제로 사업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당시 고광산업의 거래처는 국내 업체 2곳에 불과했다. 고객사가 10여 곳으로 늘어난 건 배 대표가 2002년 영업을 시작하면서다.

배 대표는 “여러 산단의 업체 정문에서 제재를 받으면서 겨우 출입해 약 팔듯이 영업하며 거래처를 늘렸다. 대표이사 직함을 단 첫 모습은 신입 영업사원이나 다름 없었다. 2004년에는 무작정 독일에 가서 해외 바이어들을 모아 놓고 유창하지 못한 영어로 회사 제품을 홍보했다. 에이전시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무역 전시회도 딱 한 번 참여했다. 전부 다 발로 뛰면서 만든 거래처다. 발품을 팔면 이익은 좀 줄어들더라도 안정적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의 노력 덕분에 2005년부터 거래처가 확장되기 시작했고 매출도 크게 올랐다. 2002년 60억원이던 연 매출액이 2008년 130억원으로 올라서더니 지난해에는 310억원까지 상승했다.

그는 차기 목표로 고광산업의 생산 기지를 넓히기 위해 해외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다. “현재 고광산업은 100% 자동차부품을 생산 중이다. 그런데 고광산업에서 할 수 있는 정밀부품 기술이 자동차 분야에서만 필요한 게 아닐 것이다. 업종의 변화도 꿈꾸고 있다. 해외 거점 생산기지를 세워 글로벌 경쟁을 하는 게 향후 비전이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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