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내가 보는 6·13 지방선거

  • 김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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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6   |  발행일 2018-04-16 제31면   |  수정 2018-04-16
[월요칼럼] 내가 보는 6·13 지방선거

12년전 이맘때. 2006년 5월31일 열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당시 필자는 정치부 기자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을 담당하고 있었다. 대구에서 벌어진 한나라당 공천과정을 아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취재 일선을 떠나 있는 요즘, 올해 6월13일에 열리는 지방선거는 장외에서 보고 있다. 영남일보에 근무하면서 알고 지냈던 분들이 출마하거나, 후보 캠프에서 참모로 뛰고 있다. 일반 유권자보다는 훨씬 관심있게 볼 수밖에 없다.

12년전 기억을 떠올려 지금과 비교해 보면, 여전한 것도 있고 달라진 것도 있다. 우선 대구·경북을 둘러싼 정치적 환경이 비슷하다. 12년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이 야당으로 선거를 치르는 게 같다.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으려는 예비후보들의 경쟁이 본선보다 더 치열한 것도 같다.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에 대한 실질적인 공천권을 지닌 지역구 국회의원의 사천(私薦) 시비도 마찬가지다. 공천에 탈락한 유력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도 비슷하다.

달라진 것도 있다. 내 눈에 먼저 들어온 변화는 후보들의 홍보수단으로 페이스북 같은 SNS가 등장한 것이다. 기술 발전이 가져다 준 변화다.

정치적으로 의미있는 변화는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려는 사람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가 되겠다는 사람이 3명이나 된다. 대구에서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를 경선으로 가리는 이변을 이번 선거에서 보고 있다. 민주당은 또 대구의 기초단체 8곳 중 5곳의 후보는 확정했다. 아직 후보자를 정하지 못한 3곳은 추가 공모키로 했다. 2006년 열린우리당은 대구에서 4개 기초단체에 후보를 내는 데 그쳤다. 기초의원 선거의 경우, 대구 44곳 선거구 중 18곳은 복수의 후보가 신청해 경선으로 후보를 결정하게 됐다.

그만큼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의 인식이 달라진 것이다.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지역민심이 옮겨간 것이기도 하다. 물론 바른미래당으로 옮겨간 지지층도 만만찮다.

12년전과 달라졌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는 선거 결과다. 선거 결과 12년전처럼 특정 정당이 대구·경북에서 싹쓸이를 한다면 달라진 게 없는 게 된다. 앞서 말한 달라진 것은 아주 사소한 변화일 뿐이다. 자유한국당 공천에 탈락한 뒤 무소속으로 당선된 인사가 나오더라도, 자유한국당 싹쓸이라고 나는 본다. 한 선거구에서 두 사람을 뽑는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논외다.

특정 정당이 대구·경북지역을 싹쓸이하는 것은 지역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12년전 한나라당을 출입할 때도 그랬다. 정치적 성향이 보수이고, 민주당 출마자들보단 자유한국당 소속의 후보들을 훨씬 많이 알고 있다. 그래도 다양한 정파가 당선되는 게 지역발전을 위해서 낫다고 본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을 보장해주는 선거이면 후보자에게 유권자는 잘 보이지 않는다. 공천권자만 보인다. 유권자는 뒷전이고,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려는 행동을 하게 된다.

특정 정당 후보가 무조건 당선되면, 다른 정당은 아예 대구·경북을 포기하게 된다. 특정 정당은 표밭이니 신경을 쓰겠지만, 경쟁자가 없다보니 절실함은 약하다. 두드리면 열릴 수 있는 곳이 되면, 유권자의 마음을 얻으려는 정당의 지역발전정책 경쟁이 뒤따른다.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2년전 총선때, 대구시민들은 다양한 정파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2016년 5월 국회의원 총선때, 대구에서 민주당 김부겸 후보와 무소속 홍의락 후보(홍 의원은 민주당 공천에 탈락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민주당으로 복당)가 당선됐다. 6월13일 밤이 되면, 지역민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게 된다. 그날 밤, 대구시장·경북도지사에 누가 당선됐느냐보다 자유한국당 이외의 후보 중 몇 명이 당선됐는지가 더 궁금할 것 같다.

김진욱 고객지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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