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활짝 열린 정치담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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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4-16   |  발행일 2018-04-16 제30면   |  수정 2018-04-16
정치적 논평들 상당수가
기성 정치를 그대로 대변
진보와 보수의 가치든
그것을 뛰어넘는 가치든
개방된 담론 활성화되길
[아침을 열며] 활짝 열린 정치담론이 필요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진영 간의 양극화는 우리 정치의 문제로 늘 지적돼 왔다. 통합과 협치를 내걸고 출범한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이런 양극화의 정치는 여전하다. 물론 정당 지지에서는 여당이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원내 정당 세력은 2016년 20대 총선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 구조다. 이 이원적 구조는 협치와 분점 정치를 이끌어 낼 수도 있고, 반대로 교착 상태를 만들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양극화에 따른 교착 상태가 사실상 지속되고 있다.

권력투쟁의 정치현실에서 대립의 양극화는 흔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적나라한 권력투쟁으로서만이 아니라 사회통합의 공적 구심점으로 정치를 기대한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의 발전 과제도 이것이다. 그래서 공존과 통합의 기능을 촉진할 수 있는 제도 개혁을 말하고 있고, 그런 정치를 이끄는 세력이 우리 정치의 중심에 서길 기대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치 현실뿐 아니라, 정치적 담론이나 평론도 정치적 양극화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보수는 야당 편들기, 진보는 여당 편들기처럼 대체되고 있다. 가치를 둘러싼 논의가 아니라, 여야 세력 편들기가 되고 있다. 물론 정치세력들이 사회적 가치와 통합의 구심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 이에 부합하는 정치적 담론 역시 생산적 정치에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양극화에 따른 교착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 정당정치에는 정당 이름보다도 여당이냐 야당이냐를 더 일상적으로 쓴다. 권력투쟁의 관점이다. 물론 우리 정치사에서 여·야당은 한때 가치를 담는 개념이기도 했다. 여야 정권교체가 오랫동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은 안보와 경제성장을 강조했고, 이들의 장기집권과 독재를 비판했던 야당은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당시 여당은 안보와 산업화 세력을 자임했고 야당으로부터는 기득권 세력으로 공격받았다. 야당은 민주화 세력으로 간주되었다.

이후 여야 관계의 교체, 재교체가 있었다. 정당들의 이합집산과 더불어 여야 정당들의 성격도 조금씩 바뀌었다. 김대중정부 집권과 더불어 여야 정권교체가 처음으로 이루어졌고, 다시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로 이어지는 여야 재교체가 있었다. 문재인의 집권으로 야당이 다시 여당이 됐다. 장기집권 시대 형성된 여야 개념은 흩어졌다. 그럼에도 오늘의 여당과 야당이 각각 그 시대의 야당과 여당 전통에 더 가까운 경향은 있다.

한때 우리나라 정당은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 보수 정당이라고 한 적도 있었지만, 현재의 여당은 진보 세력,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보수 세력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이후 보수 세력의 구심점 역할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보수적 기반의 대다수를 수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보수의 새로운 정치적 구심점이 되겠다고 바른미래당 등이 나서고 있으나 미약하다. 반면 보수 정당 등에 의해 좌파 정당으로 공격받고 있는 집권여당은 상대 야당의 약세 속에서 독주하고 있다. 경쟁체제가 아닌 독주체제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 외에 현 집권 여당이 갖고 있는 취약점도 있다. 정당의 가치와 노선에 대한 호소가 아니라 대통령의 지지도에 힘입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여·야당 편들기를 넘어서는 정치적 담론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정치 담론 시장이 기성 정당정치 세력에 의해 과도하게 식민화돼 있다. 정치적 논평들의 상당수가 사실은 양극화의 세력대결이 주도하는 기성 정치를 그대로 대변하고 있다. 진보·보수의 가치든, 그것을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든 좀더 개방된 정치적 담론이 활성화될 수 있길 기대한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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